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훈장을 앞에두고

by 깜쌤 2014. 11. 6.

 

유난을 떨며 받으러가고 싶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근무하면 누구나 다 받는 것이기에 그랬다. 저번 근무처에서 연락이 왔기에 한동안 미루어 두었다가 두달 전에 찾아왔다. 몸담고 살았던 교직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유쾌하고 즐거웠던 일도 많았지만 언짢고 불쾌했던 일도 제법 많았다. 

 

나는 젊었던 날부터 아이들 생활지도와 수업지도에 관해서는 능력이 있다는 소리를 참 많이 듣고 살았다. 교직생활 7년차 되던 해에 교육부(당시는 문교부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다)지정 연구학교에서 학교를 대표하여 시범수업을 한것을 보면 주위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해준 것이 사실이었다. 당시에 내가 근무했던 학교는 학생수가 48학급 28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학교였었다. 

 

 

선생이라는 직업은 세가지만 잘하면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살 수 있는 직업이다. 첫번째는 수업이고 두번째는 생활지도이며 세번째는 업무처리다. 수업과 생활지도는 교사 본연의 업무지만 요즘 들어서는 업무처리라는 이름으로 행정사무까지 버젓이 끼어들어 교사들이 당연히 해야할 일은 제쳐두고 엉뚱한 일에 치여 허덕이는 것이 교직사회의 현주소다.

 

교육외적인 행정업무가 얼마나 많은지는 직접 겪어봐야 그 실태를 안다. 한때는 교육외적인 일로 발생한 업무의 경감을 외치더니 이제는 그런 구호도 별로 안먹히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만 하다.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지만 인간관계 형성과 승진을 위한 몸부림도 교직사회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승진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몰입이 교직 분위기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내가 모범공무원 추천을 비롯한 온갖 표창제의를 거절하고 심지어는 훈장수여도 처음에는 거절했던 것이 - 사실 그런 자격이 없을 정도여서 심히 부끄럽긴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한 반감으로 나온 처사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능력이 있고 성실하면 무엇하는가? 구조적인 모순으로 말미암아 빛을 볼 일도 없고 승진할 방법도 없었기에 마음을 접고 아이들 지도에만 몰두했는지도 모른다.

 

교실에서 자기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나몰라라는 식으로 방치해두고 오직 점수따기에만 매달려 교감이 되고 교장이 된뒤 교육전문가입네 하고 큰소리치는 사람도 보았고, 자기반 아이들조차 다룰 줄 몰라 쩔쩔 매면서도 승진하기에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경영자가 된 뒤 자기 학교 교사의 수업을 보고 잘했네 못했네하고 부지런히 입을 대던 교장도 보았다.   

 

 

나는 그런 현실이 너무 싫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혼란이 와서 나 자신이 헷갈려하던 날이 어제같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자기들 입맛에 맞추어 자주 바뀌었던 교과서 내용은 또 어땠었고?  한평생 국민이 낸 세금을 가지고 국가에서 준 녹을 먹고 살았으니 국민으로서 감사하게 여겨야 하는 마음이 당연히 앞서야하지만 수십년 교직생활 속에서 이리저리 당한 부당한 처사를 생각하면 울분이 치솟아오름과 동시에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수업을 잘하는 우수교사를 뽑기 위해 도입했던 수업심사에서 꼼수를 부렸던 높은 자리의 그때 그 양반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잘먹고 잘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아마 그런 분들은 지금도 입만 열면 교육이 어쩌고어쩌고 해가며 우국지사인양 열변을 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씁쓸한 웃음이나마 허공에 마구 날리며 산다.  

 

"어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