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영천, 의성, 안동, 영주, 단양, 제천, 원주를 거쳐 청량리로 가는 기차를 탔다. 10월 10일의 일이다.
의성 못미쳐 탑리역에 내리니 10시 40분경이 되었다. 경주에서 출발하여 한시간 반정도만 기차를 타고있으면 도착하는 곳이다.
나는 경주로 내려갈 경우를 대비해서 기차시간표를 확인해두었다. 오후 5시 45분에 의성으로 올라가는 기차가 있었다. 의성에서는 경주로 내려가는 기차가 6시 조금 넘어 있으므로 의성행 열차가 연착만 하지 않는다면 차를 갈아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기차역을 빠져나왔다. 기차역 부근에 여관이 있는지 여관 간판이 하나 붙어있었다.
그런 시설들은 미리 확인해두면 좋다.
나는 오늘 탑리에 있는 금성산에 올라가볼 생각이다. 언젠가는 한번 올라가 봐야지하며 몇년 동안 벼르고 벼르다가 오늘에야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되었다.
금성산이 있는 탑리는 금성면 소재지다. 의성군을 이루는 면가운데 하나가 금성면인데 예전 삼국시대 초기에 조문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던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탑리는 면소재지 정도의 작은 동네여서 크게 볼 것은 없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귀중한 유산들이 여기저기 숨어있는 매력적인 곳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빵집이라도 있으면 요깃거리로 한두개 사가려고 했지만 그런 곳을 찾지 못했다.
나는 철길밑으로 난 도로를 따라 걸었다. 논벌 왼쪽으로 오늘 목표로 삼은 금성산과 비봉산이 나타났다.
풍요로운 가을날이었다. 아직 추수를 하지 않은 벌판이 황금색을 띄고 있었다.
논벌 너머로 중앙선 철길이 보였다. 저 길을 따라 참으로 많이도 나다녔다.
나는 중학교 1학년때부터 기차 통학을 했었다. 학교를 다녀오는데만 하루 3시간을 꼬박꼬박 투자해야했다.
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좌우를 살폈다.
지금 내가 걷는 방향은 탑리에서 가음과 춘산쪽으로 가는 길이다. 가음이니 춘산이니 하지만 일반인들은 도저히 알 수 없는 지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논둑가로 유홍초가 조롱조롱 예쁘게도 피었다. 나팔꽃과 생김새가 비슷하긴 해도 꽃의 크기가 다르고 이름이 다르다.
이제 산운마을까지 다왔다. 탑리역에서 걸어도 한 30분이면 된다.
산운마을에는 제법 아름다운 한옥고택들이 소복하게 모여있다.
산운 마을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은 아래 글상자속의 글을 클릭해보기 바란다.
작년 7월 29일에 어머니를 뵈러 시골에 왔다가 짬을 내어 이 동네를 다녀갔었다. 그때까지도 정정하셨던 어머니를 올해 6월에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 말았으니 속마음이 한없이 아프고 따갑고 아리기만 하다.
주차장이 나타났다.
예전의 초등학교를 개조하여 멋진 자연학습장을 만들어두었다.
나는 운동장으로 들어가보았다.
체험학습을 나온 유아원생들이 너른 잔디밭속을 마음껏 헤집고 다니며 뛰놀고 있었다.
내가 어렸을때는 저런 잔디밭을 보기가 얼마나 힘들었던가? 잔디밭은 묘소앞에서나 조금 만나볼 수 있었다.
한때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었던 독서상이 아직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내가 오늘 굳이 금성산에 올라보려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교육대학을 다니던 어는 여름날, 금성산에 한번 오른 적이 있었다. 산을 내려와 삼십리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철길 현장에서 일을 하시던 아버지를 만나뵈었던 기억때문에 나는 다시 이 산을 찾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7년이 지났다. 문득 아버지가 그립고 어머니가 보고 싶었기 때문에 오늘 아침 훌쩍 집을 나온 것이다. 나에게도 저런 아이들처럼 어렸던 날들이 있었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생각나는게 없긴 하지만 분명 그런 시절이 있긴 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성웅 이순신 장군상 부근을 둘러싼 해바라기들이 그분의 높은 뜻을 기리는 양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보려다가 참았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쉼터를 찾아갔다.
가을날이라고는 해도 따가운 햇살 아래를 걸었더니 땀이 촉촉하게 스며나왔기에 식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참 오래도 살았다. 아직 예순을 채우지 못했지만 그래도 오래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어린이집 아이들이 벗어놓은 배낭을 살펴보았다. 앙증맞다.
한 십여분쯤 쉬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금성산과 비봉산이 도로 끝쪽에 다가와 있었다. 나는 부지런히 산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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