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5 중국-붉은기의 흔적:강소,호남(完)

굉촌(=宏村 홍춘)이 괜히 굉촌입니까? 4

by 깜쌤 2015. 6. 9.

 

굉촌 동네에는 양조장도 있더군요. 하긴 예전에 우리나라에도 어지간한 큰 마을에는 막걸리 만드는 양조장이 다 있었습니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막걸리를 담궈먹었으니 술을 만드는 방법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죠. 중국이라고 예외이겠습니까?

 

 

홍콩의 행정장관도 굉촌에 왔을 때 이집을 방문할 정도로 유명했던가 봅니다.

 

 

동네골목 여기저기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정겨운 모습들입니다.

 

 

월당인가(月塘人家)! '당나라 당()'앞에 흙 토()가 붙으면 못을 나타내는 글자가 되고 맙니다. 그렇다면 이 부근 어딘가에 월소(月沼) 혹은 월당이라고 불리는 명소가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 집도 게스트하우스, 그러니까 객잔으로 쓰는가 봅니다. 내부도 깔끔했습니다.

 

 

소쿠리에 간단한 기념품을 담아 파는 장사꾼도 있었습니다. 팔고있는 물품들이 제법 재미있습니다. 

 

 

 소박함이 가득한 골목입니다.

 

 

월당인가를 보고 앞으로 나아가니 골목이 툭 터지는듯한 느낌이 들면서 사람들과 장사치들이 가득 몰려있는 곳이 나왔습니다.

 

 

장사꾼들도 제법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앞에는 낯익은 못이 자리잡았습니다. 저 못이 이 마을 한가운데 숨어있는 월소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바닥에는 쓰레기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마을 전체가 한없이 깨끗하더군요.

 

 

월소는 찬찬히 둘러봐도 되는 것이니, 나는 사람들과 물건들을 먼저 살폈습니다.

 

 

닭인지 오리인지 구별하기가 어렵습니다. 오리나 닭도 이런 식으로 말려서 팔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황산의 명물인 모두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절강성 소흥에는 취두부라는 명물이 있습니다.

 

 

맛보기로 조금 사서 먹어보았는데 먹을만 하더군요.

 

 

스페인의 명물 음식인 하몽처럼 돼지고기 넓적다리살을 말려가고 있더군요. 절강성에 갔을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이런 식재료를 처음 보고는 참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복건성과 강소성, 강서성, 호남성 등을 여행해보고 나서 비로소 이런 것들이 강남의 명물 음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사천성의 깊은 산골짜기 안에서도 이런 것들을 볼 수는 있습니다.

 

 

월소와 돼지고기 말림! 도저히 연관이 이루어질 수 없는 음식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더군요. 중국인들의 식재료 사랑은 어디까지인지 짐작하기가 어렵습니다. 

 

 

정말 먹음직스럽지 않습니까? 어찌보면 타조의 넓적다리살처럼 생기기도 했습니다만 분명히 돼지고기입니다. 

 

 

나는 서서히 월소의 매력에 빨려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 풍경이 영화 <와호장룡>속에 등장합니다. 너무나 환상적인 장면으로 묘사되어 나오더군요.

 

 

대나무 숲에서의 결투장면 바로 앞에 슬쩍 끼워져있습니다.

 

 

월소도 인공호수입니다. 마을을 정비할 때 남호와 함께 만들어넣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마을옆으로는 개울물이 흐르고 있는데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두고는 물길을 마을로 끌어들인 것이죠. 나중에 저는 보까지 찾아가서 그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마을을 설계한 사람들은 소의 형상을 염두에 두고 마을의 구조를 잡아갔다고 합니다. 월소는 되새김질을 하는 소의 내장에 해당된다고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이들이 말하기를 마을 길을 낼때는 소 우()자를 생각하며 그런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골목길이 아주 다양하게 나있더군요.

 

 

초식동물인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이 재물도 차곡차곡 모이고 인재도 양성되라는 뜻으로 풍수지리설을 바탕에 깔고 마을을 조성했던 모양인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이 사실인것 같습니다. 그런 증거로 월소 바로 가에는 왕씨종사라는 엄청 큰 건물이 존재합니다. 

