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떠나가기

by 깜쌤 2014. 6. 18.

 

 가슴이 답답했다.

 

 

 어머니 병간호를 하다가 잠시 짬이 났을때 자전거를 타고 교외를 향해 달렸다.

 

 

 25분만 가면 닿는 거리다. 삼릉 인근이다.

 

 

 전에는 음식점이었는데 이번에는 커피숍을 겸한 레스토랑으로 거듭났다.

 

 

 나는 창가에 앉았다.

 

 

 커피향이 잔잔하게 흘렀다.

 

 

 클래식 선율을 타고 말이다.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했다.

 

 

 어머니는 평생 원두커피를 모르고 사셨다.

 

 

 달달한 믹스 커피를 어쩌다가 한잔 드시다가 그것도 나중에는 끊으셨다.

 

 

 아들은 원두커피를 마시는 호사(?)를 누리고 산다.

 

 

 가만!  옆방의 이 가구는 재봉틀 다리위에 두터운 널빤지를 올린 것이 아닌가?

 

 

어머니는 이런 재봉틀을 한대 가지고 계셨다. 예전에는 이런 재봉틀 한대만 가지고 있어도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지금도 시골 집에 있다.

 

 

 어머니는 평생 사시던 시골 집을 떠나 아들 집에 오셨다가 이제는 병원에 계신다.

 

 

 병원에 계시면서도 아들 집에 돌아가기를 원하셨다. 

 

 

식음을 끊었기에 집으로 모시고 가면 곧 돌아가실게 뻔하니 그럴 수가 없다.

 

 

 그러니 마음이 더 아픈 것이다.

 

 

 좋은 장소에서 커피를 마셔도 맛을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그날 따라 커피향이 입안에서 제법 오래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앉았던 자리를 깨끗하게 비워주고 떠나가는게 인생이다.

 

 

그게 인생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