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우리나라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나라안 여기저기 in Korea

자전거로 골벌국의 근거지인 영천 다녀오기 2

by 깜쌤 2014. 9. 24.

 

나는 중앙시장을 찾아 나섰다. 영천역에서는 아주 가깝다. 바로 앞이나 마찬가지니까.

 

 

한 블럭 정도의 거리인데 버스를 타고 갈 필요는 없다. 영천역 부근에는 여인숙 간판을 단 집이 몇개 보였다. 아직도 여인숙이 남아있다는게 너무 신기할 정도다. 여인숙보다 등급이 높은 여관들도 거의 다 사라져가는 처지인데.....

 

 

거리는 깔끔했다. 경주 시가지와 비교하면 여긴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요즘 나는 경주 시가지를 볼때마다 한숨밖에 안나온다. 왜 그렇게 더러워져가는지 모르겠다.

 

 

영천우체국을 지나면 곧 시장거리다. 시장의 규모도 크거니와 깔끔하고 깨끗했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시장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영천시장의 명물은 누가 뭐래도 돔배기가 아닐까 싶다. 돔배기는 상어를 토막낸 고기 덩어리를 말한다. 돔배기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바로 아래 글상자의 주소속에 나타난 글을 참고로 하기 바란다.

 

 

 

 

 

시장이 이 정도로만 깨끗하면 일본이나 유럽수준이다.

 

 

요즘 나오는 빗자루는 고급화가 이루어진듯 하다. 이제는 집에서 모두들 청소기를 돌리는 분위기이니 빗자루 장수가 발붙일 여지가 없어진듯 하다.  

 

 

대강 한번 둘러본 나는 다시 기차역부근으로 가서 커피숍을 찾았다. 당일 열차표를 보여주면 커피값에서 500원을 할인해준다는 가게를 찾아들어가서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을 마셨다.

 

 

그런 뒤 나는 다시 기차역으로 갔다. 친구들이 새마을호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온다는 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이다. 기차역에서 친구를 만났다. 이제는 늦은 점심을 먹을 차례다.

 

 

수십년전의 학창시절에 만난 친구들이니 인연도 참 질긴 인연이다. 한두번씩은 나와 배낭여행을 함께 한 처지여서 서로에 대해서 너무 잘 아는 친구들이다.

 

 

자전거를 즐긴다는 점에서도 우리는 서로 닮았다. 중앙시장안에 만들어둔 자전거정차장에다가 자전거를 세워둔 뒤 국밥골목을 찾아갔다. 늦은 점심을 먹느라 배가 고파서 사진찍는 것을 깜빡했기에 2년전의 사진을 몇장 가지고 왔다.  

 

 

영천중앙시장안에는 유명한 맛집이 몇군데 있다. 사진 속을 보면 산성식당이라는 이름이 나오는데 산성이라고하면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으로 소문난 화본을 나타내는 다른 말이다. 식당주인은 어쩌면 군위군 산성면 출신이 아닐까 싶다.

 

 

수정식당도 있다. 한결같이 깔끔하고 깨끗하다.

 

 

영천 중앙시장의 곰탕골목은 유명한 곳이므로 거기까지 갔다면 놓치지 말고 찾아가서 한그릇 잡수어보시기 바란다.

 

 

경주에 돼지국밥집이 많다면 영천은 소고기국밥집이 더 많은 것 같다.

 

 

우리는 포항할매집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손님대하는 자세가 한결같다.

 

 

직접 음식을 장만하고 손님을 맞이한다.

 

 

우리는 국밥 한그릇으로 피로를 풀었다. 워낙 점잖은 친구들이니 대화가 통해서 좋다.

 

 

이제는 가야할 시간이다. 경주까지 3시간 걸린다고 보면 3시전에는 출발해야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2시 40분경에 헤어졌다. 친구들은 자전거를 타고 반야월까지 갈 것이다. 대구를 향해 흐르는 금호강변으로 멋진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져 있다고 하니 친구들의 안전은 염려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국도를 따라가야했다. 영천에서 모량까지는 국도를 따라가고 그 다음부터는 농로와 이면도로를 찾아서 라이딩할 생각이다.

