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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트빌리시에서는 숙소부터 구했다

by 깜쌤 2015. 10. 28.

 

국경에서 트빌리시까지는 약 56킬로미터 정도다.  그러니 한시간 정도면 간다. 길가로 펼쳐지는 주택들의 환경적인 분위기는 1980년대의 우리들 시골과 흡사했다. 

 

 

한번씩은 작은 도시들을 지나기도 했다. 읍단위 정도의 크기가 될까말까하다.  

 

 

아르메니아글자와 조지아 문자는 확실히 다르다. 조지아 글자는 어딘가 동글동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길가 안내판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내눈에는 타일랜드 글자와 닮은듯이 보였다.

 

 

광활한 골짜기를 지난다. 도로 양쪽으로 언덕이 이어지고 먼곳으로는 그보다 약간 더 높은 산들이 줄을 이었다. 전체적으로 거대한 골짜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이십몇년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배낭여행을 다니다보니 여름 아니면 겨울철에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허구한날 여름 아니면 겨울여행이었으니 참 단조로운 계절경치만 보고다녔던 셈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곳의 풍광은 봄이 좋을 것이다.  

 

 

언덕과 먼산 전체가 푸르게 물든 그런 경치를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바싹 말라 비틀어진 언덕과 약간의 푸르름이 남아있는 골짜기만 보고다니는 것 같아 마음이 쓰리다. 

 

 

이제 트빌리시까지 13킬로미터다. 다 온것이나 마찬가지다. 론리플래닛에 의하면 조지아의 강점은 '멋진 풍광'과 '국민들의 외국인을 대하는 우의 넘치는 친절', 그리고 '다양한 야외체험활동'이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있다는 말이다. 7년전에 잠시 경험했던 조지아는 잊어버리고 새로운 조지아를 만나봐야겠다는 기대감이 불쑥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이번 조지아여행도 그리 길지는 않을것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체일정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언덕을 넘어서자 앞쪽으로 긴 골짜기가 나타났다. 저기일 것이다. 트빌리시는 저 골짜기 안에 크고 기다란 몸을 누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탄 차는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언덕이라야 그리 높은 것도 아니니 골짜기를 향해 조금 내려가는 수준이었다.

 

 

길가에 아파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파트라고 해도 우리나라처럼 수십층짜리 높이를 자랑하는 그런 것들이 아니고 기껏해야 10층 내외였다. 변두리는 이럴지라도 도심부는 다를 것이다.

 

 

트빌리시는 쿠라강을 따라 발달한 도시다. 강은 강이되 내륙을 흐르는 강이기에 그리 넓지도 않을 뿐더러 크게 깊지도 않다.

 

 

도심으로 접근하자 높은 아파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운전기사는 교외에 우리들을 내려다주고 돌아갈 뜻이 있는것 같았다. 내 입장에서는 당연히 도시 깊숙이 들어가기를 원한다. 그래서 계속가자고 했다.

 

 

조지아에서 한자를 만났다. 중국수력발전소회사가 여기서도 사업을 벌이는 모양이다. 최근 몇년 사이에 중국회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국경을 넘어 터키까지 가서 보고 듣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중국인들이 유명관광지를 점령해버렸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마침내 트빌리시 외곽지까지 다가갔다. 내가 보기에 운전기사는 분명히 조지아 방문이 처음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시가지 중심부로 가기를 두려워했다. 돌아가야할 시간도 시간이겠지만 중심부로 들어갔다가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을 겁내는 눈치였다.

 

 

그는 우리를 트빌리시 남부 시외버스터미널격인 오르타찰라(Ortachala)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 정도라면 나도 만족한다. 트빌리시가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내가 양보하기로 했다.

 

운전기사는 이 부근에서 환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운전기사의 말이고 우리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꼭 그런것만은 아니다. 국경을 넘은 날이 일요일인데가 변두리여서 환전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것이 문제라는 사실을 이야기하자 기사는 택시에서 내리더니 길거리에서 마주친 조지아 영감을 데려왔다. 조지아 영감과 운전기사의 말인즉 - 비록 대강 알아들은 말이기는하지만- 육교를 건너 건너편에 가면 환전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환전해서 트빌리시 구시가지인 올드타운까지는 택시를 타고 가면 된단다.

