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에서 보면 도로를 따라 올라오는 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자는 그런 위치에 있는 것이다.
나는 신발을 벗고 정자마루에 올라가서 앉았다.
멀리 산들이 가까이로 다가와 앉았다.
언제따라왔는지 절마당 평상밑에 엎드려 있던 야옹이 한마리가 정자마루로 올라왔다.
절간에 사는 고양이도 그동안은 혼자서만 놀았기에 인간이 그리웠을 수도 있겠다.
산중에는 들쥐나 집쥐가 많이 없을까? 어쩌면 녀석은 내내 외로웠을 것 같다.
녀석은 나에게로 다가와서 빳빳하게 힘을 준 꼬리를 내 종아리에 비벼댔다.
그러면서도 야생본능을 드러내고 으르렁 거리기도 했다. 귀여운 녀석 같으니라고.
고양이를 어르다가 나는 다시 마당으로 내려섰다. 맨드라미가 붉게 타고 있었다.
나는 다시 절구경에 나섰다. 격외선원이라......
어쩌면 이쪽이 원래 절터였을 수도 있겠다.
이 산중에 이런 공사를 하려면 힘깨나 썼을 것이다. 깊은 불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골짜기 가장 안쪽에 또 다른 요사채가 있었다.
절 규모가 꽤나 컸던 모양이다.
젊었던 날, 나는 절에 머무른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나에게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대강 분위기는 안다.
나는 골짜기로 난 길을 오르기로 했다. 그쪽으로 가면 길이 있을 것 같았는데 느낌이 정확했다. 갈림길까지는 약 1킬로미터쯤 되는데 누가 이정표에다가 0.1킬로미터라고 장난(?)을 해두었다. 그런 장난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산길에서의 사고나 조난은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을날이라고는 해도 땀이 나기 시작했다. 골짝엔 물이 말랐다.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내 갈림길이 나타났다. 왼쪽으로 가면 금성산으로 가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비봉산으로 가게 된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조문국이라는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금성산쪽으로 가는게 유리하다. 금성산쪽으로 가는게 더 나은 경치를 볼 수 있다고 본다.
갈림길에서부터는 산등성이를 따라 걷는 길이다. 그러므로 크게 힘들지는 않다.
무지한 등산객으로부터 송이버섯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몸부림이 움막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에게는 송이가 귀중한 수입원이지만 그걸 모르는 도시인들은 산에서 나는 송이를 자기가 찾았으니 자기 것으로 여겨 함부로 채취한다. 농민들이나 주민들은 입찰을 통해 소유자로부터 산을 빌리기도 한다. 그러므로 송이는 등산객이 함부로 채취할 수 있는게 아닌 것이다.
능선을 따라 걷다가 나무가지가 조금 트인 곳을 찾았다. 나는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골과 골 사이로 황금벌판이 누비고 있었다. 가을 산행의 참맛은 이런 경치를 보는데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멀리 아스라히 보이는 동네는 의성읍일 것이다.
나는 다시 길을 걸었다. 점심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은 큰 실책이다.
노적봉 전설은 과연 진실일까?
산속으로도 가을이 묻어오고 있었다.
10월 말경이 되면 단풍이 절정을 이룰 것이다. 그땐 단풍을 볼 수있는 대신 황금색 벌판이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산등성이길이라고는 해도 오르막내리막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어떤 곳은 제법 가파르기도 했다.
이런 계단길은 몇번만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 힘이 빠지고 만다.
송이버섯이 비싸고 귀해지면서 이런 경고판까지 등장했다. 그리 아름다운 모습도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수입원을 지키고 싶어하는 주민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산행을 할 경우 이런 표식은 쵤영해두는 것이 유리하다. 조난을 당했을 경우 신고할때 엄청 편하기 때문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남쪽 경치가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 대구 팔공산이 보였다.
마침내 나는 서쪽과 북쪽을 환하게 볼 수 있는 장소를 찾아냈다.
나는 바위에 앉아 땀을 식혔다.
사실 금성산의 모습은 탑리역이 있는 쪽에서 바라봐야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거대한 문어가 대가리를 곧추세우고 사방으로 다리를 편듯한 그런 모습이 압권이기 때문이다. 산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때도 그런 견기에서 보면 사방 경치가 쉽게 이해된다.
의성읍뒤 저멀리 보이는 산이 어쩌면 봉화 청량산일지도 모른다.
나는 나이들어 산에 오르고나서야 비로소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중대한 비밀(?)을 하나 깨달을 수 있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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