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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바투미에서 아파트를 구했다

by 깜쌤 2015. 12. 17.

 

기차는 밤새도록 서쪽을 향해 달리다가 새벽녘이 되어서는 남쪽으로 방향을 트는듯 했다. 의자에 앉아서 자는 잠이니 잠자리가 편할 리가 없다. 몇번씩이나 눈을 떠야만 했다. 아침 6시 30분이 넘어 창밖의 사물이 모습을 드러낼 정도가 되자 왼쪽으로 보이는 것은 바다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객차안에서도 모두들 내릴 준비를 하는 분위기였다. 마침내 바투미에 도착했다. 조지아가 자랑하는 최고의 해변휴양도시다. 기차역은 외곽에 새로 만든듯 했다.

 

 

모두들 어리둥절해하는 분위기였다. 플랫폼에 내리긴 내렸는데 어디로 나가라는 안내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쭈볏쭈볏하면서 서로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가 제일 먼저 용감하게 대합실로 들어가는 사람이 생겼고 남들도 뒤따라 가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도착한 곳은 바투미다. 조지아 서남단의 휴양도시인데 흑해를 면하고 있어서 그런지 아열대성 기후를 나타낸다고 한다. 우리는 바투미를 본 뒤 터키로 넘어갈 생각으로 있다.>

 

 

플랫폼은 2층에 있었다. 우리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역무원도 보이지 않았고 안내판이 없으니 어디에서부터 어디로 가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다. 스마트폰을 켜서 지도를 띄워보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다. 할 수없이 대합실에 잠시 모여 배낭을 내렸다.

 

 

론리플래닛을 펴서 바투미편을 다시 읽었지만 새로운 기차역에 관한 이야기는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기차역 광장으로 나가보았다.

 

 

아직까지 해가 뜨지 않아서 그런지 휑하기만 했다. 기차에서 내린 많은 젊은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서 어떤 이들은 택시를 타고 또 어떤 이들은 미니 버스격인 마슈르트카를 타고 흩어져갔다.

 

 

어떤 번호를 가진 마슈르트카가 시내로 들어가는지를 몰라 망설였다. 택시들이 한번씩 지나가기도 했지만 손님이 타고 있어서 전혀 도움이 되지않았다.

 

 

관광객들이 거의 다 흩어져 갔기에 괜히 조바심이 났다. 하지만 지금이 아침이라는 사실에 위로를 받는다. 저녁같으면 속이 탔을 것이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깔끔하고 깨끗한 것은 좋았는데 교통편 안내가 조금 미흡했다. 나는 결심했다.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기로....  론리 플래닛에 의하면 20번 미니버스가 시내로 들어간다고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20번 미니 버스가 바닷가 정류장에 섰다가 가기도 했다.

 

 

기차역 광장에 서서 해변쪽을 보았더니 바투미 시내가 보였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아침부터 걸어가기에 조금 박찼다. 거기다가 호텔이 밀집된 지역으로 가야하는데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으니 택시를 타고 해변의 큰 호텔로 가보기로 했다. 

 

 

 

바투미시내 지도다. 지금 우리가 도착한 곳이 1번으로 표시되어 있고 가고자 하는 곳은 2번으로 표시를 했다.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뜰 것인데 아무래도 크게 확대해두고 보는 것이 위치를 확인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시내 최고급 호텔의 이름을 종이에 적은 뒤 택시를 세웠다. 택시 운전기사는 라디손(=래디슨) 블루 호텔 이름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요금을 물었더니 5라리짜리를 꺼내 보여주었다. 진작 택시를 타고 시내에 들어갈것을 그랬다. 하지만 늑장을 부린 그 사실이 도리어 전화위복이 될줄이야.... 우리는 워낙 하는 일이 잘 되는 팀이므로 뭘해도 일이 쉽게쉽게 풀려나간다.

 

 

라디손 블루 호텔은 바닷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다가 외관이 아주 독특해서 단번에 구별이 된다. 지그재그 모양이니 구별이 안될 리가 없다. 부근에 알파베트 타워가 있으니 못찾는다면 도리어 이상해진다.

 

호텔입구에 진치고 있던 벨보이가 달려나왔지만 다른 호텔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므로 신경쓰지 말라고 이야기한뒤 배낭을 메고 호텔구역을 벗어나왔다. 해가 떴기에 해변 가까운 광장 그늘에 배낭을 모아두고 ㄱ사장과 함께 호텔을 찾으러 갔다.

 

 

해변쪽 번화가에 해당하는 니노쉬빌리스 거리를 따라 걷다가 모퉁이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호텔을 찾아보자며 ㄱ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중년의 백인 남자가 호텔을 찾느냐고 이야기를 걸어왔다.

 

 

자기 호텔이 바로 이 부근에 있으니 한번 구경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자기 호텔이라고 하기에 처음에는 여관이나 게스트하우스인줄 알았다. 하여튼 내 입장에서는 거절할 일이 없었다.  

 

 

대로변에 면하고 있는 건물이지만 막상 돌아서 들어가니 입구는 한없이 휑하기만 했다. 처음에는 무슨 싸구려 양아치 동네인줄로 알았다. 

 

 

호텔이 아니라 아파트였다. 우리는 지금 아파트로 가는 것이다. 2층으로 올라갔다.