 

 

누가 그런 사실을 모르는가 말이다. 우리는 배낭여행자이니 가능하면 택시보다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사용함으로써 돈을 아끼고 싶고 몸이 피로하니 빨리 숙소를 찾아서 짐을 풀어놓고 쉬고 싶다는 것이지. 우리는 텍시기사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심성이 선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육교를 건너 맞은 편에 가보니 제법 규모가 있는 버스터미널이 보였다. 다행히 환전소도 있었고 음식점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천만다행이다. 우리는 상가건물 2층으로 올라가서 환전을 했다. 100달러를 주었더니 230라리를 준다. 1달러에 2.3리라로 친다면 1라리는 우리돈으로  520원 정도라는 말이다. 그러면 물가수준을 짐작할 수 있겠다.

 

 

우리는 아르메니아 돈도 달달 긁어서 환전을 했다.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다 모았더니 약 2만드람이 되었다. 80라리를 받아서 그 돈은 공동경비로 쓰기로 했다. 이제 조지아 돈도 챙겨넣었으니 늦은 점심이라도 먹어야했다. 

 

터미널이니까 당연히 음식점이 있다. 우리가 들어간 집은 메뉴와 가격표시가 없었다. 그런 곳에서 음식을 먹을 땐 조심해야한다. 바가지를 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지아에는 방금 도착했으니 물가수준을 모르는 처지다. 아주 간단한 뷔페식 볶음밥도 있었지만 안전한 것을 먹기로 했다. 터키식 케밥을 시켰더니 아르메니아의 샤우르마나 터키의 되네르케밥과 비슷하게 만든 음식을 가져왔다. 5라리다.

 

 

점심을 먹었으니 이젠 올드타운으로 가야한다. 조지아의 수도인 트빌리시 관광의 핵심은 올드타운이다. 터미널 앞에서 택시를 타려고 했더니 운전기사들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진을 친 기사들은 장거리 손님들을 노린다는 이야기로 알고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올드타운 모에다니 기념탑이라 쓴 종이쪽지를 보여주었더니 타라고 했다.

 

그는 친절했지만 차 안에는 미터기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내가 미터기라고 해도 그는 못알아들었다. 어쩌면 못알아들은척 했는지도 모른다. 오르타찰라 터미널에서 모에다니 기념탑까지는 2.5킬로미터 거리였다. 그냥 큰 돈을 주고 내리면 알아서 잔돈을 내어줄 것인데 순간적으로 내가 말실수를 해버렸다. 바보같이 그만 '얼마냐'라고 물어버렸던 것이다.

 

 

그가 20라리를 불렀으니 내가 진 게임을 해버린 것이다. 우리돈으로 치면 약 1만원이다. 타기 전에 요금을 물었어야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나도 한번씩은 바보짓을 할때가 많다. 실제요금이 그정도였는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아직도 비싸게 주었다는 기분때문에 약간은 찜찜하다.

 

 

모에다니 기념탑이 있는 광장에는 7년전에 와본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광장에서부터 시작하여 방향을 찾아나가는 것은 식은죽 먹기다. 광장으로 연결되는 거리 한구석에 배낭을 모아두고 미남 ㄱ사장과 호텔을 찾으러 갔다.

 

몇군데 호텔을 가보았지만 요금이 너무 비쌌다. 조금 깨끗하다 싶은 곳은 트윈베드룸을 15만원(120달러)정도로 불렀고 내가 보기에 조금 후줄근한 느낌이 드는 다른 곳도 7,8만원은 예사로 불렀다.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서 돌아나왔다. 코테 아프카지 거리 한쪽에서 2층에 자리잡은 호스텔을 하나 발견하고 들어가보았다. 나이가 조금 든 중년부부가 거실에 앉아있다가 반갑게 맞아주었는데 교섭을 해보니 방 두개와 거실 하나짜리인 공간을 120라리에 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실내를 둘러보니 그 정도면 합격이었다. 명색이 유스호스텔인데 주인 내외가 살다가 빌려주는 모양이었다. 살림살이가 그대로 다 있으니 그냥 써도 된단다. 1인당 30라리니까 15,000원 정도에 머무를 수 있었다. 우리는 기꺼이 거기- 웰컴유스호스텔-에 머무르기로 했다.

 

 

다시 나가서 일행을 데려왔다. 이제 짐을 풀어놓고 외출을 나가야한다. 오늘은 구시가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그래야 트빌리시에서의 일정 소화하기가 쉽다.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주인내외가 입구 양쪽에 앉아있다가 환하게 웃어주었다. 

 

 

 거리에 보이는 환전소 환율을 보았더니 우리가 환전했던 환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늘 일이 잘 풀렸다는 이야기다.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그럼, 이제 트빌리시의 구시가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