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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좋은 세상 만들기 To Make Better

이런 분이 생산한 것이라면 믿을 수 있지 않을까?

by 깜쌤 2014. 8. 9.

 

세상살이에서 선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을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커다란 복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그런 복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선친 추도식이 8월 7일로 다가서 있었기에 그 전에 영천에 있는 국립묘지인 호국원을 다녀와야했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경주를 출발한 뒤 소현마을과 무과리 안강 강교를 거쳐 영천호국원까지 달릴 생각이었다. 작은 동네 이름을 내가 아무리 부지런하게 열거해봐도 타지에 사시는 분들은 잘 모를 것 같아서 지도 한장을 첨부한다.

 

 

 

 

지도를 클릭하면 다시 크게 뜬다. 지도에서 현곡면이라고 표시된 곳을 지나서 산골짜기로 들어간뒤 포항과 영천을 잇는 도로로 나가서 그 길을 따라 호국원으로 가는 것이다. 노란색 점은 경주로 돌아올때 사용하는 가장 가까운 도로를 나타낸다. 남들은 어느 정도로 속도를 내어 달리는지 모르지만 나는 조금 느긋하게 다니는 편이니 구경할 것도 다하고 사진찍을 것도 다 찍고하면 보통 다섯시간 정도는 자전거를 타야한다.  

 

 

경주 변두리로 나가면 전원주택들이 제법 많이 들어서 있다. 길을 잘못 들어 소현마을로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나와서 무과리로 나가는 길을 찾아야 했다. 무과리를 향하여 논밭 사이로 난 시골길을 달리는데 복숭아밭에서 일하던 어떤 분이 나에게 복숭아를 불쑥 내미셨다. 복숭아 하나 잡숫고 가시라는 말씀과 함께......

 

 

요즘처럼 온갖 험악한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세상에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을 향해 자기가 피땀 흘려가며 농사지은 소출물을 아무 조건도 없이 건네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던가? 사람이 그립기만 한 깊은 산속이나 외딴 섬에 사는 분이라고 해도 그렇게 선뜻 다가서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자전거를 세우고 안장에서 내렸다. 이미 한시간 정도 페달을 밟았으니 쉴 시간도 된데다가 땀범벅이 되어 있었기에 땀이라도 좀 훔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분이 불쑥 내어미는 복숭아 속에 담긴 진정성을 엿보았기에 자전거를 멈추고 내렸던 것이다.   

 

 

처음에는 한개를 내어미시더니 두개를 더 골라주셨다. 자기집 마당에 수도가 있으니 씻어서 맛이나 보고 가란다. 처음보는 사람에게 베풀어주시는 아름다운 성의를 무시할 수가 없었기에 체면과 염치를 팽개치고 복숭아를 받아든 뒤 수돗가로 갔다.  

 

 

잔디가 곱게 깔린 끝머리에 수도가 보였다. 그 분은 직접 따라오셔서 수도가 있는 위치를 가르쳐 주셨다. 내가 호국원에 영면하고 계시는 부모님을 찾아뵙기 위해 가는 길이라고 했더니 이왕이면 좋은 것을 가져 가라면서 다시 깨끗하고 굵은 복숭아를 몇개 더 골라 주셨다. 

 

  

모두 직접 농사를 지은 것이라고 하셨다. 먹기 위해 농사를 지은 것인데 양이 많아서 팔려고 한단다. 이제 갓 수확한 복숭아를 상자에 골라담는 일을 하시다가 지나가는 나를 보고 아무런 댓가를 요구하지도 않고 호의를 베푼 것이다.

 

 

무과리 골짜기는 물이 좋은 곳이다. 어림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맑은 물과 깨끗한 자연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동네여서 그런지 전원주택들이 제법 많이 들어섰다. 나도 한때는 소현마을과 무과리 동네가 마음에 들어서 그쪽으로 나가서 살아볼까하는 생각으로 집과 터를 알아보고 다니기도 했었다.

 

 

남들에게 사람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도 조심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인생살이를 통해 깨달았다.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은 사람이 없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평생을 남을 가르치면서 살아본 결과 사람은 많지만 쓸만한 사람은 드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두번의 경험과 접촉 결과를 가지고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고 소개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고 위험한 일이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인생살이를 통해 느낀 경험에서 오는 직관을 믿기 때문이다.  

 

    

외분이 함께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부인되는 분은 한사코 사진찍히기를 거부하셨다. 뭐 그런 정도를 가지고 그러시냐는 것이었다. 나는 내 명함을 꺼내 드리면서 내 블로그에다가 소개하는 글을 한번 쓰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고 간신히 허락을 얻어냈던 것이다.

 

 

자랑같지만 나도 한 십몇년쯤 전에 텔레비전에 15분 정도 소개된 적이 있었다. 좋은나라 운동본부라는 프로그램에서 '베스트 친절시민'으로 선정되어 방송국에서 기습촬영을 나온 것이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 남에게 베풀어주는 친절이 어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지를 나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작은 친절을 베풀어준 분을 소개해드리지 않으면 내가 도리어 인간의 도리를 못하고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에 감히 글을 써보는 것이다. 혹시 양심적으로 재배한 복숭아나 고추를 구입할 일이 있으면 이분에게 전화를 한번 드려보시기 바란다.

 

 최병철씨 : 010 - 8852 - 4543

거주지 : 경주시 현곡면 소현리같은데 어쩌면 무과리일수도 있다.

 

 

 

 

최병철님의 허락을 얻어 찍은 사진이다. 텃밭을 일구어 양심적으로 깔끔하게 농사를 직접 지어 생산한 먹거리들이므로 믿을 수 있을 것이다. 

 

 

스쳐지나가는 나그네에게 마음문을 열고 다가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분은 거의 예외없이 선량하다. 선량한 사람들은 거짓말을 못하는 법이다. 내가 손해보고 산다는 생각으로 인생을 사는 분들이다. 그렇게 살다보면 나중에는 법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나는 그런 분들이 잘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개를 넘어가기 전에 마주치는 산골짜기 논이다. 이 부근의 논은 항상 논둑이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몇년동안 지켜보았는데 해마다 변함이 없었다. 나는 이 논들의 주인이 궁금해졌다. 주인은 틀림없이 깔끔한 성품에다가 한없이 부지런한 분이리라. 이 골짜기 논 주인이나 선량한 마음씨를 지닌 최병철씨 내외분 같은 사람들이 복을 받고 잘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