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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보문호에 물이 찼다

by 깜쌤 2014. 8. 29.

 

최근 몇년간은 경주지방에 비오는 것을 보기 힘들정도로 날이 가물었다.

 

 

지겨울 정도로 내리던 비가 그치고 황화코스모스가 슬슬 피기 시작하던 여름날, 날이 살짝 들었을때 보문에 가보았다. 8월 장마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며칠간 줄기차게 비가 왔기에 보문호 상태가 궁금했었다. 

 

  

분황사옆이다. 멀리 보이는 산은 남산이고......

 

 

동네할머니 한분이 황화코스모스밭 사이로 난 길을 가고 계셨다. 얼마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났다. 슬펐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보문관광단지는 호수를 끼고 있다. 보문호가 있기에 보문관광단지가 한결 돋보이는 것이리라.

 

 

물이 넘치고 있었다. 지난 며칠새 비가 와도 정말 많이 온 모양이다.

 

 

나는 보문호 둑부근에 새로 설치된 무지개 다리위로 가보았다.

 

 

무넘이둑에 물이 흐르는 것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다. 흘러넘치는 물의 양이 제법 많았다.

 

 

호수 건너편으로 멀리 특급호텔 건물들이 보였다.

 

 

제일 왼쪽이 현대호텔이다.

 

 

대명콘도 건물이 하얗게 드러나있었다. 무지개다리 그림자가 무넘이에 떨어져있었다.

 

 

보문호에 물이 가득차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농업용수로도 빼서 써야하니 만수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흘러가는 물길이 북천이다. 북천의 끝은 형산강이다. 북천이 형산강과 마주치는 곳이 애기청수인 셈이다.

 

 

나는 가만히 서서 물이 넘쳐흐르는 모습을 살폈다.

 

 

흘러넘치는 물들이 보드라운 비단결을 펼친 것 같았다.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능가하는 것이 자연적인 아름다움이다.

 

 

아이들같았으면 물미끄럼이라도 타보았으리라.

 

 

나는 다리위로 올라갔다.

 

 

조형미가 아름다운 다리다.

 

 

이렇게 물이 찼으니 보문호에 오리배가 다시 뜰 수 있으리라.

 

 

내가 걸어온 길을 슬며시 돌아보았다.

 

 

앞쪽으로는 아이를 데리고 구경나온 젊은 새댁들이 걸어가고 있다.

 

 

좋을 때다. 어쩌면 그들 인생의 황금기인지도 모른다.

 

 

벌써 세월이 이만큼이나 많이 흘렀다. 돌이켜보면 나도 제법 많이 산듯하다.

 

 

세월의 흐름은 물살보다 빠르다. 하늘로 나무들이 치솟은 풍경을 보면 나는 마음이 짠해진다. 왜그런지 모른다. 어쩌면 포플러나무가 길 양쪽으로 줄지어 서있던 옛 도로들이 만들어낸 경치가 뇌리속에 단단히 각인되어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조용히 돌아서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배롱나무 꽃이 우거진 길을 조용히 달려 시내로 돌아왔던 것이다. 8월 중순의 일이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