 

 

입구의 색깔이 신비감을 돋우는 청보라색이었다.

 

 

 2층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신발 벗는 현관이 나타나고 그 다음에는 거실이 나타났다. 이 사진은 나중에 흥정이 끝난 뒤에 새로 한번 둘러보며 찍은 것이다.

 

 

 중년 영감의 말인즉 자기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조지아 아파트 내부를 구경하는 것은 처음이기에 이 기회를 놓치면 곤란하다. 나는 아파트 구석구석을 찍어두었다. 

 

 

 여긴 거실이다. 작은 소파가 놓여져 있었고 당연히 식당과 붙어있었다.

 

 

 거실 바닥에는 싸구려 비닐장판이 깔려 있었다.

 

 

 큰길을 내다보는 대로변으로 방이 하나 있었다.

 

 

 식당 공간 안쪽에 화장실과 세탁실이 보였다. 세탁기도 있었다.

 

 

 당연히 냉장고도 있고......

 

 

 식당 탁자위에는 그들이 먹은 음식이 남아 있었는데 영감이 급히 치웠다.

 

 

 가스보일러인가 보다. 보일러가 있다면 샤워도 가능하다는 말이렸다?

.

 

 개숫대가 보였다.

 

 

 화장실 위에는 에어컨이 달려있다.

 

 

 조리대도 있고.....

 

 

 대강 이해가 될른지 모르겠다. 재미있다.

 

 

 샤워 부스도 제법이었다.

 

 

 현관 입구의 침실이고.....

 

 

 벽지를 보며 주인 양반이 그래도 색깔 감각은 제법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흥정에 들어가야 한다. 영감과 그의 아내, 그리고 다 큰 아들까지 나서서 흥정을 해온다. 영감의 아내는 체격이 제법 좋았다. 영어가 잘 되지 않으니 단순한 숫자만 불러제끼는 그런 식의 흥정이다.  

 

 

발코니에 서서 거리를 내려다 본 모습이다. 우리가 지금 흥정하는 아파트는 바투미관광의 핵심부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영감과 아내, 그리고 아들까지 나서서 일가족이 한참 의논하더니 이윽고 영감이 우리에게 마치 큰 인심이나 쓴다는 어투로 100달러를 불렀다. 하루 사용하는데 100달러라면 12만원꼴이니 조지아 물가로봐서는 거금이다. 모두들 얼굴 표정 하나는 희희낙락 그 자체였다. 오늘 엄청난 건수를 올렸다는 그런 표정이다.

 

 

나는 론리플래닛을 펴보고 호텔 가격을 확인한 뒤 50달러를 불렀다. 물론 아파트 전체를 사용하는 가격이다. 영감 표정이 금세 어두워지더니 그건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80달러를 불렀다. 나는 ㄱ사장과 의논한 뒤 70달러를 제시했다. 마침내 영감이 동의했다. 그래도 그들은 한건했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우리도 그 정도면 만족한다. 1인당 41라리 정도니까 괜찮은 호텔 가격이다. 이 극성수기에 바투미 한복판이니 손해볼 것도 없었다. 

 

 

우리가 돈을 지불하자 그들은 황급히 보따리를 싸들고 밖으로 나갔다. 우리는 현관 키를 받았다. 그런 뒤 다시 일행을 불러오기 위해 아파트 밖으로 나갔다. 아파트 입구는 대로변 뒤편으로 나있었다. 마당에는 고급차들도 주차해있었다.

 

 

 위치를 살펴보니 오늘 아침에 도착했던 래디슨 블루 호텔 바로 뒤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우리는 모든 일이 잘 되는 팀이다.

 

 

번화가 대로변에서 올려다보니 은행건물 바로 위층이었다. 배낭을 풀어놓은 곳으로 되돌아간 우리는 일행을 만나서 결과를 설명한 뒤 배낭을 메고 아파트로 다시 돌아갔다.

 

 

이제 아침을 먹어야 한다. 어제 밤에 기차에서 고생을 했으니 아침은 빵으로 간단히 때우기로 했다.

 

 

배가 고팠던 터라 ㄱ사장과 ㄱ장로가 사온 빵으로 아침 한끼를 해결했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켜두고 아침을 먹고있는데 주인영감이 다시 등장했다. 샤워를 할 땐 에어컨을 끄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두개를 동시에 켜면 전기가 나갈 수 있다는 충고를 남기고 그는 사라져갔다.

 

 

빵 하나에는 치즈가 들어있어서 맛이 그저그만이었다.

 

 

잠시 베란다에 나가서 바깥 분위기를 살폈다.

 

 

아파트 바로 앞에 멋진 정원을 가진 광장이 보였다.  왼쪽에 그리스 신전 형식으로 등장하는 건물은 드라마 극장이다.

 

 

광장 한가운데에 멋진 동상이 보였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이정도면 대성공이다.

 

 

드라마 극장 바로 뒤편은 흑해다. 그러니 우리는 환상적인 곳에 자라잡은 아파트를 빌린 셈이 되는 것이다.

 

 

아침을 먹은 뒤 한시간쯤 쓰러져 잤다. 해가 중천에 뜬 한낮이 되어서야 우리는 비로소 바투미 시내구경에 나섰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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