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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조지아의 자랑, 츠민다사메바를 향하여 3

by 깜쌤 2015. 12. 4.

 

재빠른 걸음으로 먼저 올라간 일행중의 한분은 바위에 앉아 쉬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퉁이를 돌자 카즈벡 봉우리의 전모가 슬며시 드러나기 시작했다.

 

 

길섶에는 한창 꽃을 피운 야생화가 모진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앞서 올라가던 ㄱ사장이 손가락을 가지고 위를 가리켰다.

 

 

그분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보았더니 우리들이 방문하고자 하는 츠민다 사메바 예배당이 봉우리 꼭대기에서 아래를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었다.  

 

 

동쪽으로 향하는 구름밑에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멋진 자태를 뽐내듯이 예배당이 서있었다. 이제 거의 다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백인 한사람이 아주 빠른 걸음으로 우리를 뒤따라오더니 이내 추월해갔다. 

 

 

산사나이였을까? 걸음걸이가 보통이 아니었다.

 

 

우리는 급할게 없는지라 사방 경치를 살펴가며 천천히 걸었다. 

 

 

산비탈은 모두가 풀밭이었다. 그러니 앞이 탁 트일 수밖에 없었다. 

 

 

멀리 있는 풍경까지 한눈에 다 들어온다.

 

 

츠민다 사메바가 뒤로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언덕 위 경치가 궁금해서 걸음을 재촉했다. 

 

 

예배당이 자리잡은 곳의 위치가 절묘하다. 저런 곳에 교회를 세울 생각은 누가 어떻게 한것일까?

 

 

아무리 위치가 절묘하다고해도 물이 없으면 헛것 아니던가? 인근에서 물을 길어가면 되겠지만 그럴 경우 막대한 인력이 소모된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길을 걷는동안, 발밑에서는 수줍은듯이 고개를 내민 보라색 들꽃이 한번 정도는 눈길이라도 던져서 봐달라는 듯이 고개를 쳐들었다.

 

 

내 바로 옆에 있는 언덕만 오르면 봉우리 위 경치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온 사방이 꽃이다. 한물 갔다고는 해도 군데군데 꽃들이 숨어있는 것이다.

 

 

마침내 비탈을 다 올랐다.

 

 

봉우리 위는 너른 평지였다. 멀리 5천미터가 훌쩍 넘는 카즈벡 봉우리가 구름속에 모습을 감춘채 우뚝 솟아 있었다. 

 

 

평지 끝머리에 불룩 솟은 꼭대기에는 츠민다 사메바 교회당!

 

 

그리고 그 사이는 너른 천연목장이었다. 예배당이 있는 절벽 아래에 카즈베기 마을이 있고 다시 그 뒤에는 수직 절벽으로 이루어진 암봉들이 줄을 이어 버티고 서 있었다.

 

 

이러니 모두들 조지아를 대표하는 경치라고 칭송하는가보다.

 

 

하늘을 나는 구름 그림자들이 타넘어다니는 바위산 봉우리들이 그 웅장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리스신화에는 티탄이라는 이름을 가진 거인족이 등장한다. Titan으로  표기하므로 영어식으로 읽으면 타이탄이 될 것이다. 타이탄족은 올림포스산을 근거로 하는 올림포스족과 투쟁을 벌이지만 패배한다.

 

 

타이탄(티탄, 거인족)들을 물리치고 신들의 세계에서 실권을 잡은 이가 제우스다. 그리스 신화를 수입해서 갖다쓴 로마인들의 표현방식으로 치자면 그는 유피테르가 되고 이를 다시 영어식으로 발음하면 주피터가 되는 것이다.

 

 

티탄족의 일원으로서 제우스의 명령을 거절하고 인간들에게 불을 갖다준 이가 프로메테우스라는 양반이다.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준 것이 탄로나자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카프카즈)의 암벽에다가 붙들어매고는 독수리로 하여금 그의 간을 쪼아먹게 하는 벌을 내렸다.

 

 

낮에는 그런 고통을 겪지만 밤이오면 프로메테우스의 간이 다시 재생되어 아물어버린다. 아침이 오고 낮이 되면 다시 독수리가 찾아와서 그의 간을 쪼는 고통이 영원히 계속된다는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프로메테우스가 코카서스의 암벽에 매여있다고 여겼다. 그들이 믿은 코카서스의 암벽이 어디일까?

 

 

그게 카즈벡이다. 지금 우리는 카즈벡 봉우리가 보이는 산중 평지에 와있는 것이다. 보라색 작은 들꽃이 풀밭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사진속에 나타난 모습처럼  교회가 보이는 이 풀밭까지 자동차로 올라올 수가 있다. 

 

 

나는 그게 못마땅하게 여겨졌다.

 

 

교회가 있는 봉우리 부근은 모두 천연 목장이었다. 굳이 여기까지 차를 몰고 올라올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교회내에 거주하는 수도사들이 사용할 용품을 조달해주기 위해서라면 허락을 해줄수도 있지만 일반 관광객들은 걸어올라가도록 해도 될 일이지 싶은데.....

 

 

되새김질을 하고 있는 소떼들이 은근히 부러워졌다.

 

 

좁은 사육장에 갇혀 주인이 주는 먹이를 먹기만 하고 강제로 살찌워지는 우리나라 소들이 너무 불쌍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풀밭 위를 신나게 활보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확실히 인생은 즐기기 나름이다.  

 

 

어떤 이들은 짚차를 타고 올라오는데......

 

 

카즈벡산 정상을 오르는데는 보통 3일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산하는데 걸리는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4,5일은 족히 걸린다는 말이겠다. 

 

 

우리는 처음부터 정상까지 올라갈 뜻은 아예 없으니 마음편하다.

 

 

봉우리 위 경치를 살폈으니 이제는 츠민다 사메바 예배당을 향해 걸어갈 차례다.

 

 

나는 자동차길을 피해 걸었다.

 

 

어떤 이들은 저 멀리 보이는 언덕 밑에 텐트를 치고 야영준비를 하고 있었다.

 

 

야영한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나는 추위에 워낙 약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슬슬 일기 시작했다. 바람이 더 세어지면 추위가 엄습할 것이다.

 

 

예배당 가까이 다가가자 건물이 있는 봉우리로 오르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배당 바로 밑 공터에는 관광객들이 타고온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레저용 차들이거나 아니면 지프 종류들이었다.

 

 

회오리바람이 몰려오더니 퍼석 마른 먼지를 하늘로 마구 끌어올렸다.

 

 

한바탕 광풍이 지나고나자 사방은 다시 조용해졌다.

 

 

모두들 샘에서 물을 받아 들이키고 있었다.

 

 

이런 봉우리 위에 샘이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샘물은 수도꼭지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샘터 주위를 자작나무 몇그루가 감싸듯이 둘러서 있었다. 

 

 

절벽 밑으로 카즈베기 마을이 보였다.

 

 

젊은이 한사람이 교회밑 비탈진 잔디밭에 누워 한껏 멋을 내고 있었다. 저렇게 잔디밭에 마구 몸을 누이던 날들이 새삼스레 그리워졌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