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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한지(韓紙) 창호지를 보며

by 깜쌤 2013. 11. 26.

 

우리 조상들은 전통적으로 닥나무 껍질로 한지를 만들어왔다. 그러니까 한지(韓紙)는 우리나라 고유의 종이인 셈이다. 일본인들은 자기들에게 화지(和紙)가 있다고 자랑하고 중국인들은 화지(華紙 혹은 한지漢紙)가 있다고 큰소리치지만 품질면에서는 우리나라 전통종이인 한지가 한수 위로 인정받는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중국이 고려나 조선에게 조공품으로 한지를 요구했으랴? 

 

 

나는 1960년대 초등학교에서 사용했던 교과서를 상당수 소장하고 있다. 1960년대 초반의 초등학교 교과서는 유네스코에서 지원을 받아 인쇄한 것들이 많은데 사용했던 종이가 화학지여서 그런지 벌써부터 바스라지기 시작한다. 손으로 약간만 힘을 주어 만지면 자잘하게 조각나면서 으스러져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한지를 사용하여 만든 책은 천년 세월이 흘러도 바스라지는 법이 없으니 그 품질의 우수성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바이리라.  

 

 

한지를 한옥의 창문에 바르면 창호지라 하였고 그림을 그리는데 쓰면 화선지라고 불렀다. 연하장이나 청첩장으로 쓰는 것들은 태지라고 불렀다. 나는 한지를 발라 아름답게 장식한 종이 바둑판을 한점 소장하고 있다. 한지공예에 처음 입문한 제자가 만들어서 선물해준 것인데 귀한 손님이 오실때 찻상 대신으로 쓰기위해 한번씩 꺼내기도 한다. 

 

 

한옥의 매력은 한지를 정성스럽게 바른 전통문짝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창호지를 곱게 바른 문을 볼때마다 나는 아득한 유년시절로 돌아가고 만다. 다가오는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햇살 따뜻한 날을 골라 문짝을 떼어낸뒤 묵은 창호지를 다 뜯어내고 새 창호지를 발랐었다. 달랑 창호지 한장으로 바른 문을 가지고도 추운 겨울을 거뜬히 난 것을 생각하면 조상들의 지혜에 머리가 다 숙여진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