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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좋은 치과에서 오복 가운데 하나를 찾았다

by 깜쌤 2016. 1. 4.

 

지난 연말에 갑자기 이가 아파서 치과에 진료를 받으러 갔습니다. 성탄절 전전날부터 이가 아프더니 성탄 전날 오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아픈것과 귀 아픈 것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고 하지않습니까? 너무 아파오길래 어느 치과에 갈까하고 망설이다가 경주시보건소 맞은 편 농협건물 2층에 있는 연세미치과를 찾아갔습니다. 

 

 

사실 말이지만 나는 병원 출입하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검사를 하나해도 결과가 터무니없이 무섭게 나오면 어쩌나 하는 그런 공포심도 있고, 아파서 병실에 입원할 경우 속박당하는 것이 싫기도 해서 어지간하면 조금 아파도 참고 살았습니다. 병원 출입하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거의 예외없이 오래산다고 하던데 말이죠.

 

 

2층으로 올라가니 연세미()치과라는 간판이 나를 맞아주었습니다. 입구부터가 깔끔해서 '어? 엄청 멋지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자신부터가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지라 나를 반겨주는 간판을 보고서는 단번에 이곳 치과의 원장님은 성격이 깔끔하고 미적인 감각이 가득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접수대에 가서 일단 접수부터 했습니다. 처음 가는 곳이어서 신분증을 꺼내 드렸습니다. 접수를 하는 분이 미소를 띤 얼굴로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치과에서 느끼는 환자 특유의 긴장감과 공포심(?)을 누르는데 일단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 안쪽이 진료실인가 봅니다. 접수를 하고 잠시 기다리면서 로비를 살폈습니다.

 

 

로비에는 진료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환자들이 심심하지 않도록 여러가지 편의 시설을 잘 갖추어 두었더군요.

 

 

제 이름을 부르길래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원장님은 아주 친절하게 맞아주셨습니다. 치과에는 정말 오랫만에 왔습니다. 어렸을때부터 이 관리를 부실하게 해왔었던터라 치과에 가는 것이 항상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스케일링도 자주 해야하는데 어쩌다 한번 기회를 놓치고나니 괜히 부담스러워서 몇년동안 치과방문을 하지 않았기에 입을 크게 벌리려니 많이 민망했습니다.    

 

 

기본적인 질문이 끝나고 난 뒤 일단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바로 몇시간 전에 귀 문제 때문에 종합병원의 이비인후과에 갔을땐 방사선과에서 전통방식으로 귀사진을 찍었습니다만 여긴 그렇지 않았습니다. 기계 앞에 서니 내 얼굴 좌우로 돌아가면서 자동촬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뒤 의사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사진을 컴퓨터 화면에 띄워놓고 어디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찬찬히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뒤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치료를 끝낸 뒤에 다시 한번 더 어느 부위를 어떻게 치료했다는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나는 원장선생님의 허락을 얻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경주라는 동네가 그리 큰 도시는 아니므로 수십년을 살고나면 조금조금씩 알게되는 사이지만 자세하게 잘 아는 처지는 아니어서 치료를 받고 난 뒤에는 실례를 무릅쓰고 인간적인 여러가지 이야기를 조금 여쭈어보았습니다. 

  

 

원장선생님은 서울 명동에서 태어나셨다고 하는데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나오시고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교정과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뒤에는 석사박사과정까지 마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치과 이름이 연세미치과인가 봅니다. 원장님 어르신께서도 치과의사이셨다고 하는데 서울 명동에서 동인치과를 오랫동안 운영하셨다고 합니다. 

 

 

장인되시는 분도 경주에서 워낙 많이 베풀고 사신 분이어서 그런지 후손들이 하나같이 쟁쟁한 인물로 자라나셨더군요. 원장님의 손 위 처남은 한때 서울 삼성병원에서 치과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삼성그룹을 창업한 고 이병철회장의 주치의를 오랫동안 지내셨다고 들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명문대학교인 연세대 치대를 나온 것도 대단한 일인데 아버지와 아들이 다 치과의사라니 너무 부러웠습니다. 1999년에 경주가 좋아서 정착하러 오셨다고 하는데 그 전에는 경남 창원의 삼성병원에서 치과과장으로 3년을 근무했고 이어서 마산에서 개업을 했다고 합니다.

 

 

치과의사 생활을 하며 주위의 인정을 받아 마산 치과의사회 회장을 거쳐 경남 치과의사회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실력파 의사라는 사실을 알고나니 지금까지 제가 귀동냥으로 들어서 피상적으로 알고있던 그런 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영어회화실력이 아주 출중해서 외국인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본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 것을 보며 그동안 나는 이분이 오랫동안 외국생활을 하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만 우리나라에 와있는 외국인들을 도와드리고자 하는 뜻에서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하셨던 모양입니다. 

 

 

지금은 경주 International Church에서 팀 리더를 맡아하며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분들의 편리를 위해 알게 모르게 도움을 많이 주고 계시더군요. 그런 사실은 진작부터 남에게 들어서 조금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타고난 천성이 올곧고 착해서 그런지 숨어서 좋은 일을 참 많이 하고 있더군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우리나라에 일하러 왔던 Ada라는 여성이 경주의 어떤 종합병원에서 갑상선암 판정을 받아 실의에 빠져있는 것을 알고는 직접 나서서 다른 의사를 소개해주고 정밀진단끝에 정확한 병명을 밝혀낸 뒤 주위 수술을 받게 해준 이야기도 남에게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만 원장선생님께 확인을 해본 결과 그것이 사실이더군요.

 

 

우리가 사는 이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어가기 위해, 정초에는 좀 더 의미있는 글을 많이 쓰고 싶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런 희망이 이루어진 것 같아서 너무 기쁩니다. 숨어서 좋은 일을 하며 어둡고 혼탁한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분들을 남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뜻에서 이 글을 쓰는 것이죠.

 

병원 한쪽 구석에 마련된 원장님의 서재에서 제가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분야의 책을 발견하고 저와 독서취향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무엇인가 비슷한 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진정 흥미로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광범위한 독서활동을 통해 남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수준의 지식을 쌓아간다는 것은 타인들이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우연히 들러서 치료를 받았습니다만 세상에는 참으로 숨은 고수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귀한 만남이었습니다. 

 

 

병원명 - 연세미치과

위치 - 경주시 황성초등학교와 경주시 보건소 부근

주소 - 경북 경주시 소금강로 39  (지번 주소 : 경주시 용강동 1338-2

병원전화번호 - (054) 743-2875

원장선생님 성함 - 조봉제 박사

 

 

 

 

우리 조상들은 장수하는 것과 부유한 것, 신체가 건강한 것, 좋은 덕()을 가진 것, 평생토록 평안하게 살다가 천명(天命)을 마치는 것을 인생살이에서 다섯가지 큰 복(五福)으로 여기며 살았습니다. 신체가 건강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어떤 이는 신체의 복으로 다음 다섯가지를 꼽고 있기도 합니다. 건강한 치아, 고운 피부, 풍성하고 윤기나는 머릿결, 좋은 눈과 튼튼한 위장이 바로 그것이죠. 가지런하고 건강하며 깨끗한 이를 가지고 사는 것이 그만큼 큰 복이라면 치과 출입을 등한히 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거듭 깨닫습니다. 

 

이가 안 좋거나 아픈 분들이 계시다면 한번 찾아가서 진료 받아보시기를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블로그 글 목록 관리를 하다보니까 최근들어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고 한가지 사실을 덧붙여 둡니다. 원장님께서는 올해 은퇴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치과에 가시고자 하는 분들은 반드시 미리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2017년 10월 20일 깜쌤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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