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산 정상 부근에서 코스모스를 본다는 것은 진귀한 일이다.
산 아래에 자리잡은 서악동네가 참 아름답다.
경주 남산의 자태가 거의 한눈에 드러났다.
벌판 한가운데 거북이 한마리가 엎드린듯한 모양을 지난 산이 보이는데 그 목부근을 끊어내고 경부고속국도가 지나가고 있다.
나는 풍수를 따지지 않으므로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지만 저 모습을 두고 열을 내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여긴 절이라기보다는 사당이다.
빨래를 곱게 널어두었다. 물이 귀할텐데....
성모사다. 자세히 보면 절을 나타내는 글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성모(聖母)라면 누구를 의미하는 것일까?
성모사 옆에는 바위에 새긴 조각상이 있다.
나는 조각상을 살피기 전에 아래 세상을 먼저 살폈다.
커다란 바위에 부처라고 생각되는 3개의 상이 조각되어 있다.
솜씨가 제법 정교하다.
가운데 상의 얼굴 부분이 깨어져나간 것이 아쉽다.
오랜 세월에 걸친 풍화작용때문이었으리라. 희귀한 문화재를 임의로 파괴하는 자들도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들이다. 바미안의 대석불(大石佛)을 대포로 파괴한 자들이 바로 탈레반들이었다.
무지막지한 폭거를 저지른 그들은 이슬람에서 금지하는 우상이기에 파괴했다고 했다.
사당구경을 어느 정도 끝낸 후 나는 산정상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이제는 사당구역을 벗어날 시간이다.
등산로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자 작은 화단이 나타났다. 화단이라면 그냥 지나칠 내가 아니다.
백일홍! 내가 참 좋아하는 꽃이다.
흰색 달리아였을까?
요녀석은 이름이 가물가물하다.
금잔화도 있었다.
화단구경을 끝내고 돌아섰다.
내남쪽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풍경을 살필 때는 확실히 높은데서 살펴봐야 한눈에 그 전모를 알 수 있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아까 올라왔던 오솔길과 같은 수준이다.
꼭대기에는 돌탑이 있었다. 처음에는 하나뿐일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3기나 되었다. 누가 쌓은 것일까?
선도산이 있는 이 구역도 국립공원이다. 내가 보기에는 국립공원 기슭을 야금야금 갉아먹은 구역이 제법 많다. 지나치게 파먹은 것이나 다름없다.
선원사쪽으로 내려가면 충효동 신도시구역에 이르게 된다.
나무가지 사이로는 신경주역으로 가는 도로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상부에 올라도 나무들 때문에 사방을 살피는게 그리 쉽지는 않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경주의 스카이라인은 특색이 없다. 경주라는 도시가 지니는 고유한 색깔이 없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나는 등산로를 따라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은 오를때보다 훨씬 쉽다.
넓찍하게 닦여진 길을 따라 내려오기 때문이다.
산에서 자라는 억새들은 아직 꽃을 피우지 않고 있었다.
체력이 강한 어떤 이들은 이 길을 자전거로 오르기도 했다.
나는 도저히 그런 엄두를 내지 못한다.
불에 타버린 나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원래는 이런 식으로 숲이 울창했다.
한순간에 번진 불로 수천그루의 소나무들이 죽었다.
나는 햇살속에서 걸어나와 그늘 속으로 몸을 숨겼다.
대번에 시원한 기운이 나를 감쌌다.
고분 둘레에는 제법 많은 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아까 방문한 서당자리에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선도산 탐방을 끝냈다.
철없는 아이들이 고분군에 올라가 아우성을 치고 있는 동안에도 흰구름들이 가을 하늘을 메우며 흘러가고 있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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