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출지다. 통일전 옆에 있다.
서출지의 봄풍경은 산뜻하다. 무엇보다 한국적이어서 좋다.
물에서는 물속 수초가 자라오르고 겨우내 말라비틀어졌던 연줄기에서도 새순이 돋아오른다.
연못 가장자리에서는 물풀도 자라오른다.
여름철 풍경도 좋다. 마른 둑에 터잡고 살아가는 배롱나무에서는 붉은 꽃이 주렁주렁 달리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에만 오면 마음이 푸근해짐을 느낀다.
풍경은 이렇게 좋지만 전해내려오는 전설 속에는 간통사건으로 얼룩져있다.
바람을 피우다가 들킨 사람들의 이야기가 묻어있는 곳이다.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무심한 세월의 흔적만 남았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민가속에 틈틈이 박힌 절이 나타난다.
이 마을에는 절이 많다.
지금 보는것같은 문화재들도 점점이 박혀있다.
나는 한때 이마을에 와서 살아볼까 하는 마음을 먹은 적이 있었다.
불탑사에는 정적이 흘렀다.
나는 논벌로 나갔다.
봄이 익고 있었다.
내가 가려는 곳은 카레라이스 집이다.
일본인이 한국에 와서 공부를 하다가 경주가 너무 좋아서 터잡고 살며 카레라이스와 우동을 전문으로 하는 집을 열었다기에 찾아가보려는 것이다.
처음가는 집이라 찾기가 어려워서 위치를 아는 분에게 전화를 드려 확인한 뒤 동방으로 이어지는 도로로 나왔다.
통일전 앞에서 동쪽으로 쭉 뻗은 길을 따라 가다가 오른쪽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경주남산한의원이 있는 곳으로 들어간단다.
석공예를 하는 집에는 아쇼카왕의 석주를 닮은 작품이 하늘로 솟아 있었다. 일본국 나라시 동대사(東大寺)의 이월당 부근에 이런 석주가 서있다.
이길을 따라가면 봉화골에 이르게 될것이다.
길 왼쪽에 현각사라는 이름을 가진 절이 나타났다.
특이하게도 벽을 파랗게 칠했다.
바로 뒤는 남산한의원이다.
참 귀티나게 지은 집이다.
다시 그 다음에는 연도예라는 이름을 지닌 도자기굽는 집이 나타났다.
포장길이 끊어지고나자 대지의 맨살을 다 드러낸 둑길이 나타났다.
축대가 있는 바로 저집이다.
한 일(一)자 형식으로 지은 기와집이 오늘의 목표다.
오른쪽 집이다. 기와집치고는 높이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내 스타일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깔끔했다.
그냥 안으로 선뜻 들어서기가 뭣해서 부근을 둘러보기로 했다.
주위에는 범상치 않은 집이 한채 있었다.
그럼 그렇지! 미술관이다.
야선미술관이라는 이름을 지닌 건물이었다.
정원과 마당이 아름다운 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참았다.
나는 대문 밖에서 구경만 했다.
아름다웠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시내에서 여기까지 찾아오신 아는 분을 만나 다시 카레라이스집으로 함께 갔다.
한 일자 모양으로 지은 집인데 내부는 단정하기 그지 없었다. 건물 양쪽 끝에 다락방을 만들었다.
나는 카레라이스를 주문했다.
주인은 우동국물을 그릇에 담아주셨다.
맛있다. 무엇보다 담백하고 정갈하다.
모니터에는 경주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주인 내외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이라고 한다.
모니터 위쪽의 공간은 딸아이의 공간이라고 한다.
점심을 먹은 뒤 커피를 마시며 바깥풍경을 구경했다.
커피를 마시고 나서 출발했다.
바로 저집이다. 오늘 점심을 먹은 곳이다. 아직은 간판도 없고 이름도 없다.
부근에는 참한 기와집들이 많았다.
남산자락이 아늑하게 사방을 감싼 곳이다.
우리는 남산마을을 거쳐가기로 했다.
펜션인 모양이다. 한옥펜션!
우리는 다시 서출지 부근으로 돌아나왔다. 이 동네에는 서출지말고도 또다른 못이 하나 있다. 양피지다.
양피지에도 봄이 녹아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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