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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남산마을 풍경

by 깜쌤 2014. 6. 7.

 

나는 동부사적지구의 첨성대앞을 지나갔다. 자전거를 타고 말이다.

 

 

연밭에 연이 자라오르고 있었다. 7월이 되면 연이 자랑처럼 무성할거다. 윤동주 시인의 <별헤는 밤>에 나오는 표현이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나는 저번처럼 자전거로 달렸다. 바로 앞이 동궁과 월지(=안압지)다.

 

 

나는 내가 줄창 다니던 길로 갔다. 박물관 뒤쪽으로 내려가서 문천을 따라 난 도로를 따라 가는 것이다.

 

 

그렇게해서 남산마을에 이르렀다. 행정구역으로는 한때 남산동이라고 불렀던 마을이다.

 

 

서출지 옆을 지난다. 저수지에도 물풀들이 제법 자랐다.

 

 

이 동네에는 기와집이 많다. 기와집도 그냥 기와집이 아니라 제법 번듯한 집들이 많은 것이다.

 

 

서출지에 있는 정자의 마루도 좀 더 광을 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관광객들이 들어가서 앉아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조금만 더 손을 본다면 경주를 대표하는 명물이 될만한 저수지인데 방치하는듯한 느낌이 든다. 좋은 진주를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으면 뭘하는가? 가꾸고 꾸미는 것에 대해 눈을 못뜨는데.....

 

 

저수지 옆에는 절이 있다. 무량사다.

 

 

나는 무량사 앞을 지나 동네 안길을 따라 갔다.

 

 

이탈리아어 아니면 스페인어 같은 라틴계통의 언어를 쓰는 일가족이 내 앞에 걸어갔다. 삼대(三代)가 함께한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동네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잘 손질해놓은 밭을 보면 왜 그렇게 풍요로움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완두콩이 많이 자라올랐다.

 

 

콩도 참 종류가 많다. 나는 메주콩이 좋다. 콩 볶을 때의 고소한 냄새도 좋지만 삶을 때의 구수한 냄새도 그에 못지않게 좋다.

 

 

이런 집에는 누가 살까?

 

 

이런 집은 가정집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좋아보인다.

 

 

규모도 제법 컸다.

 

 

선원이었다. 선을 닦는 곳인 모양이다.

 

 

아란야라는 이름이 가지는 뜻은 무엇일까? 다음 사전을 찾아보았더니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 말이었다.

 

한적한 수행처라는 으로, , 암자 따위 이르는 . 산스크리트 ‘āranya 음역어이.

 

 

한자로는 阿蘭若로 쓴단다. 그렇다면 이집은 수행처라는 말이겠다. 한가지를 배운 셈이다.

 

 

태국에는 아란야프라텟(=아란야쁘라뗏)이라는 국경도시가 있다. 잔인성과 악독성으로 이름을 날린 포트크메르 루지가 활동하던때 나는 거기서 목숨을 걸고 태국과 캄보디아 사이의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의 앙코르왓을 다녀왔다. 미군 폭격으로 만산창이가 된 도로를 12시간 정도 달린 하도 모진 경험을 해서 지옥체험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게 언제적 이야기였던가?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처럼 기억된다. 기록을 찾아보니 1999년 여름의 일이었다.

 

 

햇살이 맑은 날이어서 그런지 동네분위기도 환했다.

 

 

텃밭에는 마늘과 대파, 부추와 콩이 자라고 있었다.

 

 

감나무에도 새 이파리들이 솟아올랐다. 감꽃은 벌써 진 듯했다.

 

 

감나무도 새잎이 돋을 때가 이쁘다. 그때가 제일 산뜻하다. 

 

 

여기도 선원이다.

 

 

처음보는듯한 건물이다.

 

 

일본의 깔끔한 절에 와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대지는 넓고 건물은 단아했다.

 

 

나는 이런 건물을 볼때마다 내가 꿈꾸는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떠올린다.

 

 

해보고 싶은 것도 참으로 많았는데 거의 모두가 꿈이 되고 말았다.

 

 

밑천이 워낙 없으니 꿈조차 꿔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황토담에 오죽!  멋진 배합이다.

 

 

나는 감탄만 하다가 돌아섰다.

 

 

안으로 더 들어갔더니 염불사가 나온다.

 

 

잘 꾸며놓은 절이다.

 

 

입구 담벼락너머로 수국이 자라서 넘어왔다.

 

 

오늘은 불자들이 모이는 날인가보다. 잔디밭에 텐트를 쳐놓았다.

 

 

산성도가 높은 곳에서 자라는 수국은 보라색을 띈다던데....

 

 

나는 절마당으로 다가가보았다.

 

 

글씨를 새긴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단아해서 그런지 맛깔스러웠다.

 

 

법당에서는 예불이 드려지고 있었다.

 

 

휠체어를 탄 젊은 여성은 무엇을 비는 것일까?

 

 

이런 절은 느낌이 밝다.

 

 

신도들이 제법 모여들었다.

 

 

무엇을 믿건 그건 개인의 자유이니 탓할 일이 못된다. 남의 종교를 비방하는 일은 옳은 일이 아니다. 믿음이 다르다고 해서 증오를 가르치는 것은 악마가 하는 일이 아니던가?

 

 

내 믿음이 소중하면 남의 믿음도 소중한 법이니 서로 인정해주고 포용해주는 아량 정도는 가져야 하리라.

 

 

나는 염불사에서 돌아나왔다.

 

 

부근에 있는 기와집들 구경을 해보리라 마음먹었다.

 

 

한쪽에는 청보리밭이 있었다.

 

 

보리가 푸르기만 하다. 나는 청보리밭 가에를 맴돌다가 시내로 돌아왔다.

 

 

국립경주박물관 부근이다.

 

 

백물관 뒤를 지나서 반월성 앞을 지난 뒤 형산강으로 들어간다. 이름하여 남천 혹은 문천이라고 부른다.

 

 

개울로 내려가는 시설을 해두었다.

 

 

빨래터로 쓸 수도 있고 물놀이 공간으로도 쓸 수 있다.

 

 

여름에 와보면 갈겨니가 많이 산다.

 

 

어떤 이들은 여기에서 천렵을 즐기기도 한다.

 

물이 조금 오염된 것 같아 아쉽다. 물속에 이끼가 자라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닌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사라져가도 물은 흐르리라. 자연은 그대로 남아 제 갈길을 부지런히 갈 것이다. 세월을 간직하며 말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