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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중국-붉은기의 흔적:강소,호남(完)

환상체험-금편계곡 트래킹 2

by 깜쌤 2015. 3. 20.

우리는 천리상회부근에서 돌아나가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넉넉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더 나아가기에는 시간이 모자랐습니다. 산중에서 해가지면 곤란한 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욕심을 내지 않는게 중요합니다. 내일은 반대편의 무릉원구에서 장가계를 구경하면 될것이니 무리하지 않기로 했던 것이죠.

 

 

한눈에 보아도 백인인 젊은 청년이 혼자서 걸어오고 있길래 말을 붙여보았더니 혼자 여행하는 미국인이었습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삼고 다니는 그런 아이들이 갑자기 부러워졌습니다. 그는 내일 계림으로 떠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계림! 참으로 환상적인 곳이죠. 거길 갔던 것이 벌써 오년은 넘어선 것 같습니다. 나는 계림 경치와 장가계 경치를 비교하며 돌아서서 길을 걸었습니다.

 

 

계림의 산봉우리들이 동글동글함을 기본으로 한 경치라면 여긴 머리 위로 쭉쭉 뻗은 각진 봉우리들을 바탕으로 깔고 있는 경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장가계가 남성적인 경치의 극치라면 계림은 여성적인 풍경의 대표라고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확실히 세상에는 별별 기묘한 풍경이 다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빈가마를 멘 가마꾼들이 우리 앞을 지나갔습니다.

 

 

돌아나가는데는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중국인들이 이상향으로 여긴 곳이 여기라고 해도 조금도 지나친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길래 장가계를 두고 무릉원이라고 여기게 되었겠지요.

 

 

이런 곳에 살면 누구라도 신선이 될것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신선이 되면 뭘 하죠?

 

 

세상시름 걱정 다 내려놓고 살면 천년이고 만년이고 살 수 있을까요?

 

 

오래오래 살면 뭐하지요?

 

 

나는 모든 생물들에게 죽음이라는 것이 반드시 있다는게 너무 좋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야 살아있는 것에 대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죠.

 

 

100여년 전에 여기까지 여행을 와서 이 아름다운 경치를 본 선인들은 이제 거의 다 죽었을 것입니다. 나는 장가계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골짜기니까 해가 조금만 기울어도 그늘이 들게 마련입니다.

 

 

어둠이 밀려드는 그늘 속에서도 새출발을 시작하는 예비부부들에게는 조금도 그늘진 모습이 없었습니다.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기 바랍니다. 그러나 한가지 명심할 것은 우리 모두 언젠가는 늙고 죽는다는 것이죠. 여기가 비록 무릉도원이라 할지라도 죽음을 비껴갈 사람은 그 어느 누구도 없다는 것입니다. 어설픈 개똥철학을 생각하며 걷다가보니 어느덧 입구에 닿아있었습니다.

 

 

입구까지 돌아나오는데는 한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끝까지 걸어볼 생각입니다.

 

 

우리는 입구를 빠져나왔습니다. 관광객들은 썰물이 빠져나가듯 모두들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내일은 다른 곳으로 입장해서 장가계를 샅샅이 뒤지리라고 마음 먹었습니다만 사람살이에서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딱 들어맞더군요.

 

 

왜냐하면 우리들은 그 다음날 아침에 뜻하지 않은 일을 당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오늘 밤은 여기에서 잠을 자고 내일은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이제 장가계의 구조나 교통상황을 거의 다 이해했으니 무릉원입구로 옮겨가기만 하면 됩니다.

 

 

이동을 앞두고 우리는 저녁을 푸짐하게 먹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묵는 곳의 음식도 맛있지만 다른 집 음식맛도 봐두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다른 집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먹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하루 종일 걸었기에 눕자마자 잠에 떨어졌습니다.

 

 

나는 늦게까지 안자고 버티면서 일기를 쓰고 오늘 찍었던 사진들을 보며 장가계의 아름다움을 곱씹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9,997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모든 증거물을 철저하게 모아둔 것은 기본이고 일기까지 꼬박꼬박 빠짐없이 썼습니다. 그래야 어설프기 그지없지만 이정도의 여행기라도 쓸 수가 있습니다만 워낙 둔재여서 그런지 여행기라고 써나가는 글이 따라지 3류 수준이니 내가 봐도 참으로 한심합니다. 결론적으로 제 글재주가 메주라는 말이겠지요. 

 

 

다음날은 무릉원으로 옮기로 했습니다. 아침을 먹고는 체크아웃을 한뒤 이동을 위해 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아침식사는 우리가 묵었던 곳에서 하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일것 같았습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걸어야하니 든든하게 먹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국수의 양이 너무 많아서 다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좀처럼 음식을 남기지 않는 사람이지만 남기게 되더군요.

 

 

식사를 끝내고 2층 방으로 올라온 우리들은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배낭을 짊어지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습니다.

 

 

내가 카운터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현장으로 가보니 동행인 한분이 발목을 움켜잡고는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