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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오늘 피울 꽃송이나마 한번 헤아려볼까나 싶다

by 깜쌤 2014. 7. 11.

지난 한 열흘간은 말하기가 싫었다. 직업이 선생이니 아이들 앞에서는 할 수 없이 말을 해야하는 처지지만 일단 수업이 끝나면 입을 다물었다.  

 

 

평소에도 가졌던 증상이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뒤에는 그게 더 심해지고 말았다. 우울증도 아니고 조울증도 아니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기본적인 관조가 필요했기에 생긴 현상인지도 몰랐다.

 

 

나는 서재 앞에 몇가지 물들을 기른다. 남들이 내다버린 것을 구해와서 살려놓은 서양란들과 그저 그렇고 그런 화초 몇가지와 분재 몇점이 전부다.

 

 

요 며칠 사이에 원추리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얘네들은 핀지 하루만에 시들고 말기에 아쉬움만 가득히 안겨주는 꽃들이다. 그러기에 더 사랑스러운지도 모른다. 우리들 인생살이같아서 서글픔을 안겨주기도 한다.

 

 

채송화꽃도 그렇다. 아침에 피어서 저녁에 져버리니 얼마나 아쉬운지 모른다. 며칠이라도 버텨주면 좋으련만......

 

 

어머니께서도 시골에 계시다가 도시에 오셔서 얼마 안되어 돌아가시고 말았다. 나는 그게 아쉽고 마음 아팠다.

 

 

그 아쉬움과 마음아픔때문에 내가 입을 다물고 말았는지도 모른다. 서재에 혼자 앉아있으면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다. 한번씩은 어머니 사진을 하염없이 보고앉아있기도 했다.

 

 

인생살이라는게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마는 꽃들과 다른게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때문에 허무감이 엄습해오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나는 새롭게 마음을 추스려야했다.

 

 

인생! 살아보니 긴 시간이었다. 짧은 시간은 결코 아니었다. 진정으로 행복했던 시간보다 슬픔과 압박감을 느낀 시간이 더 많았다는게 문제였다.

 

 

어제는 그동안 신세를 진 부부를 모시고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밥한그릇에다가 고마움을 담아 이런 우울함에서 벗어나볼까 싶어서 가진 귀한 시간이었지만 그때뿐인것 같았다. 나는 오늘 아침에 필 채송화꽃송이를 한번 헤아려볼 생각이다. 초등학교 4학년때 그랬던 것처럼...... 그러면 새로운 힘이 솟아오를지도 모르겠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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