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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아르메니아로 간다

by 깜쌤 2015. 9. 7.

 

보기에 따라서 나는 심각한 환자가 틀림없다. 여행중독증 환자라는 말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8년전 8월에 돌아가신 선친의 추도식을 금요일에 끝내고 주일을 보내자말자 나는 배낭을 싸기 시작했다. 

 

 

짐이라고 해봐야 별 게 없다. 평소에 모든 게 다 준비되어 있으므로 배낭속에 쑤셔넣기만 하면 된다. 비행기표는 120만 1400원을 주고 샀다. 그러니까 아르메니아로 들어가서 터키에서 나오는 비행기요금이 120만원이라고 보면 된다. 성수기요금이 그런 식이니까 비수기인 요즘은 요금이 더 떨어질 것이다. 8월 11일 인천 출발 모스크바경유,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 도착이다.

 

 

돌아올땐 9월 2일에 터키의 이스탄불을 출발해서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경유한 뒤  9월 3일 아침에 인천 도착하는 것이 기본 스케줄이었다. 모스크바 경유니까 항공사는 당연히 러시아가 자랑하는 아에로플로트항공이다.

 

 

일행은 나를 포함해서 남자 네명이다. 제일 젊은 양반이 사십대중반이다. 내가 리더겸 안내자 역할을 맡았다. 

 

 

팀의 막내인 ㄱ사장의 부인께서 아침에 일행들을 픽업 해주어서 KTX 신경주역에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출발하기 하루 전날, 아내는 이번 여행의 행선지가 어디냐고 물어왔다. 남편의 성격을 잘 아는 아내인지라 행선지를 묻는 것은 오랫만이었다.

 

 

사실 아내의 평소행동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거의 한달씩이나 집을 비워도 아무말없이 고개를 끄덕여주고 남편의 행동을 이해해주는 아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식으로 여행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가 타고자 하는 기차는 아침 59분에 신경주를 출발하여 서울역에는 10시 5분에 도착하도록 예정된 기차다.  

 

 

나는 출국을 하러 공항에 갈때는 반드시 기차를 타려고 노력한다. 늦을 가능성이 가장 적은 탈것이 기차이기 때문이다.

 

 

서울역에 도착해서는 공항철도를 타기로 했다.

 

 

안전하고 빠르며 거기다가 가격또한 저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10시 25분에 출발하는 공항행 직통열차표를 고속열차표와 연계해서 사두었기 때문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고속열차가 10분이나 늦게 도착한 것을 서울역에서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었다.

 

 

공항으로 가는 직통열차안에 손님이 거의 없어서 우리가 전세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안내센터에서 기차표를 보이고 직통열차 카드를 받아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자주 느끼는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처럼 지하철이 깨끗하고 운행시간이 정확하게 잘 지켜지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11시 5분이 되었다. 서울역에서 40분만에 공항까지 왔다는 이야기다.

 

 

그 정도면 아주 준수하다. 비행기를 타기 위헤서는 출발시각 두시간 전까지 공항에 도착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나같은 배낭여행자들은 할인항공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두시간 정도 미리 도착하는 것은 필수적인 행동이다.

 

 

우리가 타야할 비행기는 오후 1시 30분에 출발할 예정이었으니 출발 두시간 하고도 25분전에 도착했던 것이다.  

 

 

한숨을 돌린 뒤 전광판을 살폈다. 체크인 카운터가 어디인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혼자 여행하는 여행객들은 전광판을 살피는 습관을 들여여한다. 항공편에 관한 모든 정보가 뜨는 곳이기 때문이다. D열 23-35번 카운터에서 러시아의 아에로플로트항공 251편에 대한 체크인을 한다는 내용이 떴다. 체크인을 하며 짐을 보내고 난 뒤 10분쯤 기다렸다가 출국수속을 밟았다. 

 

 

외국 국적사이므로 우리가 사용해야할 게이트는 멀리 배정되어 있었다. 일단 123번 게이트앞으로 이동했다. SU 251편의 게이트가 123번이었기 때문이다. SU는 러시아의 아에로플로트 항공을 의미하는 약자다. 이런 약자는 반드시 기억해두어야 한다. 대한항공은 KE, 아시아나항공은 OZ, 뭐 그런 식의 약자다.

 

 

게이트를 찾아갔더니 우리가 타고갈 러시아항공의 비행기가 보였다. 우리는 표를 예약할때 좌석까지 함께 지정을 해두었다.