 

 

강서성 무원의 강만진이 강씨들 집성촌이라면 이갱은 이씨들의 동네입니다. 여기 갱촌은 왕씨들의 본거지인 셈이죠. 임금 왕()자를 쓰는 왕씨들이 아니고요, 임금 왕 앞에 삼 수변이 붙는 왕()자를 씁니다. 이라는 글자는 넓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월소는 반달 모양으로 만들어져있습니다. 왕씨종사가 있는 곳은 직선으로 되어 있고 그 반대편은 둥글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죠.

 

 

 우리는 왕씨종사앞으로 가보았습니다.

 

 

왕씨종사 건물이 있는 앞쪽 길은 일직선으로 나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얘가 누구죠? 난 처음에 피노키오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코가 길지 않더군요.

 

 

거긴 옷가게였습니다. 어찌보니 대여점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독특하게 생긴 녀석을 찾으셨는지요?

 

 

허허, 그것 참.....   어찌 보면 완전 몬도가네 시리즈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몬도가네'라는 말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것들은 아무래도 판매용인 것 같습니다.

 

 

이제 왕씨종사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자꾸 뒤를 돌아다보게 되더군요. 우리나라로 치자면 명문거족 종가의 사당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싶습니다.

 

 

아무리 종가이지만 장사치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 없지 싶습니다.

 

 

나는 한번 더 왕씨종사앞 월소의 모습을 훑어보았습니다.

 

 

이 근동을 아우르는 휘주는 관료와 위대한 장사꾼을 배출한 것으로 명성이 높습니다. 장사꾼으로는 청말의 호설암이나 학자로는 주희같은 사람이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근대 역사를 주름잡은 좌종당이나 이홍장같은 인물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며 현대에 접어들면 강택민의 뒤를 이어 중국을 다스렸던 호금도(胡錦濤·후진타오)전 주석도 휘주가 고향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굉촌을 올때 거쳐왔던 서체(=시디) 마을이 호()씨들의 집성촌으로 유명합니다.

 

 

이 집은 서기 1403년에 건축되었다고 하니 약 600년 전의 건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명나라 시대의 건물이라는 말이 됩니다.

 

 

 안마당으로 들어서면 바닥을 멋지게 장식한 보도가 건물을 향해 곧게 뻗어있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높이 솟은 출입문의 위용이 대단합니다. 

 

 

장식의 아름다움은 또 어떻고요?

 

 

악서당이라는 건물입니다.

 

 

휘파건물의 내부특징은 마당 한가운데가 하늘을 향해 뚫려있다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대문을 걸어닫을 경우 이 하늘로 난 공간을 제외하고는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도 됩니다. 남자들이 모두 장사하러 떠나고 여자들만 남아 집을 지켜야하니 자연적으로 구조가 그렇게 되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만히 살표보면 집안 곳곳을 장식한 나무조각의 아름다움이 대단합니다. 결코 싸구려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 앞에 자식이 절을 하는 모습을 조각한 것이라고 보는데 자식의 옷에 새겨진 글자는 목숨 수()자입니다.

 

 

현판 아래에는 집안을 빛낸 세사람의 인물도가 걸려있었습니다.

 

 

제일 왼쪽의 푸른색 옷을 입은 분은 여자입니다. 마을 조성과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건물들은 거의 목조여서 화재에는 무척 취약할 것입니다.

 

 

무엇하나 호락호락하게 보이는 물건들이 하나도 없기에 나처럼 그저 그런 집안 출신 사람은 기가 죽을 수 밖에 없을 지경입니다.

 

 

출입구쪽으로는 주희가훈을 써서 장식했습니다. 주자학을 만든 주희의 조상이 대대로 휘주에 속하는 무원에 살았기에 휘주 사람들은 주희가 휘주출신이라고 말해오기도 했습니다. 

 

 

모처럼 맑은 하늘이 보였습니다.

 

 

손님이 찾아오면 손님의 사회적 지위나 신분등을 고려하여 이런 곳이나 아니면 또다른 다른 응접실에서 맞이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주자학을 만든 주희의 가르침이 적혀있었습니다.

 

 

나는 출입문을 통해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중국인들의 집은 대문의 좁음을 보고 내부의 규모를 짐작하면 실패할 확율이 높습니다. 입구는 좁아도 속은 장대한 경우가 많습니다.

 

 

문을 나서면 바로 월소가 등장합니다. 

 

 

 누가봐도 아름답다는 느낌이 드는 못입니다.

 

 

월소구경을 끝낸 나는 골목을 따라 마을 안으로 더 깊숙하게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