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5 중국-붉은기의 흔적:강소,호남(完)

기차표구하기와 기차표보기 - 절대 어렵지 않습니다

by 깜쌤 2015. 2. 4.

 

우리는 배낭여행자들이니 모든 것을 우리 힘으로 해결해야합니다. 내가 리더로서 팀장의 역할을 맡고 있으니 모든 일정계획과 행동계획을 세워두어야 했습니다.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 일단 남경남참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대도시내에서의 이동수단으로는 지하철만큼 편한게 없습니다. 호텔에서 지하철 역까지는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시내분위기도 살필 겸해서 말입니다.

 

 

최근 3년간의 복건성, 절강성 여행을 통해 중국 동남부지방의 대도시 가로수들은 플라타너스 나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열대기후에 잘 맞는다는 특성도 있겠고 운치면에서도 그저그만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겨울이라고는 해도 시내 곳곳에 푸르름이 넘쳤습니다. 그게 아열대기후의 특징인가 봅니다.

 

 

강소성의 행정중심지가 남경(=난징)이어서 그런지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강소성의 교통을 총괄하는 관청앞에 데모대들이 모여있었습니다. 가까이가서 대놓고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멀찍이 서서 찍었습니다만 관청 정문 앞에는 노인들로 구성된 데모대가 모여있었던 것이죠.

 

사회주의 공산당 일당체제하에서 데모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던가요? 물론 중국에도 자그마한 군소정당이 존재하는 것으로 압니다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공산당의 둘러리용이며 2중대 역할을 한다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지하철 역을 향해 천천히 걸었습니다.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 가는 발걸음이므로 약간은 긴장되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 장거리 이동을 할때 아무래도 가장 유용한 수단은 기차일 것입니다. 돈이 주머니에 가득해서 아무런 금전적인 어려움없이 여행을 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게 가장 빠르고 편하고 멋진 방법이 되겠습니다만 저같은 가난한 여행자에게는 기차만큼 편한 수단이 없습니다.

 

 

잘 알아두어야할 것은 기차표구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쉽지 않다는 말은 기차표구하기가 전쟁수준으로 어렵다는 말과 같습니다. 중국도 이제 자가용 보급율이 높아져가고 있고 고속버스노선들이 정비되어 가고 있어서 열차이용객수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있습니다만 워낙 큰 나라여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기차가 차지하는 위상이 절대적입니다.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남경남참에서 내렸습니다.

 

 

앞에서 이야기를 드렸습니다만 남경에는 두개의 기차역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남경참이고 또다른 하나는 남경남참입니다. 남경남점은 고속열차전용으로 새로 지었는데 어지간한 공항 건물 크기라고 보면 됩니다. 최근에 지은 중국의 기차역들은 거의 다 공항수준이라고 여기면 틀림없습니다. 그만큼 크기도 하거니와 이용객도 많다는 뜻입니다.

 

 

중국 기차역의 매표소는 보통 1층에 따로 있습니다. 기차표가 없으면 대합실 출입이 통제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행동하는데 유리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표소라고 하지만 중국은 수표처라고 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수라는 글자는 '팔 수'자입니다.

 

 

드디어 남경남참 1층 매표소앞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드넓은 매표소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중국도 전자화가 엄청 진행되어서 젊은이들 대부분은 자동판매기 앞에 붙어섭니다만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사람이 직접 표를 파는 창구를 찾아서 줄을 서기로 했습니다.

 

  

몇시 몇분에 어떤 차가 어디로 가는지를 알길이 없으므로 전면 벽위에 붙여놓은 대형 전광판을 살폈습니다. 차시간표를 찾으면 좋겠지만 처음에는 이상하게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벽면에 자그맣게 붙어있는 기차시간표를 찾아내고는 확인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한자를 읽고 쓸 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릅니다.

 

나는 마침내 G1481호 열차가 장사까지 간다는 사실을 찾아냈습니다. 열차번호앞에 영어로 G가 붙으면 고속열차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 고속열차가 있듯이 중국에도 고속열차가 있습니다. 지금 중국은 온갖 개발사업과 고속철도 건설공사로 인해 중국 온나라가 공사판처럼 변해있습니다. 남경에서 장사까지 가는 고속열차가 있다면 우리 일정은 쉽게 풀리게 될 것입니다. 

