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그 옛날에

by 깜쌤 2015. 5. 15.

 

나는 북으로 올라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차창밖으로는 봄이었습니다. 

 

 

두시간 반 뒤에는 영주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천천히 걸어서 시내버스정류장에 갔습니다.

 

 

산모롱이를 몇굽이돌아 개울을 따라 감돌아 가다가 댐부근에서 내렸습니다.

 

 

댐은 거의 완공이 된듯합니다. 댐안쪽으로는 철거해야할 잔존물들이 가득 남아있었습니다. 먼산들은 허리춤까지 이발을 하듯이 나무를 잘라냈습니다. 거기까지 물이 찬다는 말이겠지요.

 

 

홍보관건물은 외관이 완성된듯 합니다.

 

 

나는 홍보관 나무 밑에서 김밥 몇알로 시장기를 속이고 새로만든 도로로 내려왔습니다. 

 

 

지금은 댐이 자리잡고 있지만 10년전만 해도 여기에는 아름다운 절벽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자리였습니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사실입니다.

 

 

물줄기가 S자 모양으로 몇번이나 산을 감돌아가며 물이 흐르던 곳입니다. 무지한 인간들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파먹어 들어갔습니다.

 

 

댐이 거의 완공되었으니 나라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물을 채울 것입니다. 

 

 

 아직도 고향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남아있는가 봅니다. 건너편이 금광(金光)마을입니다. 어설프게 잘못 알고 덤비는 사람들은 금강(錦江)마을이라며 동네이름까지도 함부로 바꾸더군요. 그런 인간들이 자연파괴를 염려한답시고 나발을 불기도 하지만 글쎄요......

 

 

서민이 절대권력을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절대권력자를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지위를 갖춘 사람들이나 가능하지만 그들이 무지하면 일을 그르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서민의 뼈저린 슬픔을 여기에서 다시 맛봅니다.

 

 

물은 저멀리 보이는 하얀 다릿발이 보이는 골짜기 너머에서부터 몇번이나 감돌며 흘러옵니다.

 

 

 

사진지도 한가운데 강가를 마구 파헤쳐놓은 곳이 댐 건설현장입니다. 나는 거기에서 평은역쪽으로 강변도로를 따라 걸어가는 중이죠.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함부로 마구 파헤쳐지긴 했지만 이런 멋진 정경이 이제 사라지는 겁니다. 멀리 댐이 보입니다.

 

 

나는 강변으로 내려가보았습니다.

 

 

내 발자국소리에 놀란 고라니 두마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각각 헤어져 도망을 갔습니다.

 

 

나는 모래물길 가운데 섰습니다. 발밑에 밟히는 모래감촉이 유년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줍니다. 

 

 

초여름부터 은어가 물살을 가르며 올라오기도 했고......

 

 

자갈이 조금 모여있는 곳에는 징거미새우와 가재들이 놀기도 했습니다.

 

 

물론 쉬리도 살았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로는 촉피리라고 했는데 배부분으로 흐르던 아름다운 색깔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땐 버들이 강둑을 따라 줄을 이어 거의 빈틈없이 자랐습니다.  

 

 

예전보다 강바닥이 엄청 낮아졌습니다.

 

 

얼마나 엄청나게 모래를 퍼내갔는지 현지주민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그렇게 퍼내서 싣고갔어도 이렇게 많이도 남아있습니다.  

 

 

어떤 학자의 말로는 모래층 깊이가 20미터가 되는 곳이 있다고도 하던데.......

 

 

물이 흐르는 모래위를 걷다가 모래무지를 밟는 일도 흔했습니다. 

 

 

장마에 떨어져내린 땡감을 주워 얕은 물이 흐르는 모래속에 이삼일만 파묻어두면  떫은 맛이 완전히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버들강아지를 따먹고 허기진 배를 채웠던 날들이 어제 같습니다만.....

 

 

이젠 모두들 꿈속의 일처럼 아득하기만 합니다.

 

 

인간의 그림자에 놀란 갈겨니와 피라미떼들이 사방으로 후두둑 흩어져갔습니다.

 

 

아직은 여뀌들도 변함없이 자라오르지만 작은 모래톱조차 물속으로 사라져가면 쟤들도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입니다.

 

 

중앙선 철길도 이미 걷혔습니다.

 

 

짧디짧은 터널을 빠져나오며 여객열차가 울리던 기적소리도 이제는 환청으로 다가옵니다.

 

 

철교도 걷혀 사라지고 없었고 다릿발도 하나만 당그라니 남아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꿈!

 

 

인생은 정녕 한바탕의 꿈이었던가 봅니다. 뻐꾸기소리가 귓전을 울렸습니다.

 

 

이제 이삼년 뒤면 여긴 넘실거리는 물이 가득하겠지요.

 

 

고개넘어 학교가 있던 마을도 예외가 아닙니다.

 

 

휴게소가 있던 곳도 물속으로 잠기게 됩니다. 나는 허허로움만 가득안고 시내버스를 타고 안동으로 향했습니다.

 

 

기차를 탔습니다. 왜그런지 세상이 텅 빈것 같았습니다.

 

 

 

 

어리

버리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