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호국원을 다녀오는 길에 수운선생 생가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수운 최제우선생은 경주 사람이다. 오늘날의 행정구역으로 치자면 경주시 현곡면에서 출생한 분이고 동학을 창시하여 발전시킨 분이다. 그정도만 이야기하면 수운선생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신 분인지 다 알 것이다.
경주에서 현곡을 지나 영천으로 연결되는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남사지라는 이름을 가진 저수지가 나타나는데 바로 그 못둑밑에 그가 태어난 마을이 있다. 현곡면 가정리다.
도로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아스팔트로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다. 여름이면 배롱나무에 짙은 분홍색 꽃이 가득 달려 서정적인 정취를 불러 일으킨다.
한눈에 봐도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참한 마을이다. 도로 끝머리에 보이는 기와집이 생가이다.
최제우선생 생가 바로 앞으로는 남사지에서 흘러나온 물이 흐르는 작은 개울이 지나간다. 도랑보다는 크지만 개울보다는 작으니 실개천이라고 봐야할 정도의 물흐름을 가지고 있는데 흐르는 물은 맑기만하다.
생가 앞에 커다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서 차를 세우는데 어려움이 없다. 나는 고개를 넘은 뒤 내리막길에서 속도조절을 하느라고 지쳐버린 내 자전거를 구석에 세웠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올때 속도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 브레이크를 힘껏 잡고 내려왔더니 브레이크가 거의 다 닳아버릴 지경이 되었다.
외부를 깔끔하게 단장한 화장실도 새로 만들었지만 내가 갔던 날은 무슨 까닭인지 잠궈두었다.
생가 복원식까지 다 한것으로 아는데 잠궈두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보니 생가로 들어가는 문도 잠궈두었다.
그렇다면 관리실은 왜 필요하며 복원은 왜한다는 말인가? 백번 양보하여 내가 가는 날이 휴일이었을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에는 간단한 안내판이라도 달아두는게 옳은 일이다.
화장실 입구앞에 낮은 토담을 세워 사용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은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차장에서 먼발치로 생가를 살펴보았다.
생가에서 마을앞을 살펴보았다. 멀리 보이는 산이 구미산이다. 구미산에는 동학의 성지인 용담정이 자리잡고 있다.
동학이 천도교의 모태가 되었음을 역사를 공부한 분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천도교에서는 최제우를 대신사(大神師), 2대교주인 최시형을 신사(神師), 손병희를 성사(聖師)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는 안을 보기 위해 계단으로 다가갔다.
계단을 올라갔더니 대문이 나타났다. 얕으막한 담장이 기와를 이고 둘러쳐져 있었다.
담장 오른편에는 신도비가 우두커니 버티고 섰다.
대문은 잠겨져 있었다. 할 수없이 담장너머로 살펴봐야했다.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생가마당을 참 크게 잡아두었다.
오른쪽 담장너머로는 대나무가 숲을 이루었다.
대문앞에 서서 주차장쪽을 본 모습이다. 앞에 보이는 건물이 화장실이다.
신도비쪽에서 대문을 본 모습도 깔끔했다.
몸뚱이 위에 신도비를 이고있는 거북이 조각솜씨가 상당히 정교했다.
생가에서 보면 구미산이 앞으로 환하게 드러나보인다.
오른쪽 담장 끝머리에 가보았더니 새로 심은 대나무들이 몇그루 보였다.
신도비에도 수운 최제우선생을 대신사로 호칭하고 있었다.
담장앞 마당에는 잔디가 싱그러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생가 안은 다음에 와서 자세히 살펴보리라고 기약하며 자전거에 올랐다. 이제는 시내로 달려갈 일만 남았다. 시내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내리막이지만 교통량이 많아서 제법 위험하다. 처음 다녀오는 분들은 조심하는게 옳은 일이다.
경주에 사는 분들이야 이면도로를 사용하면 되지만 길에 어두운 외지인들은 약간의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리라. 나는 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나중에는 개울을 따라 나있는 산책로를 이용해서 시내로 돌아왔다.
형산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개울가에는 하늘말나리꽃이 가득피어 있었다.
어리
버리
'경주, 야생화, 맛 > 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문호에 물이 찼다 (0) | 2014.08.29 |
---|---|
목월생가를 찾았다가 절망하고 돌아왔다! - 1 (0) | 2014.08.23 |
태풍이 효자일때도 있다 (0) | 2014.08.12 |
남산마을 풍경 (0) | 2014.06.07 |
경주는 계절의 여왕속에서 더 빛난다 2 (0) | 2014.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