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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중국-붉은기의 흔적:강소,호남(完)

굉촌(=宏村 홍춘)이 괜히 굉촌입니까? 5 - 마두장객잔

by 깜쌤 2015. 6. 10.

 

왕씨종사를 나와서는 마을 뒤에 보이는 작은 산에 올라가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마을의 세부구조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죠. 골목길로만 돌아다니다보니 마을의 전체구조를 놓치게 되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뒷산으로 통하는 골목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음식점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마을 제일 뒷쪽에 자리한데다가 산부근에 있으니 누가 여기까지 일부러 찾아오겠습니까?

 

 

우리는 마당에 있는 돌탁자에 앉았습니다. 

 

 

선한 인상을 가진 주인 아줌마가 가져온 차림표를 보고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고기요리 2개와 채소탕요리 한개를 시켰습니다.

 

 

주인아줌마가 바쁜것 같기에 제가 주문전표까지 다 써드렸습니다.

 

 

아줌마는 저 안에 보이는 간이처소에서 요리를 하는 것 같더군요.

 

 

그동안 우리는 집안 구경에 나섰습니다. 마당 한쪽에는 동백꽃이 활짝 피어있었습니다.

 

 

나는 우리가 들어온 문으로 다시 나갔습니다. 입구에 새가 있다는 사실도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더군요.

 

 

구관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들어가는 모습부터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대문 밖에서 음식점 이름부터 새로 확인했습니다. 마두장객잔입니다.

 

  

 객잔 겸 음식점인가 봅니다. 마두장이라는 단어는 휘파건물에서 하얀벽 위에 올린 기와장식이 멀리서보면 말머리처럼 보인다고 해서 생긴 낱말이라고 합니다.

 

 

 대문을 들어서면 또다른 문이 하나 나타납니다. 이 집의 특징은 집앞의 정원겸 마당이 외부인들에게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죠. 사방이 건물로 둘러싸여 천장만 빼곡하게 드러나는 그런 형태의 집이 아니란 점이 특이했습니다.  

 

 

 둘째문을 통해 마당으로 들어섭니다. 오른쪽에 새가 들어있는 조롱이 보입니다.

 

 

앞집 담과 마두장 객잔 사이의 빈터가 마당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마당에는 돌로된 탁자와 의자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반대쪽으로도 문이 있는듯 합니다. 양지바른 곳에는 화분이 몇개 놓여져 있습니다. 개인집을 안에서 아렇게 자세히 살피기는 드문 일입니다.   

 

 

지난 가을에 핀 국화가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품종이어서 지금 피고 있는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만 분명히 생화였습니다. 조화는 아닌게 확실합니다.

 

 

중국 강남지방의 도토리도 생김새는 우리나라 도토리와 흡사합니다.

 

 

내가 이렇게 마당의 시설물들을 살피고 있는 동안 주인 아줌마는 높은 담장으로 둘러쳐친 텃밭에서 요리에 필요한 채소를 직접 캐고 있었습니다. 

 

 

상추도 보이고 마늘도 보입니다. 여러가지 채소를 직접 길러서 자급자족하는 모양입니다.

 

 

자세히 보니 새를 넣어두는 조롱이 마당에도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두마리를 키우고있는 것 같습니다.

 

 

담벼락에 써놓은 글이 달필입니다. 상품화된 것을 사서 붙인것인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달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마당 저쪽 끝에는 파라솔을 갖춘 돌탁자도 있습니다.

 

 

여기가 집안 거실로 들어가는 실제적인 입구가 됩니다. 문 양쪽으로 의자가 놓여있었습니다.  

 

 

벌써 홍매가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틀림없는 매화입니다. 향기가 고왔습니다.

 

 

마침내 음식이 왔습니다. 목이버섯이 들어간 고기요리입니다.  간이 우리 입맛에 딱 맞더군요.

 

 

우리에게 가져다준 밥그릇도 좋은 품질의 도자기그릇이었습니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이 집의 식기용 그릇과  젓가락같은 것이 싸구려가 아니라는데서 나는 잔잔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두번째 고기요리도 연달아나왔습니다. 고기요리가 담긴 뚝배기도 그렇지만 받침접시도 귀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손님을 손님답게 대접해줄 줄 아는 주인의 마음씨가 느껴지는 요리였습니다.

 

 

이만하면 푸짐한 것 아니겠습니까? 중국 휘파사람들의 가정식요리라고 봐도 틀림없지 싶습니다.

 

 

비주얼도 좋았고 맛도 나무랄데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중국여행을 아홉번 다녔습니다만 이런 식으로 귀한 그릇에 맛깔스런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오는 집은 처음 만나본듯 합니다. 나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밥도 우리 입맛에 맞았습니다. 중국집밥이라는게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버섯과 채소가 들어간 탕이 나왓습니다. 한국인들 입맛에는 국 역할을 하는 음식이 한가지는 있어야 목넘김이 원활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그렇게 식사를 했습니다. 햇살 적당한 마당에서 정성이 가득한 집밥을 맛있게 먹었으니 어찌 흡족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밥도 양껏 많이 주어서 오히려 남길 정도가 되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의 인상이 참으로 선하게 보이더군요. 혹시 굉촌에 가실 일이 있으면 제일 마을 제일 안쪽에 있는 마두장객잔을 찾아가보시기 바랍니다.

 

참으로 오랫만에 식사를 워낙 맛있게 잘 했는데 같이 여행을 즐기던 동료가 음식값 모두를 지불하겠다고 해서 제가 말렸습니다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환갑축하음식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기어이 음식값을 다 내고말았으니 너무 황송한 식사가 되었습니다.

 

 

멋진 식사를 하고나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왕 산밑에까지 와서 식사를 했으니 아까 마음먹은대로 산에 한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아주 나즈막한 마을 뒷산을 향해 걸었습니다. 식사를 했던 객잔에서부터는 약 20미터 거리밖에 안되니 걷는데 아무 부담이 없습니다.

 

 

산쪽으로는 아주 잘 가꾼 채소밭들이 보였습니다.

 

 

여기는 토양도 제법 비옥한가봅니다.

 

 

뒷산 밑에는 대나무숲이 있었고 그 속에 파묻혀있듯이 숨어있는 집이 한채 보였습니다.

 

 

무슨 ( ? )강산장이라는 것같은데 첫글자를 모르겠습니다.

 

 

나는 좁은 대문으로 들어가서 안을 살폈습니다. 

 

 

마당에는 좋은 분재용나무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정원수처럼 심은 모과나무의 자태가 꽤나 세련되었습니다.

 

 

안으로 이어지는 돌길을 꾸민 솜씨도 주인이 여간내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듯 합니다. 인기척이 없길래 오해받기 싫어 곧 돌아나오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다시 뒷산으로 올라가보았습니다. 고개를 돌려 마을을 보았더니 마을 앞을 막고 있는 먼산의 경치가 훌륭하게 다가왔습니다.

 

 

지난 가을에는 이파리들이 떨어져 소복하게 쌓인 길이었겠습니다만 겨울 가뭄때문인지 말라 바스러지고 있었습니다.

 

 

좀더 높이 올라가서 봐야겠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마을 전체의 형태는 구글위성지도를 통해 확인하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으로 한번은 와서 살고싶다는 느낌이 드는 마을이었습니다. 그게 굉촌의 매력이었죠.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