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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조지아 할머니의 청춘

by 깜쌤 2015. 12. 14.

  

역건물을 빠져나와 시내로 갔다. 저번처럼 멋없는 길을 또 그대로 걷기가 싫어서 이번에는 살짝 돌아서 걸어가보기로 했다.

 

 

물론 목표는 트빌리시 구시가지다. 그러니 트빌리시 시내 한가운데를 흐르는 강을 건너가야 했지만 버스는 타지않고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많은 것이 시간이다. 오늘 밤 0시 30분에 기차가 출발하기에 어디에서 시간을 죽여도 죽여야할 처지였다. 

 

 

기차역 옆은 항상 소란스럽다. 바꾸어 말한다면 서민들의 체취가 물씬 풍겨나는 곳이지만 삶의 피곤함이 가득 묻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각종 난전들이 어지럽게 가득 펼쳐져 있었다. 채소와 과일을 파는 가게들이 줄을 이었다.

 

 

파,양배추, 강화도 순무 비슷한 무, 그리고 허브들을 파는 곳도 있었다.

 

 

기차역앞 도로를 건넌 우리들은 일단 시장쪽으로 내려가보았다. 시장 구경만큼 신나고 재미있는 곳이 또 있던가?

 

 

예전에는 건달들의 싸움구경도 좋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워낙 폭력과 테러가 일상화된 세상이니 싸움구경 좋아하다가는 내가 죽을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도 시장 구경은 즐겁다. 호박도 별별 종류가 다 있다는 것을 알겠다.

 

 

우리네들의 1980년대 재래식 시장과 다를 바가 무엇이련가마는 사람들 얼굴만은 그네들이 한결 입체적이었다.

 

 

시장은 그저 어수선했다. 그나마 가격표를 붙여두어서 사는 사람들이 가격 알아보기에는 편하겠다. 

 

 

이건 자두다. 누가 뭐래도 자두가 틀림없다.

 

 

생활필수 잡화점인가 보다. 여기에도 화장지 붐이 이는 모양이다.

 

 

치즈이리라. 치즈 매니아인 내가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구경이라도 해야한다. 비닐로 싸둔 것은 냄새와 위생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인간들이 먹는 채소는 어느 나라나 다 비슷한가보다.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비빌 봉지를 좋아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환경오염의 원인이라는 것인데.....

 

 

8월인데도 포도송이가 너무 탐스러웠다. 그런데 이 나라 양파는 언제 캐는 것이지?

 

 

가게도 없이 노점을 차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파라솔 밑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이제 시장통로를 벗어났다. 그래도 지저분하지 않아서 좋았다.

 

 

할머니 한분이 시내버스에서 내리고 계셨다.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올랐다.

 

 

시장 모퉁이를 벗어나자 도로가 나타났다.

 

 

거리를 떠돌며 과일을 파는 아줌마를 보자 마음이 아렸다. 서민들의 삶은 어디나 다 신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곡가게라고 해야하나?  빗자루는 우리나라와 모양이 너무 닮았다. 인간들의 삶은 거기서 거긴가보다.

 

 

어떤 곳에는 제법 구색을 갖춘 가게도 있었지만 간이매점이 많은듯 했다. 

 

 

스마트폰으로 우리 위치를 확인해가며 디나모 내셔널 스타디움 경기장쪽을 찾아 걸었다.

 

 

경기장이 나타났다. 조지아의 축구열기도 보통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나라를 대표하는 메인스타디움이리라. 디나모 내셔널 스타디움이다.

 

 

 버스승강장에 설치된 저 기계는 어디에 사용하는 것일까?

 

 

길거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자기들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왔다. 그럴땐 당연히 찍어드려야한다.

 

 

스스로 모델이 되어주니 얼마나 좋은가? 터키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나는 조지아가 자꾸 좋아지기 시작했다.

 

 

경기장을 지나 서쪽으로 조금 더 걸었다. 

 

 

도로가에 우리나라 상표를 단 자동차가 세워져 있었다.

 

 

커피 가게의 가격일까? 그렇다면 커피가게는 어디에 있다는 말이지?

 

 

커피가게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멋진 디자인을 자랑하는 건물이 앞을 가로막았다. 경찰서 건물인가보다.

 

 

경찰서앞 광장이 깨끗하면서도 참했다.

 

 

바로 부근에 지하철 역이 있었다. 건너편에는 맥도널드 가게도 보였고.....

 

 

세리텔리 지하철 역 부근이다.

 

 

검박함이 묻어나는 풍경이다.

 

 

지하철 역 입구가 광장에 있었다.

 

 

우리는 쿠라강쪽으로 반향을 바꾸어 걸었다. 하늘이 흐려지면서 빗방울이 듣기 시작했다. 비가 온다. 

 

 

쿠라강을 건너는 다리를 바로 앞에 두고 기어이 비를 맞았다. 길가 가게의 처마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가 다시 자리를 옮겨 어떤 가정집 입구로 가서 비가 긋기를 기다렸다.

 

 

입구에 지붕이 있어서 비를 피하기엔 아주 적당했다. 마당에 쓰레기 하나없는 깨끗한 곳이었는데 마당을 둘러싸고 몇채의 집들이 둘러서있었다.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마당이 젖어들기 시작했다. 입구 오른쪽 처마가 낮은 집에 사시는 주름많은 할머니가 우리를 보시더니 들어오라고 하셨다. 노란 꽃을 가득 단 분꽃이 비에 젖고 있었다. 

 

 

분꽃이다. 노란색 분꽃이 틀림없었다. 할머니께서는 분꽃을 좋아하시는가 보다.

 

 

우리는 염치 불고하고 할머니집으로 들어섰다.

 

 

우리네 시골인심과 어찌 이리도 비슷한지 모르겠다. 주거환경도 그랬다. 할머니께서 영어를 못하시니 대화가 안통했지만 표정과 동작을 보고 의미를 대강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방안에 들어가시더니 사진을 가지고 나오셨다.

 

 

젊었을때의 모습이란다. 얼굴 윤곽이 뚜렷한 미인이셨다. 그랬던 할머니가 지금은 바로 이런 모습이시다.

 

 

할머니의 마음만은 비단결이셨다. 곱게 늙으신 것이다. 할머니가 베풀어주신 정이 너무 고마워 선물용 연필을 드렸지만 눈이 어두워져서 아무 소용이 없다며 극구 사양하셨다.

 

"조지아의 트빌리시 쿠라강 부근 옛날 주택에 사시는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잠시나마 비를 피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나는 조지아라는 나라가 정말 좋아지기 시작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