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히 나의 생각이지만 경주의 가을은 대릉원 단풍이 빨갛게 물들었다가 마구 날려야 끝이 난다. 보문관광단지의 가을은 시내보다가 한 일주일 정도 빨리 끝나는데 그것은 시내와의 기온차 때문이다. 보문관광단지는 시내보다 해발고도가 조금 높다.
11월 24일 오전에는 대릉원에 다시 가보았다.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가을 끝자락을 잡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전에는 날씨가 화창했다. 봄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 생각될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그날따라 관광객들이 많았다. 모두들 추억 한자락을 만들기 위해 나온것 같았다.
낯선 언어들이 귓전을 때렸다. 최근들어 노래하듯이 말하는 중국어를 말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것 같다.
관광객들이 이렇게 많았던 시절이 있었던가? 어찌보면 태평성대다.
하지만 그 뒤에는 지구촌을 두러싸고 도는 무서운 경쟁의 소용돌이가 사정없이 휘몰아침을 느껴야하리라.
최근에 나는 베네치아 역사에 관한 두권의 책을 읽었다. <바다의 도시 이야기>라는 제목이 붙은 책 두권이다. 이탈리아에 살고있는 일본여자 시오노 나나미가 쓴 책이다.
베네치아 골목을 쏘다닌 것도 벌써 8년전의 일이다.가기전에 그 책을 읽고 갔더라면 더 많은 것을 보고 깨달았을것을...... 세상을 다가진듯이 큰소리치던 사람도 언젠가는 사라져야하고 지구를 지배하던 절대강국도 언젠가는 사그라지는 법이다. 베네치아의 번성과 쇠퇴, 그리고 멸망을 제법 세밀하면서도 독특한 눈으로 읽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삶도 그렇다. 평생 화려하게 살아볼 일도 없었고 큰소리치며 살 일도 없었지만 지나고보니 아쉬웠던 것이 어디 한두번이었던가?
내 인생도 이젠 가을이다. 한해 한해를 보낼때마다 초겨울로 접어든다는 사실을 느낀다.
사그라져 가는 가을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비바람 많았던 여름을 그런대로 잘 견뎌냈기 때문이다. 내인생에서 봄은 꽃샘추위로 가득했었다.
가을은 단풍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빛난다. 인생도 그렇다. 시련이 클수록 단풍이 화려하다.
단풍이 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므로 아쉬워할 일이 아니다. 자연의 법칙에 순응할 줄 아는 자가 승리자다.
가을이 다가기 전에 멋진 추억 나부랭이라도 하나 더 만들어두자. 그게 인생길에서 승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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