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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by 깜쌤 2014. 6. 24.

 

어머니를 떠나보냈습니다. 얼마되지도 않는 천수답을 가지고 새벽부터 죽어라 일하면서 땅을 파먹고 살아야만 했던 가난한 농부의 2남 1녀중 가운데로 태어난 어머니는 고난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아버지가 7년전에 담도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는 시골 집에서 혼자 사셨습니다. 폐암으로 5년간 고생하셨기에 제가 모시겠으니 도회지로 가자고 할때마다 감옥같은 도시로 어찌 가겠느냐면서 한사코 거절하셨습니다.

 

 

4월 말에 그동안 치료를 받아왔던 영남대학병원에 입원하셨을때만 해도 정정하셨지만 퇴원후부터 건강이 악화되었습니다. 어머니는 5월하순에야 비로소 제집에 오셨습니다. 겨울옷까지 준비해오셔서 맛있게 식사도 하시고 출퇴근하는 아들모습을 보시며 흐뭇해하시던 어머니는 결국 한주일만에 곡기를 끊으셨습니다.

 

 

손녀가 보고 싶다고 해서 집에 내려왔을때 손녀가 데리고 온 외증손녀를 보시며 한없이 좋아하시기도 했습니다. 6월 7일 외삼촌의 설득을 받고 입원을 한 뒤 어머니께서는 병원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셨습니다. 아들 집에서 조용히 운명하시고 싶어했던 것입니다.  

 

 

입원하신지 열이틀만에 어머니께서는 세상을 달리하셨습니다. 은퇴후에 잠시 기간제 교사로 일하느라고 출근했던 못난 아들이 병원에 도착하기를 기다리셨던 어머니는, 제 목소리를 듣고 맥박과 산소함유량이 급격히 높아지셨다가 결국 30분 뒤에 운명하셨습니다. 저를 기다리셨던가 봅니다.

 

 

돌아가시기 하루전까지도 온힘을 다해 벌떡 일어나 화장실에 가셨던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그리도 싫어했습니다. 어머니의 그 놀라운 정신력은 어떻게 설명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를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보내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병실에 모셔두고 아내와 함께 교대로 날밤을 세웠습니다. 제수씨들과 동생들이 한번씩 와서 교대를 해주기도 했기에 힘든 기간동안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못했으니 이번에도 그렇게되면 어쩌나싶어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운명하시기 전에 아들딸들을 다 보시고 돌아가셨으니 여한은 없지 싶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병실을 방문해주신 교회 부목사님을 그리도 반갑게 맞아주셨던 어머니의 표정이 눈앞에 선합니다.

 

 

아버지께서 국립묘지에 누워계시기에 어머니도 합장시켜 드리기로 했습니다.

 

 

새로 깔끔하게 지은 경주 하늘마루공원 화장장에서 어머니는 한줌의 재가 되었습니다.

 

 

제가 시골 어머니집에 갔다가 경주로 내려오기 위해 돌아나올때마다 대문 밖까지 따라나오셔서 지켜보시던 어머니를 이제는 어디가서 찾아뵐 수 있을지.......

 

 

화장실로 들어가는 어머니의 유해를 보는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유골을 수습하여 영천호국원에 가서 행정절차를 밟았습니다.

 

 

한시간을 기다린뒤 낮 12시에 유골을 합장했습니다. 국립묘지측에서 미리 준비를 다해두었기에 간단히 끝날 수 있었습니다.

 

 

7년전에 묻은 아버지의 유골함을 감싼 천조각이 색깔조차 변하지 않은 상태로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유골함 옆에 어머니를 함께 모셨습니다.

 

 

장례비용까지 철저하게 준비해두셨던 한분뿐인 어머니는 그렇게 가셨습니다. 참으로 어리석고 모자란 저를 낳아주신뒤, 자식이라고 한없는 사랑을 베풀며 길러주신 어머니!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니! 어머니! 사랑합니다. 이제 어렸던 제모습으로 돌아가 마지막으로 엄마라고 불러보고 싶습니다.

 

" 엄마~~~~~~ 

  어엄마아~~~~~~ 

  어엄마아야아아아~~~~~~ "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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