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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다시 트빌리시로 내려왔다

by 깜쌤 2015. 12. 11.

 

호텔에 돌아온 우리들은 짐을 싸서 체크아웃을 하고 광장으로 나갔다. 트빌리시로 내려가는 미니버스를 타기위해서다. 론리 플래닛에 의하면 미니버스 출발시간은 다음과 같았다.

 

오전 8시,  9시,  10시,  11시,  12시 30분,  오후 3시 30분 

       

 

아래 위로 검은 옷을 입은 할머니가 올라와서 차비를 받아갔다. 요금은 10라리다. 내가 므츠케타라고 했음에도 기어이 10라리를 받아갔다. 마슈르트카(=미니 버스)는 이내 만원이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나와 비스듬하게나마 마주보고 앉아야하는 처지가 되었다. 확실히 백인 아이들이 예쁘다. 버스는 12시 23분에 출발했다.

 

 

우리가 탄 버스는 만원이었다. 나는 전망을 생각해서 버스 오른쪽에 앉았다. 내 예측은 거의 틀리지 않아서 좋은 경치를 볼 수 있었다. 

 

 

 마을 경찰서에 들러 다른 손님을 태운 뒤부터 미니버스는 질주하기 시작했다. 천성이 느긋한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질주한다고 해도 우리처럼 마구 과속을 하는 법은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한두번씩은 지나치게 밟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테판츠민다로 올라올때 이미 살핀 경치들이어서 크게 흥미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살펴볼만 했다. 갈 때는 올 때와 달리 반대쪽 경치를 보는 것이니 재미는 쏠쏠했다.

 

 

서서히 고도를 올리기 시작한다.올 때 넘었던 고개를 다시 넘어야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산비탈 밑 작은 평지위에 만들어진 마을이 정겹게만 느껴졌다. 보기엔 좋은데 겨울에는 눈사태로 인해 재난을 당하기 쉽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들이 줄을 서있기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트럭 운전기사들이 당하는 고초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런 마을은 눈사태 같은 재난이 닥쳐도 아까 본 마을보다 조금은 더 안전할듯 하다. 계곡 건너편 산 밑에 자리잡은 마을이다. 

 

 

도로를 확장하는 모양이었다. 공사를 하고 있는 중장비가 우리나라 회사 제품이었다. 두산!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길은 계곡을 따라 가는 실처럼 끊어질듯 말듯 해가며 이어져 있었다.

 

 

철분을 머금은 광천수가 솟아나는 산비탈을 지난다. 올 때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경을 하고 있었다.

 

 

이제 거의 정상부근이다. 천연 목장 위에는 양떼들이 널려있었다. 

 

 

산비탈에 흩어져 풀을 뜯는 양떼들을 보면 그렇게 목가적일 수가 없다. 하지만 겨울은 혹독할 것이다. 몽골의 경치도 그렇다. 초원이라고 하는게 보기에는 한없이 좋지만 겨울나기가 그렇게 어려운 곳이 고원 초원지대의 삶인 것이다. 

 

 

러시아와 조지아의 우정을 기념하는 기념비옆을 지났다. 이제부터는 내리막이다.

 

 

너른 주차장에는 차들이 마구 세워져 있었다. 일본인들 같으면 주차할 때 자동차들의 앞부분 줄까지 맞추어가며 차를 세울 것이다. 자유분방함도 좋은 것이기에 아무려면 어떠랴 싶기도 했다.

 

 

도로 오른쪽은 아찔한 절벽의 연속이었다. 한번씩은 오금이 저리기도 했다.

 

 

경치는 절경의 연속이지만 교통사고가 나면 어쩌나 싶어 은근히 신경이 쓰이기도 했던 그런 길이었다.

 

 

스키장으로 유명한 구다우리 마을을 지나는 중이다. 슬슬 졸음이 밀려왔다.

 

 

이 고개만 내려가면 잠을 자둘 생각이다.

 

 

산중에 예쁜 교회가 나타났다. 색깔이 참 예뻤다. 교회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절경일 것이다. 예배당의 위치가 하나같이 명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평지까지 내려왔다. 어느 순간 나는 깜빡 잠이 들었다. 까무룩잠을 자고난 뒤 일어나보니 아나누리 옆을 지나고 있었다. 이내 므츠헤타(=므츠케타)가 가까운듯 했다. 나는 므츠헤타에 내리고 싶었지만 내가 탄 미니버스는 그대로 마구 질주했다. 

 

 

트빌리시에 일찍 도착할 경우 오후에 남는 시간에는 므츠헤타(=므츠케타)를 보고 트빌리시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차는 서는 것도 없이 마구 달리더니 오후 3시경에 우리를 트빌리시 북부의 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주고 만다. 시내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곳까지 왔으니 위치 파악부터 먼저 해야했다. 

