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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예레반 중심부를 걷다

by 깜쌤 2015. 9. 12.

 

정부청사 맞은편에는 외무성 건물이 있고 정부청사와 외무성을 좌우에 거느리고 있듯이 서있는 건물이 아르메니아 내셔널 아트 갤러리다. 사진에 보이는 이 건물이 내셔널 아트 갤러리(National Art Gallery)다.

 

 

정부청사와 아트 갤러리, 그리고 외무성 건물로 둘러싸인 광장이 공화국광장인데 이곳의 진가는 밤이 되어야 확연히 드러난다.

 

 

공화국 광장은 제법 넓었다. 아르메니아라는 나라가 인구는 그리 많지 않은 나라지만 국가로서의 체용은 갖춘듯 했다. 

 

 

광장바닥의 디자인이나 구조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다. 은근한 매력을 뿜어내는 묘한 느낌을 주는 나라라고나할까?

 

 

광장 한쪽에는 벤치가 놓여있었지만 워낙 햇살이 뜨거워서 그런지 해바라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도 목이 말랐다. 국립미술관 앞에 있는 분수대에 고인 물은 많은데 정작 마실 물이 없다는게 문제였다.

 

 

분수대를 둘러싸고 있는 풍경은 제법 균형미가 넘쳤다.

 

 

정작 내가 좋았던 것은 깨끗했다는 것이다. 휴지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이 나라의 건물들의 기본 색깔은 연한 황갈색이었다. 정부청사든 교회든 그런 색깔을 띈 건물들이 많았다. 

 

 

지붕은 붉은기가 살짝 도는 기와를 얹은 집들이 많았다. 그러니 도시가 한결 차분해보이고 점잖아보인다. 

 

 

분수대를 지나 국립미술관 옆으로 갔다.

 

 

맑은 물이 퐁퐁 솟아오르는 멋진 수도가 보였는데 군인들이나 경찰이나 지나다니는 시민들이 마음대로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마셔두어야했다. 확실히 사람이 쉽게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 같았다. 물을 마신 뒤 플라스틱 병을 꺼내 물을 채웠다.

 

 

조금 정신을 차리고나자 아르메니아 남녀들의 자태가 눈에 슬슬 들어오기 시작했다.

 

 

미술관옆에서부터 카페가 시작된다. 카페! 프랑스의 카페, 오스트리아의 카페 못잖은 곳이 아르메니아의 카페일 것이다. 

 

 

카페 가게옆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다. 동행한 한분이 자기가 쏘겠다면서 아이스크림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살살 녹았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내 뒤통수에 통증이 시작된 것이 옥의 티였다고나 할까.

 

 

거리 곳곳에 고급스런 카페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길거리에 의자를 내어놓은 야외카페가 있는가하면 실내를 개방해서 카페로 꾸민 곳도 많았다.

 

 

아르메니아 수도인 예레반의 중심부 거리는 마름모꼴로 도로를 배치한 것 같았다. 격자모양으로 단정하게 배치한 정사각형 모습이 아닌 마름모꼴로 만들어진 구역이 연속되는 아주 독특한 형식의 도시였다. 지금 우리가 걷고있는 도로 끝머리에 보이는 건물이 오페라하우스다. 

 

 

우리는 오페라하우스를 목표로 삼고 걸었다.

 

 

고급진 카페에는 선글래스를 낀 윤곽 뚜렸한 젊은이들이 많았다.

 

 

낮거리는 텅 빈듯한 느낌을 주지만 밤풍경은 완전히 달랐다. 뜨거운 햇살 덕분에 우리는 건물구경만은 확실하게 할 수 있었다.

 

 

길거리에는 온갖 종류의 승용차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디자인감각이라고는 눈씻고 찾을래야 찾아볼 수도 없는 구형 차들이 거리를 누비고다니는가하면 날렵하게 잘 빠진 최신형 차들이 보이기도 했다. 

 

 

건물들의 높이를 맞추어서 단정한 느낌이 들도록 만든 거리였다.

 

 

건물들의 형태도 비슷한듯 하지만  각기 다르다. 나는 그게 신기했다.

 

 

중심부에는 고급호텔들이 많았다. 물론 숙박요금은 비싸다. 배낭여행자 주제에는 이런 곳에서 하루를 묵겠다는 터무니없는 꿈을 꾸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지나가는 동양인이 신기했던지 사진기 앞에 알짱거리는 아이가 있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즉석에서 자세를 잡아주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살폈더니 한결같이 미남미녀들이었다.

 

 

이런 건물들은 고급아파트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리에 면한 쪽은 당연히 카페공간으로 쓰고 있었다.

 

 

아르메니아를 가난한 국가라고 얕잡아보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러시아적인 냄새가 스며들어있긴 하지만 미적인 감각이 남다른 나라다. 

 

 

슬금슬금 걸었더니 어느덧 오페라하우스가 한 블럭 앞으로 다가왔다. 

 

 

 

횡단보도를 건넜다.

 

 

도로 양쪽에는 의자를 배치해서 누구나가 쉽게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차가 함부로 들어올 수 없도록 했다는 것이다.

 

 

작긴 하지만 도시 곳곳에 인공호수를 자주 배치했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건조 기후대에 속하는 예레반같은 도시에게는 이런 공간이 시민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다가설 것이다.

 

 

자세히 살표보니 백조와 흑조가 보였다. 조형물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움직이는 새들이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 인공호수의 이름이 "백조의 호수(Swan Lake)"라는 것이다.

 

 

나는 감탄하고 말았다. 자연과 인간이 이런 식으로 도심 안에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졌던 것이다.

 

 

물 가에는 어김없이 고급스런 카페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나는 아르메니아인들의 삶의 수준에 슬슬 놀라기 시작했다.

 

 

졸부들의 돈자랑과는 어딘가 격이 다른 모습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오페라하우스(=오페라극장) 앞 광장에는 야외공연을 위한 시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광장 이름은 함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름하여 자유광장이다.

 

 

가난하지만 품격이 있고 긍지와 자부심이 있는 나라! 혹시 아르메니아는 그런 나라가 아니었을까?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고귀한 품위와 긍지로 뭉친 나라가 아니었을까?

 

 

거리에는 자유로움속에 잔잔한 품위가 넘쳐흐르는듯했다.

 

 

날이 너무 더워서 카페에 들어가 앉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카페옆을 지나다가 기아차를 만났다. 차체에 그려진 그림들이 난하지 않았다.

 

 

좀 쉬고 싶었지만 참았다.

 

 

어디가서 점심을 먹고 싶었는데 찾는 음식점은 보이지 않고 화려하고 고급스런 카페만 연이어 나타나고 있었다.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