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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러시아 국경을 향하여 가다

by 깜쌤 2015. 12. 10.

 

박물관을 나온 뒤 나는 북쪽을 향해 조금 더 걸어가보았다. 그쪽으로 가면 마을은 곧 끝나고 만다.

 

 

연한 회색에 아주 연한 파랑을 살짝 덧입힌듯한 벽면 색깔을 지닌 멋진 건물이 나타났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면사무소 정도에 해당하는 건물이리라.

 

 

사람들이 제법 드나들고 있었다. 건물 앞 도로에는 거대한 덩치를 지닌 중장비가 세워져있었다. 어렸던 시절 포장이 안된 자갈길 신작로를 다니면서 울퉁불퉁한 노면을 깎아서 고루어주던 그런 기계와도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테판츠민다 마을은 남북으로 길게 파인 골짜기 경사면에 형성된 마을이다. 동쪽과 서쪽은 거대한 암봉들이고 남북으로는 길이 나있지만 그 또한 협곡사이로 길게 이어진 가느다란 띠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다가 조금 넓게 형성된 경사면에 인간이 발뻗고 살 수 있는 작은 마을이 들어섰다.

 

 

고지대에 위치한 마을이다보니 인간들은 목축일 이외에는 할게 없다.

 

 

머리가 깨인 사람들은 당연히 상업활동에 나섰으리라. 완전히 낡아서 폐차가 되어버린 고물 자동차가 행정관청 마당 한구석에 고단한 사체를 누이고 있었다.

 

 

주민 한사람이 고물 자동차 뒤로 사라지기에 그쪽으로 길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주민을 따라 넘어가보았다. 그랬더니 눈에 보이지 않던 길이 나타났다. 

 

 

길을 따라 작은 집들이 몇채 이어지고 있었다. 건너편으로는 게르게티 마을이 보였다. 

 

 

방금 내가 지나온 행정관청 건물이 벌써 저만큼 멀어지고 있었다.

 

 

카즈벡 봉우리 정상이 구름을 헤치고 살짝 그 참모습을 보여줄듯 말듯 망설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골목길을 따라 북쪽으로 걸었다.

 

 

혹시라도 잠시 잠깐만이라도 카즈벡 봉우리가 정상을 보여줄까 싶어 눈은 연신 산봉우리쪽을 흘낏거렸다.

 

 

러시아 국경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산을 감아돌고 있었다.

 

 

우리가 걷는 길은 협곡 동쪽 사면에 자리잡았다.

 

 

러시아로 이어지는 길은 협곡의 서쪽 사면을 따라서 감아돌고 있는 것이다.

 

 

나는 좀더 앞으로(북쪽으로) 나아갔다.

 

 

길가에 감자밭이 보였다. 철망으로 둘러쳐진 밭이었다. 멧돼지가 내려와서 해코지를 하는 것일까?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이런 작은 밭뙈기도 여기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소중한 존재이리라.

 

 

길가 풀밭에는 민들레가 피어있었다.

 

 

협곡을 동서로 잇는 새로운 다리를 만들고 있었다. 저 다리가 완공되면 게르게티 마을과 카즈베기 마을 사이의 왕래가 더 수월해지리라.

 

 

내가 걸어온 길을 잠시 뒤돌아보았다. 동행 두사람이 저 뒤에 따라오고 있었다.

 

 

도대체 이 골짜기는 어디까지 연결된 것일까?  저 산너머는 러시아를 구성하는 세베로오세티아 공화국이다.

 

 

동북쪽으로 보이는 암봉들을 넘어가면 러시아의 잉구시 공화국과 체첸공화국으로 이어지리라.

 

 

코카서스 산중의 영토는 수많은 자잘한 공화국으로 분할되어 있다. 민족구성이 그만큼 복잡하다는 말이다. 민족마다 믿는 종교까지 다르니 문제는 더더욱 심각하다.

 

 

거의 대부분은 크리스천 국가들이지만 체첸공화국은 이슬람이어서 크고 작은 갈등상황이 수시로 형성된다.

 

 

사정이 이러니 전제군주와 같은 권력을 휘두르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카프카즈(=코카서스)는 골치덩어리일 것이다.

 

 

이제 코카서스 산중의 인문지리학적 분위기는 대강 파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나는 이쪽 지방을 꼭 한번 여행해보고 싶었다. 코카서스의 분위기가 어떤 것인지 반드시 보고 싶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소원을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다. 

 

 

천연 잔디밭 한가운데 엉겅퀴가 자라고 있었다.

 

 

평평해보이는 천연 목장 한가운데로 작은 골짜기가 숨어있었다. 아마 산에서 흘러내린 급류로 인해 깊이 패였으리라.

 

 

구글 위성지도로 검색해보았더니 러시아 국경은 몇굽이를 돌아나가면 나타나게 되어 있었다.

 

 

급류가 흐르는 도랑 한쪽 절벽 위에 묘지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제는 마을로 다시 돌아가야한다.

 

 

나는 발길을 돌렸다. 이별로 인해 만들어지는 아쉬움일랑 뒤로 남겨두고 이제는 문명세계로 다시 돌아가야했다.

 

 

등기소 건물을 지났다.

 

 

며칠 전에 써둔 엽서를 보내기 위해 우체국을 찾아나섰다.

 

 

우체국은 부근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마음이 넉넉해서 그런지 낯선 나그네가 화장실을 쓰고싶다고 했을 때도 쉽게 허락해주었다.

 

 

이 마을에도 감시탑 비슷한 시설이 보였다. 속의 구조가 너무나 궁금했다.

 

 

우체국에 들어갔더니 할머니 한분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청소부 할머니로 알았는데 알고보니 우체국 직원이었다. 아르메니아에서 구한 엽서에다가 우리말로 쓰고 조지아에서 한국으로 보냈는데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았으니 이 무슨 "기묘한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내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풀을 꺼내 우표를 붙이겠다고 했는데도 할머니 직원은 기어이 자기 침을 발라 우체통에 넣었는데 왜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조지아 할머니 침이 약해 우표가 엽서에서 떨어져나가버린 것일까?  

 

 

알렉산더 카즈베기 박물관 앞을 지나 마을로 돌아왔다. 가족 예배당에는 그때까지도 사람들이 조금씩 드나들고 있었다. 

 

 

스테판츠민다(=카즈베기 마을)에서 트빌리시로 내려가는 승합차가 보였다. 일종의 미니버스라고 보면 된다.

 

 

호텔 앞마당에 해당하는 카즈베기 광장이 시발점인가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