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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반듯하게 자란 제자들을 보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by 깜쌤 2015. 4. 4.

 

딱 일주일전인 3월 28일 토요일 낮에는 13년전에 가르쳤던 제자들을 만났습니다. 어찌어찌 연락이 닿아 한번 보게 된 것이죠. 인터넷 블로그와 SNS의 위력을 느껴보는 날이었습니다. 밴드 모임을 통해 같은 반에서 동문수학하던 친구들을 사이버공간으로 다 끌어 모았다고 하더군요. 의과대학에 다니는 예비의사가 병원에서 수고를 많이 했던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해군사관학교를 나와 대위진급을 눈앞에 두고 있는 장교 아가씨와 포스텍(예전의 포항공대)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아가씨 두사람과 만나기로 했던 것이 사이버공간에서 판이 커졌다고 그럽디다. 모두들 환한 표정으로 예약해둔 음식점으로 찾아왔습니다.

 

 

제자들 이름을 기억못할 수도있을 것이고 잘못하다가는 얼굴조차 못알아볼까 싶어 은근히 걱정이 되었기에 집에서 졸업앨범을 꺼내두고 찬찬히 훑어보며 얼굴을 기억해두었습니다. 나이가 드니 그래도 헷갈리네요.

 

 

경주시내에서 소문난 맛집에 모여 점심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반듯하게 자란 청년들을 보니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전 이야기를 하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릴때마다 선생의 보람을 느껴보았습니다. 이런 만남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었으니 우리에게 허락된 예약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습니다.  

 

 

젊은이들끼리 가지는 시간을 더 챙겨주고 싶어 일찍 일어나서 사라지려고 했더니 부산에서 아직 도착하지 못한 아가씨가 한명 있으니 조금만 더 있다가 가시라고 난리였습니다. 할 수 없이 자리를 옮겨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시골 아이들이라고는 해도 모두들 잘 자라서 그럴듯한 학교를 다니기도 했고 어떤 청년은 산업전선에 뛰어들어 벌써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누구는 라디오방송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기도 한다니 너무 흐뭇했습니다. 여학생들은 거의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모양입니다. 노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뿌듯하게 만들었습니다.   

 

 

부근 커피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점심은 얻어먹었으니 커피 정도는 제가 사야지요. 제자들을 만나면 항상 부끄러운 것이 제가 많이 부족한 선생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선생은 많이 모자라도 제자들이 그토록 반듯하니 그나마 제가 가진 못난 점이 조금 덮여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제 밤에는 그런 사실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흘러보낸 시간들이 너무 아쉽기도 했고요.......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해서 모처럼 얼굴을 내밀어보았습니다. 모두들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그자리에 함께 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인사말과 함께 문자를 보내준 제자와, 카톡으로 연락을 취해준 제자들이 하나같이 고맙기만 합니다.

 

 

선생은 많아도 스승이 없고, 학생은 많아도 제자가 없다."

 

일부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더군요.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같은 시골의 삼류선생은 스승이 될만한 자질도 능력도 없었기에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만 못난 선생밑에 좋은 제자들이 그득하게 생겼으니 제가 복도 참 많다는 생각을 해보며 위안을 삼습니다. 

 

"모두들 알러뷰~~~ . 멋진 인생을 살아가기를............"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