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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메뚜기도 한철이다

by 깜쌤 2014. 11. 4.

 

노벨문학상을 탄 수상자들 중에 대표적인 여성은 여사가 있다. 미국인 여성으로서는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는데 그녀의 작품으로서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대지>가 있다. 소설 속에는 풀무치떼들의 습격이야기가 등장한다. 

 

귀뚜라미나 풀무치, 여치, 팟종이, 메뚜기같은 곤충들은 생김새가 비슷하기도 해서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이 아니라면 가끔은 혼동하기도 한다. 하기사 귀뚜라미 정도는 그나마 구별하기가 쉽지만 다른 것들은 분류하고 정리하기가 그리 녹녹치 않다.

 

 

가을을 대표하는 곤충이라면 단연 메뚜기귀뚜라미다. 중국인들은 귀뚜라미 소리를 참 좋아해서 귀뚜라미를 잡아 통속에 넣어 기르면서 소리를 감상하기도 하는데 <마지막 황제>라는 영화속에도 그런 모습이 등장할 정도이니 말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락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MC로 강호동씨와 유재석씨를 꼽는 사람들이 많은데 유재석씨의 별명이 메뚜기다. 가만히 보면 좀 닮은듯한 구석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유재석씨는 남을 배려하는 MC로 유명하니 어찌보면 메뚜기가 인간을 위한 식용으로 쓰임받는 것을 보면 배려한다는 차원에서는 공통점이 있는듯 하다.

 

 

성경에도 메뚜기는 등장한다. 성경속에서는 메뚜기들이 재앙의 상징으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올해 9월에는 아프리카의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에 초대형규모의 메뚜기 떼가 등장하여 농작물 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지나갔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게 재앙이 아니고 무엇이랴 싶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올해 엄청난 규모의 떼거리가 해남에 등장하기도 했다. 해남에 등장한 종류는 나중에 풀무치라고 알려졌는데 메뚜기든 풀무치든 비슷한 종류이니 대량으로 발생할 경우 인간과 식물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는 무섭긴 매한가지다.  

 

 

우리나라에서 메뚜기라고 하면 일반적으로는 벼메뚜기를 의미한다고 봐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예전에는 메뚜기도 훌륭한 반찬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때 그 맛을 못잊는 사람들은 요즘도 메뚜기를 잡기 위해 논밭을 누비기도 한다. 

 

예전에는 메뚜기를 잡으러 갈때 반드시 소주댓병을 준비했다. 유리병이 귀하던 시절이라 큰병 구하기도 힘들었는데 집안에 소주댓병이 하나있으면 그게 재산이기도 했다. 밤에 호롱불을 밝히기 위해 꼭 필요한 석유를 사러갈때 댓병을 가져가서 담아오기도 했는데 그런 병은 다른 용도로 쓸 수가 없었다. 석유냄새가 오직 독했는가 말이다. 

 

요즘은 1.5리터짜리 페트병을 가지고 가는데 댓병과 비교해서 무엇보다 안전해서 좋다. 떨어뜨려도 깨질 염려가 없으니 너무 편하고 좋은 것이다. 메뚜기를 담아두려면 아구가 좁은 병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다리에 힘이 넘치는 메뚜기 종류들은 그 튼실한 뒷다리로 뛰어오르기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지난 10월 초순에 아내는 메뚜기를 잡으러 갔다. 딱 한번 가더니만 제법 많이 잡아왔다. 찐 뒤에 잘 말리지 않고 요리를 하면 속이 툭툭 터지게 되어 징그러운 느낌이 들면서 식감이 영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되므로 찌거나 볶은뒤 반드시 잘 말려야 한다.

 

바삭바삭하게 되도록 말린 뒤 소금간을 적당히 하고 기름에 볶아내고 날개나 뒷다리같은 것을 떼어내고 상에 올리면 멋진 먹거리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간이 잘된 것은 짭조름한 맛이 일품인 멋진 식품이 된다. 동남아시아나 중국에서는 곤충요리를 팔기도 하는데 그런 것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기절할듯이 놀라기도 한다.

   

 

번데기나 새우깡을 먹으면 제법 고소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던가? 메뚜기 반찬은 그런 맛을 낸다. 맥주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메뚜기도 멋진 안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인기 절정인 치킨과 맥주의 조합은 비만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지만 맥주와 메뚜기는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메뚜기가 고단백질음식이라고 하니 너무 많이 먹으면......  글쎄다.

 

메뚜기를 잡으려면 이슬이 마르기 전에 가는 것이 좋다. 가을철 차가운 이슬에 젖은 메뚜기는 잘 날지 못하므로 기동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때 발견되는 녀석들은 거의 줍다시피 담으면 되지만 해가 뜨면서 이슬이 말라버리면 녀석들은 비장의 무기인 뒷다리를 이용하여 놀라운 힘으로 점프해서 인간의 손아귀를 빠져 나가는 것이다.

 

 

농사를 위해 농약을 마구쳐대던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메뚜기 보기가 정말 귀했는데 친환경농법으로 돌아선 요즘에는 메뚜기 보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아져서 귀찮을 정도가 되었다. 잘볶은 메뚜기들은 제법 비싼 가격으로 팔리는 것 같았다. 돈이 궁한 일부 사람들은 전문적인 꾼으로 변신하여 메뚜기를 대량으로 잡으러 나서기도 하는 모양이다.

 

도시인들이 메뚜기를 잡으러 나설 경우 추수를 다하지 않은 논에 마구 들어가서 서있는 벼를 마구 쓰러뜨리기도 하는데 그런 행동은 절대 하면 안된다. 다 지은 농사를 망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잡으러 갈 때는 면장갑이 있으면 좋다. 그래야 날선 벼잎에 손을 베이지 않기 때문이다. 발에 신는 장화는 필수품이지만 장화가 없을 경우에는 논둑으로 다니면서 잡아야 한다. 올해 기회를 놓친 분들은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벌써 11월 초순이기 때문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