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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이처럼 어수선한 일은 없다

by 깜쌤 2013. 12. 21.

 

가을이 가득내린 길을 걷는다는 것은 진정 행복한 일이다.

 

 

지난 늦가을에 운곡서원안 골짜기를 걸어보았다. 몇몇 사람들과 저녁을 먹으러 간 김에 좁은 골짜기 안으로 이어진 길을 걸어본 것이다.

 

 

골짜기 입구는 좁아도 안으로 들어가면 숨겨진 동네가 나타난다. 유난히 심했던 가뭄때문에 골짜기 를 흐르는 도랑물은 많이 말랐어도 거기에도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와서 사방에는 풍요로움이 가득했다.  

 

 

길을 걷다가 나무들 이파리 사이로 보이는 기와지붕을 발견했다. 집앞에 감나무가 있는 것으로 보아 한때는 사람이 살았던 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궁금증이 솟아오른 나는 슬금슬금 걸음을 재촉하여 안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사람이 살았던 집이라면 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반드시 있는 법이다.

 

 

초록색 잎을 가득 매단 대나무 숲을 뒤로 두고 제법 참한 기와집이 버티고 서있었다. 남향집이다.

 

 

집 대청에 서서 보았을때 오른쪽에 아래채가 자리잡았다. 본채든 아래채든간에 이제는 황폐해져서 모두들 무너져가고 있었다.

 

 

본채는 대청마루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방이 하나씩 있었다.

 

 

서까래와 대들보를 살펴보니 그런대로 잘 지은 집이었다.

 

 

나산재라는 현판이 대청 위쪽에 붙어있었다. 마루에는 손님접대용인지 제사용인지 모를 큰 상이 하나 딩굴고 있었고...... 

 

 

오른쪽 방문 위에는 추모재라는 현판이 붙어있었다.

 

 

주인 아주머니나 할머니가 입었을법한 회색 외출복 상의 한벌이 옷걸이에 걸려 삭아가고 있었다.

 

 

어느 어른이 써서 남긴 글씨일까?

 

 

누구에겐가는 깊은 의미를 가진 개인 사유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손도 대지않고 조용히 돌아나왔다.

 

 

집이라는게 그렇다. 살던 사람이 사라지면 순식간에 황폐해지고 만다.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고....   집이든 가구든 사람의 온기가 사라지면 쉬 삭아버린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집주인도 이 골짜기안에 터잡고 살면서 나름대로의 행복을 가꾸었으리라. 사람이 죽으면 그가 꿈꾸었던 모든 것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그게 인생이다.  

 

 

냉기를 살짝 머금은 스쳐 지나가는 가을바람이 늦게 핀 억새를 흔들고 있었다. 그게 벌써 한달전 일이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