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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중국-붉은기의 흔적:강소,호남(完)

비경 황석채를 향해 올라갑니다 1

by 깜쌤 2015. 3. 13.

 

2010년에 저명한 중국인 화가 한분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관중이라는 분이죠. 1919년생이니까 우리나라 역사를 가지고 견주어보면 삼일만세운동이 일어나던 해에 출생했던 분입니다.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장가계내의 황석채라는 곳을 그림으로 그려 국제교류전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오관중의 작품을 본 화가들과 관중들은 세상에 이런 풍경이 실제로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는 식으로 비평을 했던 모양인데 오해를 씻기 위해 비평가들을 장가계 황석채로 초청하여 실물을 보여줌으로써 순식간에 장가계가 국제적인 명소로 떠오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장가계 국가삼림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광장에는 오관중의 동상이 높다랗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화가 한사람의 그림이 장가계를 세상에 널리 홍보한 셈이 된 것입니다. 예술가의 위력을 보여주는 멋진 사례가 됩니다만 왜 그런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작년에 세계적인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였던 정명훈씨 얼굴에 먹칠(?)을 할 뻔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예술가 한사람을 세계적인 인물로 키워내는데 얼마나 많은 세월과 공이 들어가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자기 한목숨 살겠다고 나라의 보배격인 예술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례를 볼 때마다 나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사람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한 존재인 줄을 모르는 나라가 선진국이 되어 잘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야기가 살짝 엇길로 나갔습니다만 세계적인 명승지 입구에 화가의 동상을 세워서 명예를 보존할 줄 아는 중국인들의 안목과 상술도 대단합니다. 화장실 안내판에 우리말로 안내를 해둔 것은 좋은 일인데 번역한 분이 한국말에 약간은 어설픈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가 봅니다. 괜히 실소가 나왔습니다. 

 

저런 실수는 애교로 봐줄 수 있습니다만 십여년전쯤에는 대한민국 6학년 아이들이 사용하는 국어교과서에, 로마의 정치가이자 변호사며 문필가였던 키케로와 네로의 스승이며 학자였던 세네카를 정확하게 구별하지 못해 엉터리로 표기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내용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확실하게 정정해서 가르쳤습니다만 그해가 다가도록 정정표가 공문으로 내려오지 않더군요. 황당함의 극치였습니다.

 

 

이제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갑니다. 비수기를 중국인들은 담계(淡季)라고 표현합니다. 담이라는 글자가 재미있습니다. 삼 수(水)변에다가 불 화(火)자가 아래위로 두개가 겹쳤으니 말입니다. 서로 상극인 글자를 엮어서 묽다, 흐리다는 의미를 넣었으니 재미있다는 것이죠. 담계 입장료는 성수기보다 많이 낮습니다.

 

 

비수기 입장료는 136원입니다만 보험료 3원이 추가로 붙어있으므로 실제 입장료는 139원입니다. 우리돈으로 치자면 25,000원 정도입니다만 올해부터는 규정이 바뀌어 표 한장으로 4일간 유효하다고 하니 잘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며칠간 계속 쓰려면 입장할때 지문 인식을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입장할 때 안내원이 손가락을 지문인식기에 대라고 하므로 지문찍는다고 기분 나쁘게 여기지 말고 그렇게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카드는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습니다.  

 

 

자, 드디어 장가계 국가삼림공원으로 입장했습니다. 앞 글에서도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장가계 입장구는 서너군데가 됩니다. 우리는 그 가운데 하나인 삼림공원쪽으로 입장했다는 말입니다.

 

 

장가계를 거쳐간 많은 한국인들은 이런 자세한 사항을 잘 소개해두지 않았더군요. 아마 여행사를 따라와서 구경을 해서 그런가봅니다. 인터넷을 뒤지다보니 간혹 가다가 배낭여행을 한 분도 있었습니다만 세밀한 기록을 남겨두지 않아 도움이 되는 정보가 빈약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될 수 있는대로 세밀한 기록을 남겨두고자 하는 것이죠.

 

 

국가주석을 지낸 강택민의 글씨가 안쪽 광장 한구석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나름대로는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장가계를 보고 느낀 소감을 글로 남겨두었더군요.

 

 

안쪽에 우뚝 서서 앞을 가로막는 봉우리들이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을 줍니다.

 

 

人生不到張家界(인생부도장가계), 白歲豈能稱老翁(백세개능칭노옹)!

 

'사람으로 태어나서 장가계를 가보지 않았다면 백살이 된다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라는 정도의 의미가 되지 싶습니다. 주위에 비석들이 즐비하니 시간이 된다면 하나씩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눈앞을 가로막는 봉우리들은 하나같이 위로 솟은 네모기둥들처럼 보입니다. 세상에 이런 풍경이 존재한다는 것 그 자체가 신비로울 따름입니다.

 

 

골짜기를 흐르는 물은 입구에서부터 공원 안쪽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맑은 물이 고이니 짙은 청록색을 나타냈습니다. 무이산의 물도 그런 색깔을 띠더군요.

 

 

우리는 도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국가삼림공원 안에는 버스가 다닙니다. 물론 정식으로 표를 산 관광객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안으로 조금 들어갔더니 저수지 비슷한 곳이 나타나기에 살펴보았습니다만 물색깔이 많이 흐렸습니다. 수량이 적은 겨울이어서 그런가봅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작은 잔디밭 그 앞쪽으로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비경들이 등장하려나 봅니다.