 

호남성 장사부근에는 너무나 유명한 장가계라는 관광지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 가운데 하나가 장가계입니다. 나는 장가계를 거쳐 덕항(=더캉)봉황(펑후앙)을 본 뒤 화이화로 내려갔다가 다시 남경으로 돌아오면서 중간중간에 들러 중국 시골마을을 보는 것으로 이번 여행의 밑그림을  그렸습니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일단 장사까지 이동하는게 큰 문제였습니다.   

 

 

                                                      (남경남점 앞의 광장)

 

나는 메모지를 꺼내 글자를 썼습니다. 그게 표를 구하는 가장 쉬운 길이기도 합니다. 의사전달이 명확해야하므로 어설픈 중국어로 데데거리기보다는 글자로 쓰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매표원도 표를 사려고 하는 사람이 외국인인줄 알면 더 공손하고 친절한 태도로 나오기 때문에 손해볼 일이 없습니다.

 

G1481. 長沙南(장사남). 1月 8日 09시 03分發, 2等. 3人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이 정도 글자는 알지 싶습니다. 만약 이 정도도 모르는 젊은이라면 이제부터라도 늦지 읺았으니 한자공부를 해놓기 바랍니다. 앞으로의 여러분 인생이 달라질 것입니다. '발'이라는 글자를 제가 정자로 써두었습니다만 실제로는 약자를 써서 보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매표원은 컴퓨터 화면에 502,5라는 숫자를 보여주었습니다. 차표 한장당 502원 50각이라는 말이겠지요. 제가 알았다는 신호를 보냈더니 그는 여권을 요구했습니다. 

 

 

                                                          (남경남점 앞 광장 2)

 

중국에서는 기차표를 구할때 신분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두어야합니다. 우리는 외국인이니 당연히 여권을 제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조치를 하는 이유는 기차표 매점매석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기차표 구하기가 워낙 어려웠기에 그동안 국민들과 외국인들의 원성이 자자했는데 2년전부터 중국정부에서는 기차표를 구할때 신분증을 요구하는 조치를 시행했고 더 나아가 1인당 차표를 1장만 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이제는 예전보다 표구하기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중국여행의 진수는 기차표구하기입니다. 역에 가서 기차표를 직접 구해보아야만 중국여행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줄을 조금이나마 알게 됩니다. 패키지 여행으로 가서 편안하게 따라다니기만 하다가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중국이 이렇더라 저렇더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옵니다. 패키지 여행으로는 중국 중하류층 인민들의 고단한 삶을 깊이있게 파악할 수 없습니다. 겉으로 보는 것과 직접 경험해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우리는 내일(1월 8일) 아침에 장사로 이동하는 기차표를 손에 넣었습니다. 장사까지는 4시간 정도만 달리면 도착하게 될 것입니다. 기차표를 손에 넣었다면 그냥 주머니속에 넣어둘 것이 아니고 세밀하게 점검을 해두어야 합니다. 이제 중국 기차표 보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래 사진을 봅시다.

 

 

 

1 - 열차표를 판 장소 : 남경남이라고 되어 있음. 남경남 뒤에 보이는 글자는 '팔 수'라는 글자임.

2 - 2번차의 10A 좌석이라는 뜻임. 바로 밑에는 2등칸 좌석임을 표시하고 있음.

3 - 목적지인 장사남참을 나타냄.

4 - 열차출발일시를 나타냄. 2015년 1월 8일 09시 03분발 열차임.

5 - 출발지가 남경남참임을 나타냄.

6 - 열차번호를 나타냄. G가 앞에 붙으면 고속열차나 동차를 의미함.

7 - 요금

8 - 기차표 제한사항을 표시함. 당일 해당열차에만 이 표가 유효하다는 것을 의미함.

9 - 열차표 구매자의 이름이나 성을 나타냄

10 - 신분증 번호임

11 - 개찰구를 나타냄. 아주 중요하므로 절대 기억하고 있어야 함. "검표구 B 13"이라는 뜻임.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차를 탈때 설명을 다시 세밀하게 드리겠음.

12 - 화해호라는 글자인데 고속열차 이름을 나타냄. 중국의 고속열차는 거의 대부분이 화해호라는 이름을 쓰고 있음.

 

 

우리는 역광장으로 나왔습니다. 광장 구경을 한 뒤 다시 시내로 들어가야합니다.

 

 

이동수단을 확보했으니 이제는 원래 계획한대로 여행을 하면 될 것입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4명을 한팀으로 구성하도록 계획했습니다만 실행단계에서 세사람이 못가게 되어 다른 두사람을 넣어서 3명으로 된 팀을 구성했습니다.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게 왜 그런지 궁금하시지요?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하겠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