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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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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첫날밤부터 노숙이라니....

by 깜쌤 2015. 9. 8.

 

공항에서 오래 대기하고 있으려니 좀이 쑤시는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자리에 오래 가만히 있는게 힘들면 돌아다니면 되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만 좀이 쑤시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물을 마시고 싶었다는 것이다. 물을 마시고 싶으면 면세점에 가서 돈내고 사먹으면 되지 왜 말이 많으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돈만 내면 물을 사먹을 수 있다는 것을 누가 모르랴? 

 

 

정 물을 마시고 싶으면 화장실에 가서 나오는 물을 마셔도 된다. 그런데 그게 찜찜하게 여겨진다는 것이 문제다. 여행을 해보면 알겠지만 설사만큼 곤욕스러운 병이 또 있으랴 싶다. 달리는 만원 버스안에서 설사를 만나면 대책이 없다. 그 곤혹스러움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러니 물을 함부로 마시는 것은 정말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탑승 게이트 앞에서 대기중이므로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면세점에 가서 냉장고 속에 들어있는 물병을 골랐다. 계산대에 갔는데 점원이 비행기 티켓을 보잔다. 비행기표를 보여주었더니 경유하는 승객은 면세점을 이용할 수 없다고 하는게 아닌가?  

 

 

아니? 이게 무슨 황당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경유승객은 면세점을 이용할 수 없다는 이 기막힌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으랴? 경유지의 면세점에서 구입한 액체류는 기내보안상 기체반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실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 당장의 갈증 해소를 위해 마실 물을 사려고 하는데 경유승객에게는 안 판다니 이걸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랴? 약이 오른 나는 환승구역내에 있는 카페나 바에도 가지 않고 약 5시간 정도를 물도 마시지 않고 버텨냈다.

 

 

그럭저럭 아르메니아의 수도인 예레반으로 가는 비행기 탑승시간이 되어 탑승했다. 비행기는 좌우 2열씩 좌석이 배치된 소형 여객기이었다. 자리에 앉아 동승한 사람들을 살펴보니 어딘지 약간씩은 후줄근해보인다 저희들 눈에는 얼굴 노란 우리들 황인종 일행이 더 이상해보일 수도 있었으리라. 가만히 살펴보니 황인종은 우리들 뿐이었다.

 

 

러시아항공의 예레반행 SU 1866편은 오후 9시 15분에 출발했다. 이제 아르메니아로 가는 것이다.  아르메니아는 옛날의 소련에 속했던 나라이다. 지금은 독립국가가 되었지만 참으로 기구한 운명 속에서 약소민족의 설움을 가득 안고 버텨온 그런 나라였기에 기대보다는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간 나라였다.

 

 

비행시간은 약 세시간 정도다. 밤이어서 그런지 기체 아래는 한결같이 어둠 뿐이었다. 어쩌다가 불빛이 있는 도시위를 지나기도 했지만 큰 규모는 아니었다.

 

 

이륙후 얼마지나지 않아 기내식을 가져다주는데 간식수준 정도였다.

 

 

샌드위치와 사과음료 정도였다. 어딘지 성의가 모자라보이는 그런 기내식이었던 것이다.

 

 

아르메니아의 츠바노프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새벽 1시 반이었다. 내리긴 내렸는데 바깥 풍경이 어떨른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우리는 아르메니아의 비자를 받지 않고 갔다. 도착비자가 발급이 되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입국해서 계단을 내려가니 도착비자를 발급하는 곳이 있었다.

 

일단 신청서를 써서 낸 뒤 환전소에 가서 환전을 했다. 입국 비자 발급 요금이 3,000드람으로 되어 있었다. 내가 대표로 40달러를 환전했더니 18,800드람을 내주었다. 그렇다면 1 달러가 470드람이라는 말이다. 10드람이 우리돈으로 25원 정도가 된다는 말이겠지.

 

아르메니아의 공무원들은 참으로 친절했다. 우리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어주려고 무척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처음부터 인상이 좋은 나라였다. 여유가 있고 미소가 넘치는 그런 나라였기에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돈과 함께 여권을 내밀었더니 비자를 여권에 붙여준다. 비자를 받고난 뒤 입국절차를 밟았다. 배낭을 찾아서 매고 입국했더니 새벽 두시가 넘었다.  이 새벽에 공항 호텔을 찾아가는 것도 그렇고 해서 노숙을 하기로 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으로 공항부근에 있는 호텔들을 검색해두긴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공항안이 조용한데다가 쉴만한 데가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한적하고 구석진 곳을 찾아낸 우리들은 배낭을 가지고 이동했다.

 

 

동행한 분들에게 침낭이 필요하므로 반드시 가지고 올 것을 요구했던 터라 장소를 찾아낸 뒤 침낭을 꺼내서 깔았다.

