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벽 밑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그늘로 들어가니 시원해서 견딜만 했다.
요새 한쪽 절벽밑은 식물원이다. 문외한의 눈에도 여러가지 나무들이 의도적으로 심어져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을 정도다.
깎아지른 절벽 밑에 감시탑 비슷하게 만들어둔 구조물의 용도는 과연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졌다.
감시용탑으로 쓸 생각이었다면 언덕 뒤에 만들어두어야 정상이 아니던가? 방금 보고 온 예배당이 발밑에 남았다.
요새의 최정상 부분이 눈앞에 다가왔다.
구글 위성지도를 살펴보면 건너편 산너머로 거대한 호수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쪽에서 보아서는 그런 낌새도 차릴 수 없지만 말이다.
트빌리시 국제공항은 도시의 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강하류쪽이 된다.
이쪽이 상류 방향이다. 강건너 편에서 상류쪽으로 올라가면 트빌리시 중앙역이 나온다.
이따가 이 요새에서 내려가게 되면 강건너편 지역을 조금만 살펴볼 생각이다.
도시를 이루는 건물 사이사이로 예배당들이 보였다.
강을 가로지른 조형미가 돋보이는 다리는 분명히 저번 여행에서는 못보았었다.
도시의 구조를 알아보려면 높은 곳에 올라가서 살펴보는게 최선이다.
성벽밑으로는 야간조명을 위한 시설이 설치되어있었다. 확실히 밤에 보면 아름다우리라.
다리 건너편 먼 산 부근에 보이는 큰 건물이 트빌리시를 대표하는 츠민다 사메바 예배당이다.
도시 경관이 이정도면 예쁜 편 아니던가? 고층빌딩이 즐비한 것보다 이런 낮춤한 건물이 가득한 도시가 확실히 더 고귀해보인다.
요새 정상부에 서서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으리라.
백인 젊은이 한쌍이 이런저런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보기에 좋았다. 젊은이들을 짝을 이루어 다니는 모습도 좋고 아기들을 보면 더 귀엽게 보인다.
절벽 밑으로 길이 보였다. 요새에서 바로 내려가는 길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마침내 나리칼라 요새의 정상부에 섰다. 십자가가 세워져있었다.
요새너머로는 케이블카 종착점이 자리잡고 있었다. 종착점 너머로 조지아 어머니상도 같이 서 있다.
산 정상부의 좁은 부분에도 예전에는 요새가 연결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조지아의 어머니상을 손보아두었는지 모르겠다. 7년 전에 왔을땐 조잡한 시멘트 덩어리라는 느낌이 들었었다.
건너편 산에 텔레비전 송신탑이 보였다. 트빌리시에서는 저 송신탑만 보고 다니면 방향을 잃을 일이 없다.
식물원이 더 뚜렷하게 다가왔다. 하늘로 치솟은 나무들은 사이프러스 전나무일 것이다. 반 고흐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나무들이 아마 이 나무들이리라.
케이블카가 도착할때마다 사람들이 쏟아져나왔다.
조지아가 존속하는한 저 어머니상은 트빌리시를 굽어보고 서 있을 것이다.
츠민다 사메바 예배당이 저녁햇살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 정도의 도시 규모가 한나라의 수도인 조지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 러시아도 그리 좋은 소리를 듣기는 어렵겠다.
나는 요새안의 성당쪽으로 다시 내려왔다.
이제 트빌리시의 전모는 다 살핀 셈이다.
요새의 정문을 통해 곧장 나가려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간이 카페에서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노를 한잔 주문했다. 2라리다.
미남 ㄱ사장이 구해온 간단한 기념품이다.
카페옆에서 파는 뿔잔이 예쁘기도 했지만 탐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해가 슬슬 떨어지고 있었다. 요새로 오르는 길을 따라 걸어내려갔다.
나리칼라 힐 카페에 건너편 도시경관이 반영되어 나타나있었다. 기우는 햇살을 받아 도시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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