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오늘은 동남산쪽으로 가보려고 한다.
시내에서 그쪽으로 가려면 대릉원옆을 지나야 한다.
옛날 쪽샘동네가 있던 곳이다.
지금은 청보리밭으로 변했다. 봄에는 보리밭, 가을에는 메밀밭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있던 큰동네를 완전히 들어내고나자 시내 상가의 경기가 완전히 죽어버렸다.
발굴을 하고 나중에는 잔디를 심고 관리하게 되리라. 그게 지금까지 문화재보호랍시고 해왔던 모습이다.
그 와중에 희생되는 주민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었다. 자기땅에 건물을 지으려고 해도 발굴을 해야하는데 소요경비는 땅주인이 부담해야하는 그런 해괴망측한 법이 존재한다니 소가 지나가다가 웃을 일이다.
우연히 자기 땅을 팠다가 귀중한 문화재라도 나올 경우 정직하게 신고하면 일이 더 크게 확산되니 모두들 쉬쉬하는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발굴을 하게 되면 신속하게 해주지 않고 지지부진하게 하는데다 엄청난 경비까지 부담해야하니 누가 정직하게 신고하겠는가 말이다.
동네는 들어냈는데 그동안은 이 큰 땅을 아무 대책도 없이 놀려왔다. 그나마 새로 부임한 동장님이 견문이 있고 유능해서 메밀밭과 청보리밭을 조성한지 이제 1년이 되어간다.
그 동안은 휑하니 비워두었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머음아프게 생각했는데 보리라도 심고 허수아비라도 세워놓으니 천년고도의 정취가 되살아나는듯 하다.
경주에 수십년을 살면서 웃기는 장면을 참 많이도 보아왔다. 그런 걸 볼때마다 세월호 사건이 괜히 생기는게 아니다싶었다.
나는 반월성쪽으로 나왔다.
첨성대와 반월성 사이 너른 터에는 양귀비를 닮은 꽃이 가득 피었다. 이 꽃도 처음에 우리나라에서 재배할때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무지한 경찰이나 공무원이 양비귀꽃을 재배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현행범으로 체포하려고 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오는 꽃이다. 어찌보면 그들은 직무에 충실하려고 했던 분들이기도 하다. 이 꽃을 재배했다가 마약법 위반으로 단속당한 사람이 있다나 없다나?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 찍은 사진들이다. 여행기를 쓰라고 그동안 올리지 못했던 사진들이다.
나는 반월성 앞쪽, 그러니까 박물관 서쪽을 자전거로 달렸다.
남천 모래가에 텐트를 쳐놓은 사람이보였다.
가만히 보니 낚시를 하는듯하다. 저기서 낚시를 해도 되나?
나는 통일전으로 갈 생각이다. 오른쪽 논벌 끝으로 월정교가 보였다.
논에다 물을 대고는 모내기를 위해 갈아엎는 과정을 밟고 있다.
이런 논에다가 자운영을 심어두면 멋진 관광자원이 되련만 아무도 그런데 눈을 못뜨는 것 같다. 뭘 알아야 면장을 하든지말든지 하지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운영을 심어두면 5월경에 꽃이 가득 피어서 멋진 경관을 연출해주는데다 나중에 갈아엎을 경우 천연비료역할을 해주니 금상첨화격이다. 이 사진은 2009년 5월 5일 일본의 오카야마 근교에서 찍었다.
자운영을 논에 기를때는 모내기철과 때를 잘 맞추어야한다는 것이다. 일본 중부 오카야마 교외 길비 평야에서 찍었다. 탑이 있는 절이 국분사이다.
나는 남천을 따라 달렸다. 남천 상류로 가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잘 갈아엎은 밭을 보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신록이 돋아오르는 산은 누가봐도 아름답다. 나는 단풍보다 신록을 더 사랑한다.
남천에는 온갖 꽃들이 흐르러졌다.
나는 새로 조성한 신책로쪽으로 달려볼 생각이다.
산림환경연구소 부지를 따라 멋진 길을 조성해두었다.
이 길을 따라가는 것은 너무 멋진 경험이다. 한참 달리다보면 청와대를 빼다박은 건물이 등장하는데 거기가 산림환경연구원이다.
길은 계속 이어진다.
한번씩은 쉼터가 나타나기도 한다. 나는 계속 달렸다.
도로와 길 사이에 도랑이 만들어져 있다. 물이 더 많이 흐르면 좋으련만.......
그렇게 화랑교육원앞을 지났다. 이런 기관도 이제는 나와는 관계가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 부근부터는 살짝 오르막이다. 그렇지만 경사도는 심하지 않으므로 달리는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너른 들판은 울산까지 이어진다. 풍요로운 대지다.
이파트촌이 보였다. 행정구역으로는 경주시 동방이다.
화랑교육원을 지나자 길에 마직같은 것을 깔아둔 구역이 나타났다. 나는 자전거에서 내려 걸었다.
이런 길은 걸어야한다. 촉감이 좋았다.
동남산 주위에도 몇개의 왕릉이 있다. 왕릉으로 올라가는 길에도 마직포(?)를 깔아두었다.
조금 더 가면 통일전이 나온다.
나는 이부근 경치를 좋아한다. 항상 단정하기 때문이다. 동남산 등반은 여기에서부터 시작이다.
통일전 경내는 항상 조용하다. 차분하게 구경하기에는 그저그만인 곳이다.
통일전 옆에는 서출지라는 이름을 가진 기가 막히도록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는 연못이 있는데 여기는 언제 가봐도 인기가 높은 곳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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