 

 

미남 ㄱ사장에게 스마트폰을 켜서 우리가 도착한 곳이 어디인지 알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내 생각에는 디두베 버스터미널 같기는 한데 확신이 서지 않았다. 

 

 

미남 ㄱ사장을 통해 마침내 우리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내 예상대로 디두베 버스터미널이다. 아까 못보고 지나친 므츠헤타를 가야할지 아니면 트빌리시 시내로 들어가야할지를 곧 결정해야했다. 그럴 때 리더는 힘이 든다. 

 

므츠헤타에 가보려면 짐을 맡길 곳을 찾아야한다. ㄱ사장과 함께 수화물 보관소를 찾아다녔지만 결국은 찾아내지 못했다. 도로가에는 환전소만 가득했다. 수화물보관소를 찾아내지 못했으니 므츠헤타 가기는 어려워진다.

 

 

리더는 순간순간 주어진 상황에 맞게 판단을 해야하는 것이다. 시내로 들어간다면 어디를 볼 것인지도 고려해야 했다. 우리가 탈 기차는 한밤중에 출발한다. 그때까지 무엇을 하며 어디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를 결정해서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므츠헤타로 가는 버스가 있는지도 살펴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어디에 있어도 있긴 있을 것이지만 나는 므츠헤타로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벌써 오후 3시가 넘은데다가 점심도 못먹었기 때문이다.

 

므츠헤타! 우리나라로 치자면 경주같은 도시다. 조지아의 옛날 수도이며 조지아인들에게는 정신적인 고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도시다. 이번 기회에 가질 못하면 어쩌면 영영 못 가볼 곳이지만 일정을 고려해볼때 과감하게 포기해야만 했다.

 

 

위치 파악이 끝났으니 이제는 결심을 해야 했다. 므츠헤타는 포기하고 시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아직 점심도 못먹었으니 일단 시내로 들어가서 트빌리시 기차역으로 가서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기차역에 가면 코인라커가 있을 것이니 거기에다가 큰 배낭을 맡겨두고 시내로 가서 구경을 하면 되는 것이다. 점심은 트빌리시 기차역 3층에 있는 식당에 가보기로 했다. 여기 디두베는 7년전에 한번 와본 곳이다. 그러니 부근에 지하철역이 있음을 알기에 역을 찾아갔다.

 

 

배낭을 메고 돌아다녔더니 땀이 마구 흘렀다. 이 구간은 지상철이니 바람이 불어오자 조금은 살만 했다. 저번에 썼던 지하철 카드를 꺼내 표파는 곳에서 충전했다. 요금은 1인당 0.5라리다.

 

 

우리는 메트로를 탔다. 이제 시내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다. 트빌리시 스퀘어1에 내렸다.

 

 

트빌리시 기차역까지 찾아간 우리들은 2층 플랫폼으로 나갔다. 역건물 2층에 자리잡은 안내소에서 부근에 짐을 맡길 곳이 있다는 것을 물어서 알게 되었기에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사진에서 보는 곳이 수화물보관소다. 배낭여행의 기본 요령가운데 하나는 무거운 짐은 반드시 맡겨두고 돌아다니는 것이다. 큰 배낭을 메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 

 

짐을 맡겨둘때 영업시간을 확인해두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다행히 밤 10시 30분까지 영업한다는 것이어서 한 짐을 덜었다. 밤 늦게까지 가볍게 돌아다닐 수 있으니 그게 어딘가말이다. 맡기는 요금은 1인당 5라리였다.

 

 

 ㄱ장로를 본 조지아 젊은이는 대뜸 채키 챈(=찬)이라는 말부터 되뇌었다. 채키 찬! 홍콩 무술 스타 성룡을 일컫는 말이다. 내가 농담으로 그 양반이 진짜 채키 찬이라고 덧붙였더니 순간적으로 난리가 났다. 물론 그들도 반은 장난이었겠지만 다른 친구들을 불러오고 기념사진을 찍고 하는 식으로 한바탕 야단법석을 떨었다. 

 

 

배낭을 맡긴 뒤 우리는 역을 빠져 나왔다. 이제 점심을 해결할 차례다.

 

 

우리는 매표소 위층에 있는 식당으로 올라갔다. 인테리어도 별로 없는 곳이라 분위기는 그야말로 휑한 곳이다. 공간은 턱없이 크기만 하다.

 

 

몸이 피곤했다. ㄱ사장과 ㄱ장로가 카운터로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왔다.

 

 

어디에나 청춘들은 즐거운 법이다. 우리가 있는 장소는 철길 위라고 봐야한다.

 

 

이윽고 점심이 나왔다. 조지아판 햄버거라고 해야하나?

 

 

 음료수 하나와.....

 

 

빵! 그렇게라도 입속에 우겨넣고나니 살만했다. 

 

 

이제 점심을 해결했으니 시내구경이라도 가야한다.

 

 

우리는 다시 기차역 밖으로 나갔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