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조기귀국을 하는 분을 귀국시키느라고 새벽에 일어나야했기에 잠을 충분히 잘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자리에 눕자말마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옆방에서 떠드는 소리가 났지만 워낙 피곤했으니 그게 오히려 자장가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어제 호남성 장사시의 일정을 다 끝냈으니 오늘은 이동을 해야합니다.
우리는 오늘 강서성의 중심도시인 남창으로 갈 생각입니다. 아침 8시 50분 출발이니 적어도 한시간 전에는 호텔을 나서야했습니다.
호텔방을 깨끗이 정리해두고 체크아웃을 할때 보증금을 돌려받은뒤 거리로 나섰습니다. 이제부터는 중국대륙의 중앙부에서 동쪽으로 이동합니다. 이동을 할때마다 명소를 찾아다닐 생각입니다. 계획을 전면 수정했으니 남창까지 가서는 구강(九江)으로 갈 생각이었습니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는 마사지 전문시설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그냥 지나칩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거리를 걷다가 출입문시설이 워낙 독특해서 찍어보았습니다. 광고판이 안으로 접혀들어가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아침식사를 할 겨를이 없었기에 호텔에서 그냥 나왔습니다.
장사남참까지의 지하철 요금은 3원이었습니다. 기차역이 워낙 엄청나게 크니 마치 공항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내에서 장사남참까지는 약 20분 정도가 걸리더군요. 중국기차역은 차표를 가진 사람에 한해 대합실로 들어갈 수 있으므로 들어갈때 표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워낙 시설이 엄청난만큼 사람들도 그만큼 많이 몰려듭니다. 기차역 하나가 곧 국제공항건물이라고 여겨도 될 정도입니다.
짐검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장갑 한켤레중에서 한쪽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디서 흘린 모양인데 찾을 길이 없으니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대합실 의자에 앉아 잠시 쉬다가 개찰을 하고 기차를 타러 갔습니다.
1월 14일 아침, 장사시에는 안개가 가득했습니다. 제가 보기로는 엄청난 스모그현상입니다. 이러니 인간의 폐가 다 상하는 것이겠지요. 중국인들이 언제쯤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겨울철에 우리나라의 대기중에 미세먼지의 양이 해마다 증가하는 것은 중국의 대기오염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중국의 고속열차는 화해호로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날렵한 모습이죠. 중국의 열차시스템은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전속도도 눈부시게 빨라 눈이 휘둥그레질 지경입니다.
우리는 자리를 찾아갔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벌써 두번째로 사용하는 초고속열차입니다.
예상외로 빈자리가 많았습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남창입니다. 남창은 강서성의 성도입니다. 강소성의 성도는 남경이지만 강서성의 성도는 남창입니다. 그러니까 강서성과 강소성은 다른 행정구역이라는 말이 됩니다. 그런 사실이 혼란스러운 분들을 위패 중국행정구역 지도를 올려드리겠습니다.
위 지도에서 빨갛게 밑줄을 그어놓은 곳이 강서성입니다. 중심도시는 남창(南昌)이죠. 우리나라에는 울산광역시 안에 남창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옹기로 유명한 곳이죠. 우리는 호남성(강서성의 바로 왼쪽에 있습니다)의 장사에서 남창으로 이동하려는 것입니다. 지도를 클릭하면 더 크게 확대되어 뜹니다. 확대해서 보면 여러가지로 편할 것입니다.
자리에 앉아서는 비로소 아침식사 대신으로 초콜릿 두알을 입안에 털어넣었습니다. 장사남참에서 남창서참까지 적어도 두시간 이상은 가야하는 것으로 짐작했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10시 35분경에 남창서참에 도착했으니 1시간 40분만에 온 것이죠.
드디어 남창까지 왔습니다. 남창! 신중국 건설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 도시입니다. 왜냐고요? 주은래와 주덕이 중심이 되어 일으킨 남창봉기사건이 터진 곳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도시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가능하면 남창봉기의 역사적 장소도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남창서참의 시설도 어마어마했습니다. 우리는 지하도를 따라 걸으며 집찰구를 빠져나왔습니다.
이제 시내로 들어가야합니다. 지하도에서 얼핏 살펴본바로는 지하철이 있는 것으로 착각했습니다만 나중에 자세히 보니 지하주차장 표시였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헷갈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2014년 1월의 한겨울까지는 남창에 아직은 지하철이 없었던 것이죠.
우리의 목적지는 시내중심가에 있는 남창장도기차총참입니다. 거기에서 구강으로 가는 버스표를 살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지도를 가지고 살펴보니 남창버스터미널은 남창화차참부근에 있는 것으로 나와있었습니다.
한두번의 시행착오끝에 지상과 자하를 오르락내리락하던 우리는 지상으로 다시 올라갔고 시내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우리는 1번 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남창남참의 건물 위용도 대단합니다.
시내버스 정류장은 지상에 있습니다. 남창역에서 시내를 볼때 좌측에 있더군요.
시내버스 1번은 대형버스였습니다. 마치 고속버스를 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는데 요금도 5원이나 되더군요.
요금은 타면서 현금으로 냈습니다. 1원짜리 종이돈을 넣느라고 고생깨나 했습니다. 덕분에 뒷사람들에게 Sorry라는 소리를 연발했습니다.
