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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또다른 이별 - 다시 아이들과 헤어지며

by 깜쌤 2014. 7. 30.

 

2014년 3월부터는 기간제 교사로 6개월간 계약을 하고 일을 했다. 8월 24일까지 계약을 했으니 아직 한달정도의 기간은 남은 셈이지만 방학을 해버렸으니 아이들과 이별을 해야만했다.

 

 

아이들 세계에서는 엄한 선생이라고 소문이 나서 그런지 처음에는 모두들 힘들어했다. 하지만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했다. 이별할 시간이 가까워지자 정이 들대로 들어버린 녀석들은 선생도 모르게 이벤트를 준비했지만 중지하도록 했다. 대신 아이들이 쓴 편지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모두들 돌아가며 편지를 썼다. 헤어질때 쓰는 편지니까 좋은 말을 많이 쓰는게 인지상정이다.

 

 

7월 24일 방학식하는 날도 기어이 4교시를 다하고 보냈다. 원래 계획한대로 수업하고 모자란 수업시간은 철저하게 메꿔주며 자습은 거의 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나는 평생을 그런 식으로 살았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다른 반 아이들은 다 집에 가는데 교실에 붙들려 있으려니 죽을 맛이었겠다. 

 

 

행동이 반듯한 여자아이가 선물을 전해주었다. 원두커피 봉지 몇개와 직접 쓴 두루말이 편지......  그리고 직접 그린 그림 한점!

 

 

나는 이 편지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한학기동안 나를 참 세밀하게 관찰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유난히 깐깐하기만 했던 내 실체를 제법 정확하게 훑어본듯 하다.

 

 

편지속의 내용을 보고있자니 중지시킨 이벤트가 어떤 것이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그린 그림이다. 색연필로 그렸단다.

 

 

나는 이 그림을 표구사에 맡겨 두었다. 오늘 찾으러 갈 생각이다.

 

 

언제 준비했는지 동료선생님들의 편지도 종이 한장에 다 모아서 함께 가져왔다. 아마 교실마다 돌아다니며 부탁을 했으리라.

 

 

지금까지 많은 이별을 했지만 이번은 좀 더 특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이 아이들이 내 인생 속에서 마지막 제자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노력한다고 했지만 가슴에 남는 좋은 스승이 되지 못하고 어설픈 선생으로 끝내버린 인생인줄 알기에 마음 한켠이 슬프도록 아리기만 하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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