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타고 가야할 버스는 장주를 거쳐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승용차는 하문으로 직행한단다. 그러니 더 편하게 생겼다. 운전기사는 영어를 할 줄 모르니 비위를 맞춰줄 일도 없다. 남의 차를 얻어타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가만 있어만 주면 되는 일이었다.
차표? 나는 반납하지않았다. 환불도 요구하지 않았다. 버스대신 승용차를 타고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버스매표소 담당자는 하문행 버스가 만원이 될 경우, 우리가 타지 않음으로 생기는 여유좌석에 대한 표를 팔아 돈을 챙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중국 사회가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것 아닐까?
홍갱촌을 출발한 승용차는 고두를 지난 뒤 남정을 거쳐 달렸다. 중간에 어떤 산골짜기 동네에 들러서 아가씨 한명을 태웠는데 미리 연락을 받고 하문으로 나가는 길에 태워주는 것 같았다.
달리면서 나타나는 이정표를 보니 부근에 고두 부근에 탑하촌도 있는 것 같았다. 탑하촌은 장수촌으로 제법 유명한 모양이다. 요리조리 산길을 타고 한참이나 달려 평지로 내려온 차는 주유소에 들어가서 기름을 넣었다.
바이두 지도를 가지고 검색을 해보니 벌써 장주 부근에 온것 같았다. 장주는 하문의 바로 옆에 있는 도시다. 요즘 중국의 도로사정은 굉장히 잘 되어 있어서 지름길이 많이 생긴것 같았다.
우리는 약 3시간만에 하문에 들어설 수 있었다. 12시 20분에 출발했는데 낮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잘된 일이다.
매표소에는 뷰겐빌리아가 화분에서 자라고 있었다. 한겨울에도 남국에서 자라는 꽃을 볼 수 있는 곳이 복건성 남부지방이다.
여기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인건비 절감차원에서 자동발매기가 등장할지 모른다.
사람이 워낙 많은 곳이 중국이니 인력절감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인건비가 문제지 인력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문으로 돌아오자 마음이 푸근해졌다. 승용차는 마침내 해안도로를 벗어나 하문섬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넜다. 하문섬 다리 부근의 아파트들이 늘어선 곳에서 아가씨를 내려주었다.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닌데 아가씨가 내리면서 운전기사에게 돈을 찔러주었다고 한다. 우리는 어쩌면 자가용 승용차를 가지고 영업을 하는 차량을 타고 온 것인지도 모른다.
운전기사는 우리보고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왔다. 'Hubin 버스터미널'까지 간다고 했지만 그는 우리를 하문방호객운중심(廈門枋湖客運中心)에다가 내려주었다. 하문섬에는 몇개의 버스터미널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방호객운센터인 모양이다. 일단 내렸으니 우리가 지금 서있는 위치부터 파악해야했다. 그래야 목적지를 잡아 움직일 수 있을 것 아닌가?
위의 지도를 보자. 1번이 고랑서다. 이미 우리가 한번 다녀간 곳이다. 2번은 하문대학교, A라고 표시된 곳이 현재 우리가 도착한 하문방호객운중심이다. 하문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우리는 이왕이면 하문대학교쪽으로 가서 호텔을 구할 생각이다. 내일은 그쪽에서 놀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우리가 도착한 곳이 하문섬이 어디쯤인지 몰라 약간 허둥댔지만 이내 위치를 파악했다. 터미널 입구의 신문가판대 아줌마에게 물어 버스번호를 알아냈다. 15번 버스가 하문대학교와 남보타사쪽으로 간단다. 요금은 1원이었다.
우리는 하문대학교 부근에서 내렸다. 이제는 여관을 구해야한다. 론리플래닛을 찾아보니 우리가 내린 지점 부근에 하문국제청년여사가 있었다. 국제청년여사는 유스호스텔을 의미한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찾아가 보았더니 의외로 요금이 비쌌다. 더블룸이 250원인데 우리는 3인이다. 더구나 3인실이 없으니 1인실을 하나 더 빌려야 한다는 말이 되기에 우리는 포기하기로 했다.
부근에 7천연쇄주점이라는 호텔이 있었다. 일단 가보기로 했다. 7천(天)이라는 1주일을 의미하는게 아닐까? 연쇄주점이면 호텔은 호텔이되 체인점일 것이다.
아하! 세븐데이즈인이다. 영어로 써놓으니 이해하기가 쉬웠다. 카운터에 가서 알아보았더니 방 하나가 257원이란다. 사흘을 머무르면 얼마냐고 물었더니 오늘은 257원이고 나머지 이틀은 주말이 끼어 있으므로 277원이란다. 어렵쇼? 이런 일이 다 있다니? 사흘을 머무르는데 방값이 올라간다니 할말이 없다. 일단 방을 보여달라고 했다.
방은 호텔의 스위트룸을 생각하면 되겠다. 크고 깨끗하고 깔끔하다. 그래! 바싸면 어떠랴? 머무르기로 결심하고 체크인을 했는데 방값이 다시 내려갔다. 아까는 착각을 했다는거다. 그러면 그렇지. 사흘을 머무르는데 751원을 주기로 했다.
사흘에 일인당 250원꼴이니 4만5천원 정도다. 그렇다면 하루에 일인당 15,000원이라는 얘기다.
우리는 뭘해도 잘 되는 팀이다.
더블침대가 들어있는 방 하나와 일인용 침대가 들어있는 방이 또 있다. 그러니 방은 두개다.
짐을 풀었다. 컴퓨터까지 있으니 살판났다. 이제는 저녁을 먹으러 갈 차례다. 우리는 작은 가방만 하나 어깨에 메고 시내로 나갔다. 호텔에서 100미터 정도만 내려가면 대학부근 시장이니 위치도 그저그만이었다.
도로를 건너 아래로 내려갔더니 낯익은 글자가 나타났다. 아니? 이게 뭐야? 전주비빔밥집 아닌가? 한류 열풍이 이렇게도 세었던가 싶었다.
전주비빔밥집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보았더니 백인 청년이 첨단음악을 틀고있는 카페까지 등장하는게 아닌가?
여기까지 와서 우리나라 전통음식인 비빔밥을 시켜 먹을 일은 없었기에 우리는 시장통의 중국인 가게를 찾아갔다. 나는 양주볶음밥을 시켰다.
물만두도 한접시 시켜서 나누어 먹었다. 이정도만 해도 거하다. 양주볶음밥은 15원이었고 만두는 한접시에 12원이었다. 1원이 175원정도였으니 계산해보면 물가 수준을 알 수 있으리라. 하루 종일 걷고 이동했더니 피곤했다. 그 정도로만 먹고 우리는 호텔로 돌아왔던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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