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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중국-붉은기의 흔적:강소,호남(完)

경덕진에서 횡재했습니다

by 깜쌤 2015. 5. 1.

 

새벽 6시 28분에 일어났습니다. 머리를 감고 이동 준비를 했습니다. 1월 18일 주일이었습니다. 7시 55분경에 체크아웃을 하고 보증금 100원을 돌려받은 뒤 배낭을 메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구강행 버스는 벌써 손님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어제 저녁에 친절하게 버스시각표를 알려주던 아줌마(?)를 다시 만났습니다. 알고보니 매표일을 하더군요. 버스 요금은 15원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2,700원 정도가 됩니다. 8시 20분 버스이지만 18분이 되니까 출발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여산을 떠나 구강으로 내려갑니다. 어제 저녁부터 설사기운이 있어서 설사방지약을 먹어야했기에 아침을 굶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멀미 기운이 슬슬 몰려왔습니다.

 

 

구강버스터미널까지는 한시간이나 걸리는데 고통스럽게 생겼습니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산굽이를 휘감아 돌기 시작했습니다.

 

 

경치는 좋지만 멀미를 하니 괴롭기만 합니다.

 

 

해가 벌써 높이 솟아올랐습니다. 대나무 숲을 지나고 솔숲을 지나 아래로 내려갑니다. 산을 내려오는데만 꼬박 40분이 지났습니다.

 

 

산을 다 내려오면 시내까지는 곧게 뻗은 큰길입니다. 서양식으로 지은 멋진 건물이 나타나는데 법원과 검찰 계통의 건물이라고 표시가 되어있었습니다. 한쪽은 법원이고.....

 

 

다른 한쪽은 구강시 인민검찰원이었습니다. 우리나라식으로 말하자면 구강시검찰청쯤 되겠지요. 어느 나라든 검찰은 힘이 있습니다.

 

 

시외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는 곧바로 경덕진행 버스표를 샀습니다. 9시 50분발 고속버스입니다. 요금은 50원이었습니다.

 

 

경덕진! 엄청난 고급 도자기를 생산하는 세계적인 도자기 산업도시입니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조금 엉성한게 중국버스와 중국 건물들의 특징입니다. 외화내빈이라고나 할까요?

 

 

버스는 10시에 출발했습니다. 10분 연발입니다. 경덕진까지는 2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탄 버스가 구강터미널을 빠져나올때 터미널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시가지를 빠져나오자 이내 파양호위에 걸린 엄청난 길이의 다리를 지나갑니다. 아래 지도를 보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지도를 클릭하면 아주 크게 뜹니다. 큰 지도를 보시면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습니다.

 

1 - 남창 : 강서성의 중심도시

2 - 구강 : 악비가 금나라의 침입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 도시.

3 - 여산 : 시인묵객과 도사들이 찾아든 엄청나게 유명한 산. 각종 유적이 즐비함.

4 - 경덕진 : 세계적인 도자기 산업도시. 지금 우리는 구강을 출발해서 경덕진으로 가는 중임

5 - 무원 : 15억 중국인이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시골마을이 있는 도시

6 - 황산 : 설명이 필요없는 천하명산이 있는 도시. 도시이름은 황산시이고 산은 황산임.

 

 

파양호는 삼국지에도 등장합니다. 알고보면 참 의미있는 도시이며 호수입니다. 영웅호걸들은 가고 물만 남아있습니다. 물도 옛물이 아니니 어찌보면 인생무상이지요.

 

 

버스기사는 공산혁명의 일화를 담은 흑백영화를 줄기차게 틀어주더군요. 나도 한번씩은 시선을 뺏긴채 열심히 보기도 했습니다. 아주 어렸던 날 시골을 찾아다니며 흑백영화를 보여주던 시골 가설극장 영화장면들이 겹쳐지면서 유년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새로 만든 고속도로여서 그런지 승차감도 좋았습니다.

 

 

한번씩은 잔솔이 자라는 낮은 야산이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경덕진 시내로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상가건물을 보다가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말로만 듣던 도자기로 만든 전봇대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강을 건넙니다. 큰 도시는 어김없이 강이나 바다를 끼고 있습니다. 경덕진 시내를 흐르는 강은 창강(昌江)인데 마지막에는 구강과 남창 인근의 파양호로 흘러들어갑니다. 

