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도착한 마을에서도 산에서 흘러내리는 개울을 막아 오리를 기르고 있었다. 그런데 개울 가에 자라는 이 꽃나무는 뭐지?
아무리 봐도 이건 부겐빌리아다.
우리는 지금 남계토루군을 구경하는 중이다. 아까는 진복루를 보았고 지금은 다른 토루를 구경하기 위해 자리를 이동한 것이다.
산골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막아 오리를 기르는 것도 좋다. 이런 작은 보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지 모른다.
부겐빌리아의 매력은 직접 보고 느끼는게 최고다.남국을 상징하는 꽃치고 부겐빌리아만큼 아름다운 꽃이 또 있을까? 우리는 공터 뒤로 보이는 토루에 갈 예정이다.
개울가에 세원진 저 집속에는 어떤 시설이 숨어있는 것일까? 혹시 이 부근에 전기를 공급하는 미니발전기가 장치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개울을 따라 몇걸음을 옮겼다.
잎끝이 빨간 저 녀석은 포인세티아가 아닐까 싶다.
절강성의 기후조건은 너무 멋지다. 한겨울에 포인세티아와 부겐빌리아를 볼 수 있다면 대단한 행운을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토루로 들어가는 입구는 숨겨져 있었다.
묘한 구조다. 골짜기를 품은 먼 산에서 비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토루 뒤로 나타나는 골짜기에는 작은 농토들이 숨겨져 있었고.......
아름다운 곳이다.
나는 골짜기 경치를 구경하기 위해 잠시 그 자리에 섰다.
토루 뒤에도 가옥들이 한두채는 더 숨어있는 모양이다. 그렇길래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만들어있는 것이겠지.
무슨 요새같다. 토루로 들어가는 것도 그리 쉽지 않아 보이길래 하는 소리다.
들어가기 전에 잠시 우리가 걸어 올라온 길을 뒤돌아보았다.
토루로 들어가는 문위에는 대부제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무슨 말일까? 높은 관리가 살았던 곳에 붙이는 이름일까?
담장너머로 보이는 토루는 웅대했다.
우리는 돌문의 문지방을 넘어 안으로 향했다.
다시 한걸을 뒤로 돌아나온 나는 우리가 걸어온 길을 새로 살폈다.
토루 안으로 그냥 선뜻 들어서기가 아쉬웠기 때문이다.
대부제 글씨 밑을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갔더니 정말 참한 공간이 나타났다. 밖에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공간이었다.
몇걸음 안으로 더 들어가자 토루의 입구가 나타났다. 토루로 향하는 길바닥 전체가 돌로 포장되어 있다. 세월의 흔적이었을까? 반잘반질하기 그지 없었다. 돌을 박아넣은 담장의 아름다움은 또 어떻고?
이 토루의 이름은 연향루다. 아름다움에 취한 나는 잠시 탄성을 질렀다.
연(衍)이라는 글자는 넘쳐흐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향기가 넘쳐흐르는 집'이라면 그야말로 멋진 말이 아니던가?
나는 토루에 들어가기 전에 토루 바깥의 경치를 좀 더 살펴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뜰로 발걸음을 디뎌보았다.
뜰안으로 몇걸음 더 들어가자 토루를 둘러싼 시설물들이 조금씩 얼굴을 내놓기 시작했다.
정갈한 풍광이다. 하늘이 잠시 맑아지면서 모처럼 푸른 하늘을 드러냈다.
연향루 바깥에는 여러 건물이 에워싸고 있었다.
어떤 용도로 사용했던 것일까?
작은 뜰 한구석에 대산촌소학이라는 이름을 가진 간판이 붙어있었다.
사설학교일까? 아니면 정식학교일까?
나는 저 앞에서부터 살살 걸어들어온 것이다.
아무리봐도 정말 아름답다.
소학교 간판이 있는 건물 위로 부겐빌리아가 자라서 꽃을 피웠다.
또 다른 건물의 안을 보았더니 돌계단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찌보면 미로같기도 하다.
토루와 뜰이 맞닿는 곳을 다듬한 돌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나는 다시 정문 앞으로 돌아왔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볼 차례다.
빗방울이 떨어지면서도 하늘은 개어가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좌우로 통하는 통로가 보였다. 왼쪽 통로에는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한분이 작은 의자에 앉아 졸고계셨다.
오른쪽 통로로는 깔끔하게 정리된 1층 공간이 보였다.
중앙에는 나무 한그루가 화분에 심겨져 있었고 작은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건장한 남자 한사람이 찻상을 앞에두고 우리를 맞았다.
우리는 간단히 눈인사를 나누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토루 중앙에다가 건물을 짓고 다시 한가운데만 하늘을 볼 수 있도록 한 구조다.
이곳 출신가운데는 배운 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학사 이상의 학위를 받은 사람들을 소개해둔 공간이 따로 있었다.
이 양반이 연향루의 누주(樓主)다. 사람이 듬직했다. 그는 우리들에게 차를 권했다. 차맛이 제법 은근했다. 가이드가 메모지를 꺼내더니 1인당 20원씩을 주고 위로 올라가서 구경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해왔다.
젊은 누주에게 차도 한잔 얻어마셨던터라 차값이라고 생각하고 승락을 하고 위로 올라가기로 했다. 가격을 깎을까하고 생각도 했보았지만 입장료겸 차값이라고 여기니 지불할만도 했다.
통로를 따라 돌았더니 멋진 우물이 나타났다.
함부로 들어오면 미로에 들어온듯한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1층 바닥 중앙에는 벽돌로 만든 건물들이 몇배 배치되어 있었는데 지붕에 낀 이끼들이 고색창연함을 더해주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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