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달렸다.
후딱 지나치기엔 너무 아까운 곳이었으므로 애써 천천히 달렸던 것이다.
경주에 이런 길이 있는줄 아는 사람은 그리많지 않다.
목가적인 풍경이다.
논길 너머 이어서 메밀밭이 나타나는 곳!
자동차를 타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눈에 띄지 않는 곳이다.
이런 풍경은 숨겨두고 아껴가며 보고 싶다.
사람들이 마구 쏘다니는 곳으로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남산을 멀리보며 최대한 천천히 달려본다.
그늘에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쉬어가도 좋다.
목책에 걸터앉아 쉬면 더 낭만적이다.
메밀꽃 향기를 맡으면서 말이다.
메밀밭 한가운데서 시내를 보는 광경은 확실히 이국적이다.
인적이 드물어 좋았다.
이스탄불 인(in) 경주 행사가 지금 황성공원에서 진행중이다. 나는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그런 행사에는 넌더리를 내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니 나무랄 일은 아니다.
이글을 쓴 이유는 경주 시가지 바로 옆에 이런 곳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달밤에 한번 가보야하는데.....
달밤에 보면 다른 정취를 보이리라. 나는 이효석의 명문장을 떠올렸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추석을 보낸지 열흘밖에 되지 않았으니 그런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달이 없으면 어떠랴? 맑은 날 밤에 다시 한번 꼭 가보고야 말리라.
길 끝에서 만나는 이 풍경은 그냥 덤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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