 

 

흔히들 경덕진은 볼품없는 도시라고 평가를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도자기로 유명할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오죽 명성이 자자했으면 우리나라 역사교과서에도 등장할 정도일까요?

 

 

우리는 경덕진 기차역부근에서 내렸습니다.

 

 

기차역 건물 위에 경덕진이라는 글씨가 뚜렷합니다. 도자기의 도시라는 명성과는 달리 어딘가 엉성하게 보이는 도시였습니다.

 

 

어디에서 결혼식이 있었던가 봅니다. 폭죽을 터뜨린 흔적이 도로에 남아있었습니다. 

 

 

역부근에 있는 문원(文苑  웬유안) 비즈니스호텔에 들어가서 방을 알아보았습니다. 겉모습은 엄청나게 멋집니다.

 

 

외국인은 3성급 이상의 호텔에만 투숙이 가능하므로 이런 곳을 찾아들어간 것이죠. 이런 정도의 로비를 갖춘 호텔이라면 하룻밤 숙박비는 어느 정도로 예상해야할까요? 침대 두개가 있는 트윈베드룸은 200원을 불렀습니다. 정확하게는 198원이었죠. 우리 돈으로 치면 36,000원이라는 말입니다. 나는 더 싼 방을 요구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들은 이런 방을 보여주었습니다. 중국돈100원입니다. 우리돈으로는 약 18,000원이니 한사람당 9,000원만 내면 됩니다. 나는 너무 좋아서 쾌재를 불렀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가격에 아침식사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바닥에는 요가 깔려있었고 중앙집중식 난방을 하는지 공기는 훈훈하기만 했습니다. 배낭여행자 주제에 이 정도는 호화로운 것입니다. 여산 높은 곳에서 추위에 떨다가 낮은 곳으로 내려오니 살맛이 났습니다.

 

 

그럼 욕실은 어떨까요? 욕실 바닥은 마루로 되어 있었는데 깔끔했습니다.

 

 

변기도 깨끗하고 뜨거운 물이 좔좔 쏟아져나오니 이정도면 아주 만족합니다.

 

 

우리는 뭐든지 하는 일이 너무 잘됩니다. 기분이 흐뭇했습니다. 짐을 풀어두고 난 뒤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런 뒤에는 경덕진 도자관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무료 입장이 가능한 곳이죠. 

 

 

우리는 로비로 내려갔습니다. 저 계단을 내려간 것이죠. 식당은 2층에 있더군요.

 

 

배낭여행의 묘미는 이런데 있습니다. 적은 돈으로 한번씩은 횡재를 힐 수도 있다는것 말입니다. 시설로만 보면 이런데서 묵고 먹고 자고하니 엄청 고급여행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호텔 입구의 모습입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우리는 호텔부근의 국수집에서 국수를 먹었습니다. 이 국수는 7원짜리니까 우리돈으로 약 1,300원정도네요. 엄청 매워서 국물은 남겨야했습니다. 눈물이 쏙 둘러빠지더군요.

 

 

이제는 도자관을 향해서 걸어갑니다. 거리라고 해봐야 한 2킬로미터 정도쯤이니까 운동을 겸해서 걸어갑니다.  

 

 

도로 건너편은 작은 산이었습니다. 중국인들이라면 이런 산은 당연히 공원으로 쓸 것입니다.

 

 

도로가 상점에는 오토바이들이 많았습니다. 중국제품이라고해서 얕보면 곤란합니다. 디자인이 참한 오토바이도 제법 많더군요.

 

 

이런 자동차가 중국 돈으로 약 3만원이라면 우리나라 가격으로 540만원 정도라는 이야긴데...... 2인승 미니자동차입니다.

 

 

길거리에는 노인들이 많았습니다.

 

 

자지껄한 소리가 부근 공기를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거대한 시장이 부근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럼 무엇이었을까요?

 

엄청나게 많은 수의 노인들이 모이는 큰 공원에서 나는 소리였던 것이죠.

 

 

부근에는 높은 빌딩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육교위에 전봇대처럼 생긴 시설물도 도자기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