 

 

내 좌석은 창가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나름대로 신경을 쓴다고 썼지만 탐승해서 내자리를 찾아가보았더니 날개부근이었다. 너무 약아도 안되는 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러시아국적기를 타보는 것은 7년만이다. 그 사이에 비약적인 발전을한 것 같다. 좌석에 모니터가 생기고.....

 

 

기내용 실내화까지 준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이륙을 위해 유도를 따라 활주로로 접근해갔다. 이륙을 기다리는 비행기들이 줄을 섰다.

 

 

우리가 탑승한 비행기는 대형이었다. 가운데 4열로 배치된 의자가 있고 좌우로 3열씩 배치된 비행기니 대형 여객기임이 틀림없다. 그런 비행기임에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이륙을 하고나자 모니터에 항로가 떴다. 황해를 거쳐 중국과 몽골 상공위를 나른 뒤 시베리아로 들어갈 모양이다.

 

 

금발을 가진 러시아 미인 스튜어디스들의 서빙이 시작되었다. 제일 먼저 오렌지주스를 한잔씩 돌렸다.

 

 

나는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며 모니터 속에 나타나는 내용물 탐색작업을 시작했다. 이어폰 꽂는 곳도 몰라서 기계를 잘 다루는 ㄱ사장에게 물어서 확인했다.  나이들면서 슬슬 기계치가 되어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비행기는 중국땅으로 들어섰다.

 

 

북경상공을 지나자 점심을 주기 시작했다.

 

 

여승무원들의 서빙하는 자세도 많이 달라졌다.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보았다. 예전보다는 확실히 좋아졌지만 아직도 더 노력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내식 수준이 그리 높은 것은 아니지만 발전을 한 것만은 틀림없다.

 

 

나는 말끔하게 비웠다. 앞으로 24일 동안은 우리 음식을 먹을 수 없으므로 시작단계부터 철저하게 위장과 혀를 적응시켜두어야한다.

 

 

비행기 유리창밑으로 보이는 대지가 점점 메말라가기 시작했다.

 

 

초원지대를 지나 사막으로 다가서는 모양이다.

 

 

졸다가 눈을 떴더니 비행기는 시베리아 상공을 날고 있었다. 거대한 강물이 대지를 휘감아 돌고 있었다. 

 

 

아주 드물게 한번씩은 도시가 보이기도 했다. 

 

 

다시 밥을 준다. 이번은 저녁인 셈이다. 밖은 환한데.....  우리나라 과자 봉지가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이번에는 빵과 만두와 잡채를 먹었다.

 

 

얇게 뜬 고기 한두조각과 달걀도 있지만 부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밥을 먹고는 다시 졸았다. 그러다가 하강을 시작한다는 느낌에 눈을 떴다.

 

 

날개 밑으로 모스크바 교외가 보였다.

 

 

시가지도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져갔다.

 

 

모스크바 현지 시간으로 4시 30분에 도착했다. 트랩을 대고난 뒤 계단을 통해 비행기 바깥으로 나왔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모스크바의 대지를 밟아보았다. 그리고는 승객 이동용 버스에 올라서 입국장으로 향했다.

 

 

2층으로 올라가서 트랜스퍼 창구를 찾았다. 입국장 통로를 따라다가 보면 국내선 환승장 옆에 국제선 환승장이 나타나게 되어 있었다. 국제선 환승장 부근에는 거대한 원형카운터가 있으므로 조금만 신경쓰면 누구가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두었다.

 

 

항공권과 여권을 보이고 환승장문을 통과하면 곧이어 검색대가 나타난다. 검색대를 통과하면 다시 아래 층으로 내려가서 타고갈 비행기를 대기하도록 되어 있었다. 7년 전에도 그런 식으로 했었다.

 

 

우리가 타고가야할 비행기는 모스크바 현지 시간으로 오후 9시 35분발이다. 그러니 공항에서 5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했다. 지겹다면 지겨운 시간이지만 론리플래닛 아르메니아 편 책자를 꺼내 정보를 찾아보며 시간을 죽였다. 

 

 

한쪽에 대한항공 비행기가 보였다. 귀국하는 사람들이 사용할 비행기일 것이다. 우리도 24일 뒤에는 저 비행기를 타야할 것이다.  목이 말랐다. 물을 사서 마시기 위해 면세점에 들렀다가 황당하기 짝이 없는 경험을 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하기로 하자.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