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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트빌리시를 떠나다

by 깜쌤 2015. 12. 15.

 

할머니와 헤어져 밖으로 나오니 비가 많이 수그러들었다. 온 시내에 물기가 묻어 사방이 촉촉했다.

 

 

쿠라강에 걸린 다리를 건너 하류쪽으로 내려가면 구시가지로 가게 된다.

 

 

우리는 강에 걸린 다리를 건넜다. 강변을 따라 양쪽에 건설된 다리가 트빌리시의 대동맥을 구성하는듯 싶다. 우리나라의 서울도 그렇지 않은가? 한강 좌우에 만들어 놓은 강변도로가 얼마나 엄청난 대동맥구실을 하는가말이다.   

 

 

쿠라강에 걸린 몇개의 다리는 트빌리시 시가지를 동서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상류쪽에 흐르는 물의 수량을 보면 아래쪽 어딘가에는 수중보가 있든지 아니면 작은 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빌리시는 쿠라강 양안으로 발달한 도시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강을 건넌 뒤에는 강변도로를 따라 구시가쪽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도로가에서 쿠라강을 굽어보고 있는 건물의 디자인이 참 독특했다. 안내판을 보니 사카시빌리 대통령 도서관이었는데.....

 

 

그렇게 강변도로를 따라 한참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나는 곳을 찾아서 가보았더니 도로가 강변쪽 언덕비탈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어떤 중년의 남자가 검은 옷을 입은 중년여성을 땅바닥에 눕히고는 주먹으로 머리를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다. 그런 뒤에 여성이 가지고 있는 핸드백을 빼앗아서 사라지는 것이었다. 잠시 뒤에 여자는 정신을 차리고 앉았는데 그냥 당한 것이 너무 어이가 없는지 머리카락을 감싸쥐고 가만 있기만 했다.

 

현장을 목격했으니 끼어들어서 경찰에 신고해야하는가 싶어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부부싸움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만 비겁해지고 말았다. 그들이 부부싸움을 한 것이라는 자기합리화(?) 과정을 거친 뒤 애써 고개를 돌리고 외면해버렸던 것이다. 나는 현지 물정을 잘 모르는 나그네라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사건의 현장을 봐서 그런지 괜히 내 심장이 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런 내 기분을 아는지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소나기가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 다리를 건너가면 디나모 경기장 부근으로 이어진다. 로터리 부근을 장식하고 있는 조각품들의 모습이 특이했다.

 

 

동쪽 하늘은 맑은데 이쪽에는 비가 오는 형국이다.

 

 

우리는 버스승강장 부근에서 비를 피했다.

 

 

한 십여분 이상 소나기가 쏟아지더니 이내 그치기 시작했다.

 

 

비를 피하기 위해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보였다. 비가 오는 날이어서 특별히 더 위험한데....

 

 

비가 그치자 동쪽 하늘에 무지개가 걸렸다. 무지개를 볼 때마다 가슴이 뛰는 것을 보면 아직도 마음은 어린아이인 모양이다.

 

 

우리는 다시 시내를 향해 걸었다. 곧 이어 중심부가 나타났다. 러스타벨리 메트로역 부근이 된다.

 

 

이 부근에서부터 신구시가지 탐방이 이루어진다고 보면 틀림없다. 

 

 

카즈베기(스테판츠민다)로 올라가기 전에 이 부근을 세밀하게 살펴보지 않았던가?

 

 

라디손 호텔 건물이 웅장한 위용을 과시하듯 서있는 곳이다.

 

 

호텔 부근의 광장에 서서 동쪽을 살펴보면 쿠라강 건너편의 트빌리시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때까지도 무지개는 하늘에 떠있었다.

 

 

 광장에는 자전거 조형물이 자리잡고 있다. 제법 큰 조형물이다. 

 

 

하늘이 개이기 시작했다.

 

 

견인차가 오더니 불법 주차한 차량을 여지없이 끌어가기 시작했다. 조지아의 경찰들의 부패는 유명했다는데 민주화가 된 후 척결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한다.

 

 

자전거를 탄 소년이 자전거 조형물을 쳐다보고 있었다.

 

 

소년이 사라지고 난 빈자리를 마지막 남은 햇살 한조각이 슬그머니 채웠다.

 

 

그러다가 이내 어둠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도로를 건너 맥도널드 패스트푸드 가게로 갔다.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2층으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지 않았기에 음료수라도 한잔마시고 나가기로 했다.

 

 

나는 커피를 주문했다.

 

 

한참을 앉아 쉬다가 다시 거리로 나갔다. 

 

 

기차역으로 가기 위해 거리를 걸었다.

 

 

러스타벨리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기차역으로 갔다. 트빌리시 기차역 앞 지하철역에서 내린것까지는 좋았는데 우리가 자주 사용했던 출구가 닫혀있기에 다른 쪽으로 올라갔더니 사방이 컴컴해서 방향찾기가 힘들었다. 

 

 

지금까지 서너번은 가본 곳이라 간신히 방향을 찾았다. 기차역 안으로 들어간 뒤 3층 매표소에서 다시 한층을 더 올라가 식당에 찾아갔다.

 

 

빵하나와 사과주스 1캔, 그리고 닭고기 한토막을 저녁으로 먹었다.

 

 

저녁을 먹은 뒤 10시에 수화물보관소로 배낭을 찾으러 갔다.

 

 

화장실은 4층에 있었다. 3층 대합실에 내려가서 매표소 앞 의자에 앉아 일기를 썼다.

 

 

                               <트빌리시 지하철용 교통카드>

 

우리를 보고 중국어로 인사를 해오는 청년이 있었다. 산서성 태원과 신강성을 38일간 여행을 했다고 한다. 그는 자기 명함을 주며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겠다고 했다.

 

 

12시가 조금 넘었을때 2층으로 내려가서 플랫폼으로 나갔다. 플랫폼에는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객차 4량으로 편성된 열차였는데 1등칸이 어디인지 몰라서 차장에게 표를 보여주고 확인을 받은 뒤 객차에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행객 모두가 다 혼란스러워했다. 1등칸은 만원이었다.  

 

 

가운데에 통로를 두고 양쪽으로 의자가 두개씩 배열되어 있었다. 배낭을 선반에 올려두고 일기를 썼다. 벌써 0시 반이 넘었다. 내일 일정을 위해 강제로라도 눈을 붙여야했기에 애써 잠을 청했다. 길고도 피곤한 하루였다. 이제 우리는 흑해연안의 바투미로 간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