 

 

중앙선 건널목을 건넜다. 중앙선 복선전철화가 이루어지면 이 길도 사라질 것이다. 영천역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영천 인터체인지쪽으로 달려야 한다. 4차선 도로여서 보기에 시원스럽긴 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입장에서는 뒤에서 덤벼드는 자동차가 제일 무서운 존재다.

 

 

드넓은 벌판이 황금색으로 슬슬 물들어가기 시작한다.

 

 

이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경주는 영천의 남쪽이니 남쪽으로 꺾어야 했다.

 

 

한약을 달이는 조형물을 옆으로 두고 자전거를 달렸다. 갑자기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났다. 어머니께서는 편찮으신 아버지를 위해 저런 식으로 한약을 참 많이도 달이셨다. 

 

 

금호강으로 흘러드는 지류를 보고 잠시 자전거를 세웠다.

 

 

물이 더 맑았으면 좋으련만.....

 

 

이제 4차선 자동차전용도로로 올라가야 한다.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임포부근까지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사용안할 수가 없다.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진입로에는 코스모스가 만발했다. 확실히 가을이다.

 

 

전용도로로 올라서서 조금 달리자 이정표가 등장했다. 경주까지 32킬로미터란다. 지금까지 달려온 길이 4킬로미터가 넘으니 영천과 경주사이의 거리는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아름다운 조형물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다시 자전거에서 내렸다.  

 

 

임포까지 와서는 농협 하나로마트를 찾아갔다. 음료수라도 하나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렌지주스를 사서 들이키고 난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임포시외버스 정류장앞을 지났다.

 

 

국도를 따라 달리면 다시 중앙선 철도와 만나게 된다.

 

 

나는 철교밑을 통과했다.

 

 

플라타너스나무 두그루가 반갑게 맞아준다. 이제는 가로수로서는 거의 사라진 나무여서 아쉽기만 하다. 포플러나무가 늘어선 길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철길과 도로가 가장 가깝게 나란히 흐르는 지점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철길로 올라갔다.

 

 

경주와 영천사이의 기차길 풍경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이다.  

 

 

내 기준으로 그렇다는 말이니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나는 다시 페달을 밟았다. 자동차전용도로가 옆으로 같이 이어진다. 여기를 지나면 아화가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젠 살짝 내리막이다. 그래도 나는 함부로 마구 내달리 않는다.

 

 

마구 내달리는 것이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부근에 아름다운 저수지가 하나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멈추어서서 저수지 풍광을 살핀 뒤 다시 안장에 올랐다.

 

 

아화에서 건천 사이는 거의 직선도로인데 그쪽에는 코스모스가 가득하다. 이런 길을 달릴때는 행복감을 느낀다.

 

 

해가 기울면서 산그림자가 슬슬 도로로 내려와서 덮히기 시작했다. 힘이 빠지면서 서서히 지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건천초등학교 운동장에 들어가서 벤치를 찾아앉았다.

 

 

경주까지는 한시간 이상을 더 달려야한다. 자전거를 탄 아이들이 무리지어 놀고 있었다. 배낭속에서 비상식량봉지를 꺼내 초콜렛을 찾아 먹었다.

 

 

모량까지 와서는 이면도로로 들어갔다. 내 그림자가 도로위에 길게 걸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저 멀리 앞쪽으로 경주 남산이 나타나기 사작했다.

 

 

처음 기차를 타고 경주를 찾았을때는 저 산이 남산인줄도 몰랐다.

 

 

효현을 지나서 나는 다시 농로로 들어갔다.

 

 

장메마을을 지나면 드디어 경주시가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벌써 다섯시 반이 지나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집을 출발한지 거의 아홉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거의 하루종일 자전거를 탄 셈이다. 남산에 스며든 저녁햇살이 골골을 비추고 있었다.

 

 

산그림자가 형산강변으로 길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이제 조금있으면 억새가 피리라.

 

 

이윽고 강변으로 내려섰다. 몸이 점점 무거워졌다.

 

 

<예술의 전당>이 나타났다. 갑자기 피곤함을 느꼈다. 다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다음에 한번 더 도전해볼 생각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