종점은 남창역입니다. 시발점은 고속철도 전용인 남창서참이고 종점은 일반열차들이 드나드는 남창참이라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나는 스마트폰을 켜서 연신 우리가 탄 버스가 가는 노선도를 확인해두었습니다.
남창시내에는 감강이라는 큰 강이 흐릅니다. 우리는 감강 건너편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강서성을 한자를 사용해서 한글자로 표현하면 감(竷)이 됩니다. 감(竷)!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흔하게는 잘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글자입니다.
감강 건너편은 신시가지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건물들도 하나같이 산뜻했고 크고 그러면서도 세련되었습니다.
1번 버스는 마침내 감강을 건넜습니다. 이제 반대편으로 들어가겠지요.
구시가지는 전형적인 중국도시들의 모습입니다. 그래도 중심도로들은 꽤나 넓었습니다. 남창역을 향해 가다가 버스가 모퉁이를 돌때 칠천연쇄주점건물을 보았습니다. 사실 남창이라는 도시에 관한 정보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기에 얼핏본 건물조차도 나에게는 소중하기만 했습니다.
나는 그 위치를 기억해두려고 애썼습니다. 칠천연쇄주점 부근에 버스터미널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남창역 건물이 보일때 우리들은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는 남창역까지는 가보지도 않고 호텔을 찾아나섰습니다.
남창시가지는 후줄근하게 늘어진 분위기였습니다. 감강 건너편 신시가지는 깨끗하고 현대적인 분위기였지만 구시가지는 어딘가 어설픈 시골뜨기같았습니다.
론리플래닛에서 본 최고급 호텔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우리가 목표로 한 터미널이 가깝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우리들은 남창장도객운총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드나드는 버스들이 잘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딘가 수상했다는 말입니다.
바로 맞은편에는 아까 내가 슬쩍 보았던 칠천연쇄주점이 보였습니다. 나는 저기에서 묵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도로 밑으로 난 지하도를 건너 호텔로 찾아갔습니다. 지하도로 오토바이들이 마구 질주하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습니다. 세상에 오토바이들이 마구 질주하는 지하도라니..... 어이가 없었지만 여기는 모든 것이 가능한 중국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현실을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트윈베드룸이 177원이었습니다. 우리는 군말없이 하루 묵어가기로 했습니다. 부근에 다른 호텔들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호텔시설도 조금 그렇고그런 수준이었지만 가격은 비싼편이었습니다. 그래도 내일 아침에는 이동할 생각이었기에 하루만 묵기로 했던 것이죠.
아침을 먹지 못한데다가 벌써 한낮이 되었기에 어디든지 가서 점심을 먹어야했습니다. 호텔 바로옆에 작은 음식점이 있는 것을 봐두었기에 배낭을 벗어두고 외출준비를 한 뒤 찾아갔습니다. 메뉴는 다양했지만 나는 고르고 골라서 덮밥 비슷한 것을 주문했습니다.
계란 한개와 고기 한덩이, 그리고 두부 한조각이 슬쩍 올라탄 그런 덮밥이 나왔습니다. 보기엔 이래도 양이 많아서 다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맛은 좋았습니다.
점심을 챙겨먹고나자 이제 조금 살만해졌습니다.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남창까지 왔으니 감강가에 있는 등왕각을 찾아가야지요. 그렇습니다.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등왕각입니다.
우리가 묵고있는 호텔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았기에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큰 도로를 따라 직진하다가 한번만 좌회전하면 된다는 식으로 판단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도로에는 먼지가 풀풀날고 아름다운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이상하게 건조하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 바로 남창이었습니다. 지금 느낌이 이럴진대 90여년 전에는 더더욱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요? 그러니 빈곤층의 봉기가 성공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바로 그 사건이 바로 남창봉기입니다.
부정부패에 찌든 국민당정부에 대항하여 공산혁명세력이 최초로 봉기한 곳이 여기 남창인 것이죠. 1927년 8월 1일의 일입니다. 물론 국민당 입장에서 보면 남창봉기는 봉기가 아니고 남창폭동이 됩니다. 나는 이런 용어와 유적 하나에서도 역사는 승자의 편이라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건너편에 보이는 저 기념탑이 남창봉기를 상징하는 기념탑입니다.
육교에서 보니 제법 규모가 컸습니다. 등왕각을 다녀올 시간이 빠듯했던지라 그냥 탑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지나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공산화 혁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들어가볼만한 곳임에 틀림없습니다.
육교에는 별별 장수들이 다 포진하고 있었습니다.
시내에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중국 어디는 대도시는 거의 다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이쪽에도 지하도에 오토바이가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이상하고도 수상하고 그러면서도 어설픈 곳입니다.
저는 이 글자를 첩으로 읽었습니다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좌회전해서 쭉 내려가면 감강가에 이를 것입니다.
골목에 있는 구멍가게의 모습으로 보아서는 부근에 초등학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의 강남쪽 대도시에는 곳곳에 물이 가득한 호수가 있더군요. 저는 그런 풍경이 좋았습니다. 도시 안으로 물을 끌어들인다는 발상은 얼마나 신선한 것이던가요?
확실히 물은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계속 걸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거의 사라져버려 만나보기 힘든, 양철로 생필품을 만드는 가게가 나타났습니다. 물뿌리개만 해도 이제는 양철로 만들기보다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버리지 않습니까? 나는 사라져가는 것에서 뇌리에 간직해둔 추억을 슬며시 꺼내들었습니다. 다음 글에 계속하겠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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