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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트빌리시 중심가를 걷고나서 킨칼리를 먹었다

by 깜쌤 2015. 11. 19.

식사를 마치고 거리로 올라오자 세상이 환해진듯 했다.

 

 

거리 곳곳을 장식한 조각상들이 나그네의 마음을 풀어주었다. 

 

 

트빌리시 시내 곳곳에는 호스텔이 많았다. 이런 곳에 숙소를 정해두고 시내 관광에 나선다면 상당한 경비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들도 호스텔에 머무르고 있는 중이다. 

 

 

중심가 여기저기에는 아름다운 건물들이 즐비하다. 어쩌면 트빌리시 극장일지도 모르겠다. 건너편에 가서 사진을 찍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그냥 이쪽에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길을 걷다가 CD가게를 발견했다. 내가 이번 그루지야(=조지아) 여행에서 꼭 구해야할 물건이 하나 있었다. 그건 다름아닌 조지아 민요가 들어있는 CD다. 망설이지 않고 들어갔다. 

 

 

점원 아가씨는 영어를 할 줄 알았다.

"오로벨라라는 민요가 들어있는 CD를 구하고 싶소이다.혹시 있는지요?"

"있습니다."

그녀는 여기저기를 뒤지더니 CD를 한장 꺼냈다. 

"얼마요?"

그녀가 불렀던 가격을 잊어버렸다. 일기장과 금전출납부를 확인해봐도 금액이 적혀있지 않았다. 

 

 

"비싼데요. 더 싼 것을 보고싶소이다."

"복사해 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가격을 더 싸지겠지만 품질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럼 정품을 사겠습니다. 대신 지금 들어보고 싶습니다."

"예, 지금 당장 가능합니다. 들려드리지요."

그녀는 포장을 뜯더니 재생시켜 주었다. 내가 구하려던 바로 그 곡이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CD를 샀다.

 

 

오로벨라는 여섯번째 곡이다. 오로벨라가 어떤 곡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노래의 첫부분은 이런 가사로 시작한다.

 

"아리~~  아라리~~  아라~~  아라리~~  아리~~"

 

이건 누가 들어도 영락없는 아리랑이다. 멜로디가 조금 달라서 그렇지 아리랑을 변형시킨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그런 가사인 것이다. 그게 조지아에 전해내려오는 전통 민요인 것이다. 노래가 더 궁금하시다면 유투브에서 검색해보기 바란다. 비슷한 음악이 많이 뜰 것이다.

 

어쩌면 아리랑의 유래를 연구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만한 자료일지도 모른다. 나는 나름대로의 가설을 가지고 있다. 전문적인 연구를 못했기에 섣불리 내가 생각하는 가설을 밝힐 만한 처지가 아니므로 참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 그 CD를 한장 구한 것으로도 조지아 여행의 본전을 뽑은 셈이 되었다. 

 

 

나는 계속 걸었다. 음악을 빨리 들어보고 싶었지만 들을 만한 시설이 없었기에 참기로 했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 서너번 들어본 적이 있는 곡이므로 리듬과 가사는 분명했다.

 

 

거리 조경을 위해 꽤나 신경쓴 흔적이 역력했다.

 

 

이번에도 커피 광고물을 만났다. 아무래도 조지아 커피에 대해 새로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지금까지 참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커피를 마셔보았다. 커피마시기는 이제 세계인의 공통문화가 된 것같다. 오죽했으면 차마시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중국인들에게도 커피가 요원의 불길마냥 마구 번져가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노천 카페가 참 세련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 시설과 디자인과 건물이라면 서부유럽의 어느 도시라고 우겨도 될것 같았다.

 

 

길거리는 정말 깨끗했다. 산뜻하기도 하거니와 세련되기도 했다.

 

 

가판대를 보면 가난한 티가 나지만 결코 천박하진 않다. 

 

 

 건물의 세련도도 결코 유럽못지 않았다. 동부 유럽의 어느 도시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맞은 편에 카쉬베티 교회가 보였다. 저번에 왔을 때 한번 들어가본 교회다.

