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와 갈대는 다른 존재다.
얼핏보면 생김새는 비슷하다.
갈대는 보통 물가에 산다.
억새는 물가에도 살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산에 더 많이 산다.
가을을 대표하는 꽃은 아무래도 억새다.
경주 형산강변에 가면 억새밭을 만날 수 있다.
이 가을에 어디 간들 억새밭이 없으련만 곁에 두고 보는 억새와 산까지 찾아가야 볼 수 있는 억새는 엄연히 느낌이 다르다.
나는 퇴근길에 억새밭으로 들어섰다.
억새길로 들어섰더니 그날따라 하루살이떼들이 극성을 부렸다.
여름에 자전거로 시베리아 횡단을 시도했던 사람의 말에 의히면 극성스런 모기떼들 때문에 고통스러웠다고 하더니 꼭 그꼴이 났다.
그래도 나는 꿋꿋하게 달려간다.
장군교가 나타났다. 다리 이름이 장군교다.
나는 장군교부근에서 다시 강변도로로 올라섰다.
저녁햇살을 머금은 남산이 선명한 자태를 자랑하며 저 멀리 서있었다.
억새가 만들어내는 이런 풍경을 나는 좋아한다.
강변도로를 따라 달리자 '예술의 전당'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그림자가 슬슬 강변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억새를 덮으면서 말이다.
모름지기 인간은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야한다.
돌아갈 집이 없는 자는 서글픈 법이다. 인간이 맞이하는 죽음도 저녁과 같은 것이리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디로 돌아갈지를 모르고 산다. 평생토록 수고하며 억세게 인생을 살았지만 억새밭같은 인생숲에서 길을 잃은 자들이 많다는 것이 우리가 가진 문제다.
나는 억새밭을 벗어났다.
동국대의대 병원앞 논벌에도 억새들이 무리지어 피어있었다. 확실히 가을은 억새의 계절이다.
어리
버리
'사람살이 > 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을 먹다가.... (0) | 2014.10.30 |
---|---|
우울했기에.... (0) | 2014.10.24 |
오늘 피울 꽃송이나마 한번 헤아려볼까나 싶다 (0) | 2014.07.11 |
고구마꽃이 그리 귀한가? (0) | 2014.07.07 |
떠나가기 (0) | 2014.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