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부근 버스정류장은 아직까지 남아있었다.
이런 식당도 이제는 이사를 가야할텐데......
나는 하나라도 더 내 기억속에 저장해두고 싶어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런 화분들은 주인따라 이사를 가면 되지만 땅에 붙박고 사는 식물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정류장쪽으로 가까이 가보았다.
대합실로 쓰고 있는 자그마한 박스 속에는 아이들이 남긴 작은 작품들이 붙어있다.
금강마을 할머니가 남긴 허심가라고 하는데..... 행정구역상으로는 분명히 금광리다. 그러니 마을 이름은 금강이 아니고 금광이 되어야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마을 이름을 잘못 표기한 글들이 제법 많았다.
아직까지 시내버스가 다니고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대합실 속에는 고사리손으로 만든 작품들이 유리창에 붙어있었다.
물속에 잠겨 사라져 가는 것이 다 아쉽지만 특히 내가 아쉬워하는 부분은 모래강이다. 내성천은 휘귀한 모래강인데......
이런 학교건물이 어느날 홀연히 사라져버린 것을 보는 기분이 어떤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학교에 근무하면서 모래강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함께 딩굴었던 추억을 가진 여선생님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나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합실을 나왔더니 영주로 돌아가는 시내버스가 달리고 있었다.
나는 매점으로 가보았다.
매점 주인은 나를 알아보셨다.
기록을 위해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더니 한사코 손사래를 치셨다.
우체국도 아직은 영업중인가보다.
나는 어렸을때 다녔던 교회를 찾아가보았다.
초등학교 1학년때 담임선생님이셨던 분이 한때 얼굴을 보이시기도 했었던 교회다.
교실 반칸 정도보다 작은 교회였는데... 나중에 더 크게 지어 이사를 했지만 그렇게 이사한 교회조차도 또다시 이사를 가야했다.
고개하나를 넘어 교회를 다녔던 나는 한달에 한두번씩만 출석하는 엉터리 학생이었다.
나는 다시 밑으로 내려왔다. 잠겨져 있는 출입문에 얼굴을 대고 안을 살폈다.
수건이 걸려있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아직까지 영업중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문닫은지가 얼마 안되었든지....
나는 6년동안 이 길을 지나다녔다.
고개를 넘어 학교를 다녔던 날들이 어제같은데 벌써 엄청난 시간이 흘렀다.
우리집 앞 푹꺼진 밭에도 토란이 심겨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집 마당에도 토란이 자라고 있었다.
토란잎 하나하나까지 그리워지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나는 고개를 오르다가 다시 한번 더 학교마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멀리 산골 틈바구니 사이로 감아흐르는 내성천 위로 새 다리를 걸고 있었다.
저밑에 보이는 모든 동네가 물속에 잠길 것이다.
나는 고개마루를 향해 걸었다.
댐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는지 고개마루도 거의 파헤쳐지고 있었다.
새로 낸 도로가 산허리를 감아돌고 있었다. 이 도로 밑으로는 모두 물에 잠긴다는 말이겠지.
예전에는 여기가 모두 산꼭대기 부근이었는데..... 앞으로는 이 도로 밑으로 거대한 호수가 생겨날 것이다.
어렸을때 그렇게 힘들여가며 넘었던 산마루위로 새로운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나는 고개 밑으로 내려가지 않고 새로낸 도로를 따라 걸었다.
벌써 아스팔트가 깔려졌고 끊어낸 산비탈에는 황화코스모스 비슷한 꽃을 심었다.
도로 밑으로 내가 6년동안 살았던 동네터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모든게 다 사라지고 없었다.
공사용 트럭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하염없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다 사라지고 없었다. 마을 자체가 없어진지가 오래되었으니 그리 아쉬울 것도 없지만 그래도 자꾸 눈길이 갔다. 숲을 베어낸 높이만큼 물이 차오른다는 말일 것이다.
산허리 가운데로 도로가 지나가는 일이 벌어지리라고 내가 어렸던 시절에 감히 상상이라도 한적이 있었던가? 실현불가능한 일이 내눈앞에 사실로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눈을 의심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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