 

 

교회 맞은 편 도로 건너에서는 멋진 돌그림 성화를 팔고 있었다. 

 

 

몸집이 꽤나 좋았던 그 성직자는 러시아와 일전을 벌였던 2008년 전쟁의 와중에 무사했는지 모르겠다. 

 

 

교회 맞은 편에 조지아 의사당이 있다. 건물 앞에 솟아오르는 분수가 조지아 의사당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조지아 국기와 유럽연합 깃발이 나란히 게양되어 있었다.

 

 

 2003년 11월이었으리라. 조지아의 시위대는 국회의사당으로 밀어닥쳐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었다.

 

 

당시의 대통령이었던 세바르드나제는 국회의사당에서 연설중이었는데 그는 글라스노스트(=개방)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외쳤던 소련 공산당 제1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 시절에 외무부장관을 지냈었다. 그 세바르드나제가 바로 조지아 출신이었다. 

 

 

세바르드나제가 조지아에서 교육대학을 졸업한 전직 교사였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우리가 잘 아는 스탈린도 조지아 출신이다.  

 

 

 아무렴 어떠랴? 이제 조지아는 빈국으로 추락했고 반등을 위해 몸부림치는 국가가 되었다. 공산당의 폐해를 직접 경험했던 조지아는 그루지야라는 러시아식 이름에서 영어식 이름인 조지아로 나라 이름을 바꾸었고 친미정책으로 일관했다가 2008년에 러시아로부터 호된 일격을 당했던 것이다.

 

 

 그런 영욕의 역사가 묻어있는 곳이 이 거리다.

 

 

 의사당 앞에는 수리중인 건물이 보였다. 어떤 건물이었을까?

 

 

나라 기틀을 새로 다잡기 위해 마음을 다시하여 새출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의사당을 지나자 하얀색 건물이 나타났다. 학생청년궁전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옆은 타비수플레비스 광장 부근에 있는 메트로 입구다. 오늘 아침에 여기에서 지하철을 탔었다.

 

 

성 조지가 용을 밟고 서있는 탑이 광장 중앙을 장식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트빌리시의 신시가지를 아우르는 거리를 지나온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멋진 구시가지가 펼쳐지지만 어제 저녁에 구경을 했었다. 우리는 광장에서 방향을 틀기로 했다.

 

 

분수대에서 강변쪽으로 가서 쿠라강을 건넌 뒤 츠민다 사메바 대성당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7년 전에 왔을 때도 이 분수대에서는 물이 넘치고 있었다. 부근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어서 들어가 시가지 지도를 구했다. 박물관이 그날 휴관이라는 사실도 아이(i) 에서 알았다.

 

 

우리는 자유광장 부근에 있는 푸시킨 공원의 야외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유광장 한쪽면은 알렉산드라 푸시킨 거리다. 푸시킨! 그는 제정 러시아 시대의 시인이었다. 거리를 따라 하얀색 건물이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초록색 의자가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주고있는 야외카페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투보르그 비어 하우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만두처럼 생긴 모습을 지닌 킨칼리라는 이름의 조지아 특산 음식은 한개당 0.6라리라고 하니 한번 주문해보기로 했다.

 

 

먼저 돈을 지불하고나면 나중에 음식과 주문한 음료수를 가져다 준다.

 

 

오래 걸었더니 다리가 아팠다. 그러길래 휴식이 더 달콤했는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킨칼리가 왔다. 만두라고 여겨도 크게 다르지 않다. 꼭다리 부분을 쥐고 윗부분을 입으로 뜯은 뒤 육즙을 먼저 먹고나서 나머지 부분을 먹는단다. 꼭다리 부분을 남기는 것이 이 나라 사람들의 습관이라나?

 

 

나는 커피를 마셨다. 커피 맛이 나쁘지 않았다. 킨칼리도 맛을 보았다. 제법 짜다. 그리 자주 먹을 음식은 못되는 것 같았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