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광복절 새벽, 삼릉숲에서 열리는 행사를 마치고는 시내로 돌아왔다.
찬양대에서 단체여행으로 부산을 가는 날이었기에 서둘러야했다.
얼마나 오랫만에 가는지 모른다. 일본을 갈때 그냥 한번씩 스쳐지나가본 적은 있지만 부산구경이랍시고 가는 것은 정말 오랫만이었다.
아침부터 날씨가 약간 궂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경주 남쪽의 역들도 예외없이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예전의 울산역은 태화강역으로 개명을 했다. 이제 울산역라고 하면 고속철도역을 떠올려야 한다. 태화강역의 안팎을 보고 싶다면 글상자 속의 주소를 클릭해보자.
확실히 여행은 좋은 사람과 같이 해야 즐겁다. 이번 여행에 아내는 같이 가지 않았다.
기차는 마침내 해운대역에 도착했다. 예전의 해운대역은 바닷가에서 그런대로 가까웠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새로 지은 해운대역은 현대식이다.
대합실에서 일행들을 재확인했다.
우리가 타고갈 버스가 역건물 밖에서 대기중이었다.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는 동백섬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를 마중하듯이 늘어선 즐비한 고층건물들이 사람의 기를 죽인다.
여기도 예전에는 항구였을 것이다. 자그마한 어촌정도였을터인데.....
부산의 스카이라인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주상복합건물인가보다.
우리는 웨스틴조선호텔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저 건너편 낮은 산봉우리가 동백섬이다. 왼쪽으로는 그 유명한 해운대 해수욕장이 펼쳐지는 곳이 아니던가? 세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늙다리세대에게 해운대를 상징하는 노래는 <해운대 엘레지>다. 몸매에 자신있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비키니 수영복과 폭죽과 낭만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1.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헤어지지 말자고
맹세를 하고 다짐을 하던
너와 내가 아니던가
세월은 가고 너도 또 가고
나만 혼자 외로이
그 때 그 시절 그리운 시절
못 잊어 내가 운다
엘레지(elegy)는 비가(悲歌) 혹은 만가(挽歌), 애가라는 뜻을 가진 낱말이다.
한산도씨가 작사를 하고 백영호씨가 작곡을 한 노래였다. 1958년에발표된 대중가요인데 평안북도 창성군 출신의 손인호씨가 노래를 불렀다. 나중에는 이미자씨도 부르고 조용필씨도 부르고.... 조용필씨는 그렇다치고 이미자씨를 아는 젊은이라면 우리 대중가요역사에 제법 밝은 축일 것이다.
하늘로 치솟은 아파트와 오피스 빌딩들이 만들어내는 위용이 대단했다.
동백섬끝에는 누리마루APEC하우스라는 역사적인 건물이 있다.
우리는 거기를 보려는 것이다. 웨스틴조선호텔 앞을 걸어나갔다. 1978년에 문을 열었으니 이젠 역사도 조금 되었다.
우리는 산책로로 들어섰다.
부산만해도 숲을 구성하는 나무들이 조금 다른듯 하다. 난대성 식물들이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숲사이로 빌딩들이 보였다. 일품이다.
잘 가꾸어진 산책로다.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짧은 산책로 끄트머리에 미확인비행물체를 닮은 건물 한채가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다.
누리마루APEC하우스다. 2005년 9월에 완공한 건물이다. 원래는 한국전통 정자모양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건물이라고 한다.
여기서 각국 정상들이 회담을 했던 모양이다.
오찬을 끝낸 정상들은 7색깔(황금색, 파란색, 은색, 연두색, 보라색, 분홍색,)로 준비된 우리 고유의 두루마기 중 자신들의 기호에 맞는 색깔의 두루마기를 차려입고 1층 동편 야외 정원으로 이동하여 전통양식의 정자, 해송, 동백섬 등대를 배경으로 정상기념촬영을 하였다. 기념촬영 후 정상들은 서편의 직경 15m의 목재 원형테크(약 53평)로 이동하여 누리마루 APEC하우스를 배경으로 노무현대통령이 2005 APEC 정상회의의 최종결과물인 정상공동선언문 ‘부산선언’을 발표하였다.
글상자속의 내용은 누리마루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자료를 소개해본 것이다. 2005년의 일이었으니 그게 벌써 약 10년전의 일이 되었다.
부산인으로 봐서는 자랑스러운 건물임에 틀림없다.
창밖으로 등대가 보였다.
나는 1층으로 내려갔다.
바닷가로 향한 뜰에 서면 망망한 대해가 눈앞에 펼쳐진다.
확실히 바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마력이 있다.
솔숲사이로 마린시티 건물들이 보였다.
구경나온 시민들이 많았다. 이렇게라도 찾아가지 않으면 구경하기 어려운 장소인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부산이 달라져도 너무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 생활에 너무 매여 사느라고 내가 태어난 나라조차도 잘 다녀보지 못했다. 괜히 후회스러워졌다.
나는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등대를 보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바닷가 언덕에 우뚝 선 하얀색 등대나 빨간색 등대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해주는것 같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등대가 가지는 역할을 하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어하지 않을까?
등대 벽체에는 다른 곳과 다름없이 모두들 낙서를 해두었다. 자기 이름 석자에 목숨을 매는 인간군상들이 거기에도 수두룩했다. 하기사 이 등대라고 예외가 될 수 있으랴?
해운대 해수욕장이 눈에 밟혔다.
나는 다시 우리나라 전통 정자모양에서 건축물의 힌트를 얻었다는 누리마루 앞을 지나쳤다.
주차장에 돌아와서 버스를 타고 출발해서 광안대교위를 달렸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이 영도다리였는데......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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