 

 

그 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별별 공항에서 노숙을 해보았다. 나에게 제일 힘들었던 곳은 태국의 돈무앙국제공항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 돈무앙 국제공항은 새로 지은 멋진 신공항에게 국게공항으로서의 역할을 넘겨주었지만 한때는 태국의 대표적인 공항이었다. 거긴 시끄럽기도 하고 사시사철 에어컨 바람이 너무 강해서 견디기가 힘들었었다.

 

 

빨래를 널기 위해 빨래줄용으로 준비해온 밧줄로 배낭을 엮어 묶은 뒤 잠을 청했다. 한두시간이라도 잠을 자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다음 날 일정을 소화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편하기 때문이다.

 

 

두어시간 정도 눈을 붙였을까? 내가 눈을 떴더니 남들은 다 일어나 있었다. 차례대로 화장실에 가서 복대를 정리하고 다시 모였다. 여기쯤에서 팁 한가지! 입출입 절차를 밟을 때는 몸에 부착시킨 복대를 떼어서 휴대용가방에 넣는 것이 편하다. 워낙 보안검사를 철처히 하는 세상이므로 입출국 절차를 밟을 때 몸에 복대를 부착하고 있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 준비가 되었기에 이제는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공항까지 무사히 왔으니 이제는 시내에 들어갈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일반적으로 어느 나라든지 국제공항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상례다. 가까우면 10킬로미터 정도지만 심하면 사오십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 들어가는데만 한시간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는 론리 플래닛을 펴서 몇번이고 확인해두었다. 메트로가 가장 멋진 방법일 것 같아서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들어가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카모라는 이름을 가진 택시운전수가 우리를 찾아와서 자기 택시를 사용하지 않겠느냐며 말을 걸어왔다.  

 

 

말을 섞어본 결과 이 사나이는 고대사에 엄청 해박한 지식을가지고 있었다. 포에니 전쟁에 패한 한니발이 아르메니아로 도망쳐서 망명처를 찾았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자기 나라 역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기본자세이지만 자기 나라를 찾은 외국인에게 그런 사실을 영어로 술술 설명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 아니던가? 나는 필요할 경우 당신을 부르겠다는 말로 카모씨의 제안을 뿌리치고 대신 그의 전화번호를 확보해두었다.

 

 

얼마쯤 지나자 날이 밝기 시작했다.

 

 

우리는 노숙했던 자리를 깨끗이 정리했다.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정보확인작업에 들어갔다.  

 

 

 도착장에 있는 인포메이션센터를 찾아갔다. 메트로에 관해 물어보았더니 지하철이 아직까지는 공항과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시내버스 번호와 운행시간을 알고 있는지라 택시를 타는 것이 제일 편하고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내의 도착장 부근에는 많은 현지인들이 몰려있었다.

 

 

우리는 공항시설을 살펴보며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찾으러 다녔다.

 

 

아르메니아의 국제공항도 그런대로 깔끔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출구를 찾아 밖으로 나갔다. 나는 공항에서 아라랏 산이 보이는지 그게 궁금했다. 공항에서 아라랏산을 볼 수 있다면 그것도 대단한 행운을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밖으로 나가서 남쪽을 살폈지만 아라랏산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북쪽으로 돌렸더니 또 다른 산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것만 보였다. 그렇게 걷고있는데 어느 사이엔가 카모라는 이름을 가진 그 택시운전수가 우리에게 다시 따라 붙었다. 

 

 

그의 영어발음은 별로였지만 대화은 내용은 다양하고도 풍부했다.

 

 

동녘 햇살에 드러난 아르메니아의 추바노프 국제공항은 아름다웠다.

 

 

화려한 그의 언변에 넘어간 나는 그가 말하는 택시를 한번 타보기로 했다.  

 

 

그를 따라 공항 정차장에 갔다.

 

 

공항에서 그가 자랑하는 택시를 처음 본 순간,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이런 차가 아직도 굴러다닌다니.... 그의 택시는 옛 소련에서 생산된 볼가 승용차였다.  

 

 

여기가 쿠바도 아니고....  쿠바라면 고급 클래식카를 찾아보는 재미라도 있지. 이건 숫제 고물차 경연장에나 나갈 폐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터져나왔다. 우리가 그런대로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현대와 기아차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가 아는지나 모르겠다.

 

 

그런 사실을 그가 왜 모를까마는 그에게는 우리같은 손님을 붙잡는 것은 생사(?)가 달린 사업이니만큼 그의 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차안에서도 그는 끈질기게 내일 일정을 물어왔다. 자기 차를 타고 아르메니아 어디라도 다 다닐 수 있으니 걱정말라고 하며 세일즈 작업을 걸어오는 것이었다. 

 

 

노회한 카모씨는 그가 가진 고물 자동차와는 달리 눈치하나는 기막히게 빠른 사람이었다. 어느 정도 달리던 그는 자동차를 세우면서 우리들 보고 사진을 찍으라고 말했다. 아까 공항에서는 보이지 않던 아라랏산이 도로 오른쪽에 위용을 자랑하며 떡하니 나타난 것이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