 

 

나는 서서히 가슴이 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젊었던 날, 여자 친구를 처음 만나러 가던 날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입장해 있었습니다.

 

 

안내판을 가만히 살펴보니 황석채를 오르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우리는 걸어서 황석채에 올라가려는 쪽에 속합니다.

 

 

우리는 삭도(=케이블카)가 있는 쪽으로 가서 황석채로 올라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도도 한장들지 않고 입장을 하고 만 처지가 되었습니다. 어딜 가든지 지도는 꼭 필요한데 말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바이두 지도를 불러낸 뒤 확대해서 살핀다고 해도 이런 산골짜기의 작은 길까지는 잘 나오지 않으니 문제가 생긴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삼림공원안쪽에는 관광객들이 버린 지도를 주워서 파는 현지인들이 있습니다. 어떤 아줌마는 우리에게 한장에 10원을 불렀는데 비싸다고 안샀습니다. 어떤 아주머니가 6원을 부르기에 두말없이 한장을 샀던 것이죠. 중고지도를 손에 넣은 우리도 어지간히 짠돌이들입니다.  

 

 

황석채로 오르는 케이블카가 있는 곳으로 가는 버스를 타지 않고 우리는 걸어갔습니다. 입장권을 가지고 있으니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버스여서 타도 되지만 걸어보기로 한 것이죠. 거리도 그리 멀지 않으니 걸을만 합니다.

 

 

벌써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습니다.

 

 

매화같지만 매화는 아닌 그런 꽃나무도 보였습니다.

 

 

도로가로는 작은 개울이 따라 흐르고 있었습니다. 시원스럽게 뻗은 대나무가 장쾌합니다.

 

 

우리는 저 밑에서부터 걸어온 것이죠.

 

 

셔틀버스가 우리 옆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공짜버스를 타지않고 걸어간다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꿋꿋하게 걸었습니다.

 

 

마침내 저 앞쪽으로 삭도출발점이 나타났습니다. 한 십오분 정도 걸은 셈입니다.

 

 

도로가 비탈을 이용해서 키작은 식물로 만든 한자가 있는 작은 조경이 제법 정겨운 풍경을 연출합니다.

 

 

이 작은 골짜기만해도 제법 경치가 좋았습니다.

 

 

건물 위에 황석채 삭도라는 글자가 뚜렷합니다.

 

 

셔틀버스가 보이길래 사람들에게 올라가는 길을 묻기 위해 안을 들여다보았는데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소복하게 모여있었습니다. 가이드는 조선족이었는데 그는 케이블카 출발점에서 황석채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겨울에 폐쇄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작은 문제가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서 아까 공원이 있던 곳에서부터 위로 올라가야한다는 말이 되는 것이죠.

 

 

우리는 관광객들과 셔틀버스를 함께 타고 다시 내려왔습니다. 입구에서부터 가까운 공원에서 다시 출발합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장가계 풍경구 안에는 많은 원숭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원숭이들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죠.

 

 

워낙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닳아빠진 영악한 녀석들이어서 가끔씩은 인간눈치를 보다가 카메라나 모자나 지갑같은 것을 훔쳐 재빨리 도망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는게 좋습니다.

 

 

처음 보는 원숭이들이 귀엽다고 여겨서 가까이 다가가면 봉변을 당하는 수가 있으니 조심하는게 좋습니다. 우리는 황석채로 올라갑니다.

 

 

산길은 처음부터 계단길입니다. 잘 알겠습니다만 중국인들은 산길을 돌계단으로 포장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니 명산이라면 거의 예외가 없습니다.

 

 

같이 출발했던 팀멤버가운데 한분이 갑자기 허벅지쪽 고관절이 아파서 오르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을 하길래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도록 합의를 보았습니다. 아까 우리가 갔던 삭도출발점으로 다시 간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구경을 하다가 나중에 정상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으면 되므로 헤어진다고 해서 크게 염려할 일은 없습니다. 

 

 

올라가는 길이 서서히 가파르게 변합니다.

 

 

숲이 진하니 공기가 시원스럽게 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도시들은 하늘이 항상 뿌옇게 흐려져있습니다. 스모그 때문이죠.

 

 

산에 오면 그나마 공기가 약간 맑아집니다. 이런 큰 산 부근에서는 푸른 하늘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으니 그런대로 천만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휴게소가 나타났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초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산에서 뭘 사먹으려면 산아래보다 확실히 비싸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우리들은 안 사고 그냥 지나치기로 하되 적당한 공간이 나타나면 쉬기로 했습니다. 

 

 

부근에 전망대가 있다는 안내판이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가봐야지요. 

 

 

우리는 휴게소 뒤로 올라갔습니다.

 

 

전망대는 부근에 있었습니다.

 

 

절벽 밑으로 잔도 비슷한 길이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안가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화비봉이라....  이름 하나는 기가막히게 지어놓았습니다.

 

 

밑에 보이는 건물이 휴게소입니다.

 

 

나는 잔도를 따라 안으로 돌아가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다음 글에 계속하겠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