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자다가 일어나 앉았다. 누가 바지자락을 잡아당긴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승무원이 깨우러오기도 전에 눈을 뜨겠다고 마음먹고 잤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우리는 새벽 5시경에 장평역에 도착했다. 사방이 캄캄했다. 장평역에서는 광동성으로 갈 수도 있고 복건성 하문으로 갈 수도 있다. 장평역에 내려 대합실로 들어갔다.
기차역밖은 캄캄했다. 지리도 모르는 낯선 도시에서 이른 새벽에 역사 밖으로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 위치 검색을 해보았더니 버스 터미널은 부근에 있었다. 우리는 용암시 영정현을 찾아가려는 것이다. 영정!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영정이다. 처음에는 용암에서 어떻게 해보려고 했다. 용암에서 토루를 찾아가려고 했다는 말이다.
대합실에는 중국아가씨들도 제법 있었는데 그녀들은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띄워 검색을 하는 것을 보고 말을 붙여왔다. 토루를 보기 위해 왔다고 하자 영정지방을 가라고 추천해주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정으로 가야한다. 영정은 용암보다 더 멀다. 버스편으로 갈 수도 있고 기차로도 갈 수있는 곳이길래 기차시간표를 가지고 확인해보았더니 아무래도 시간이 맞질 않았다. 결국 우리들은 버스로 이동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침 6시가 되어 우리들은 기차역에서 나왔다. 장평역 구경은 못한 셈이다. 역앞에 너른 광장이 있었지만 구경하려면 날이 새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럴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기에 우리는 오른쪽으로 걸어갔다. 그쪽으로 버스 터미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위 지도를 보자. 현재 우리는 대만 맞은편인 복건성에 와있다. 복건성 안에서 빨간색 점이 찍혀있는 곳이 하문이다. 우리는 하문 왼쪽 위 지점인 용암부근으로 이동하려는 것이다. 이 글 속에 올려놓은 지도를 클릭하면 더 크게 확대해서 볼 수 있다.
좀더 확대해놓은 지도를 보자. 위 지도에서 1번이 무이산이고 2번은 장평역이다. 3번은 용암이고 4번이 영정이다. 우리는 현재 2번 지점에서 4번 지점으로 이동하려는 것이다. 그걸 지도로 나타내면 아래 그림처럼 된다.
이제 우리가 어디쯤 와있는지 대강 짐작이 될 것이다.
버스터미널은 기차역에서 약 200미터거리에 있었다. 스마트폰의 지도 검색기능이 없었다면 터미널을 찾는다고 죽을 고생을 했으리라. 터미널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게시판을 보았더니 용암가는 첫차는 아침 6시 반이었다.
안내판에는 버스 번호까지 다 나타나고 있었다. 우리가 타고갈 버스는 봉고보다 약간 큰 미니버스였다. 용암까지는 고속도로로 달렸다. 아직은 밖이 어둑어둑해서 눈을 감고 자는게 나았다.
용암이 가까워오자 날이 새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에서 내려와서도 한참동안이나 시내를 달렸다.
7시 반경이나 되어서 마침내 용암에 도착했다. 용암에서 우리는 다시 버스표를 샀다. 이번에는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영정이라는 도시까지 갈 생각이다. 영정! 토루의 본거지다. 자꾸 토루, 토루하니까 무슨 말인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슬쩍 지겨울수도 있겠지만 이제 조금 있으면 하품이 나올 정도로 많은 토루가 등장하게 된다.
이번에 타고갈 버스는 아까 타고온 버스보다 조금 더 컸다. 오전 9시 반이나 되어서 마침내 영정에 도착했다. 고속도로에서 내려온 버스는 산줄기를 이리 저리 감돌아 달려 마침내 산골짜기 속의 작은 도시에다가 우리를 부려놓았던 것이다. 가는 도중에 보니 도로가에 쓰레기가 너무 많았다. 나는 은근히 실망이 되었다.
영정터미널에 도착해서는 일단 대합실로 갔다. 부근에 수많은 토루가 있으니 어디로 가야할지를 꼭 찍어두어야했기 때문이다. 영정을 중심으로 수많은 마을이 존재하므로 목적지를 잘 골라야했다.
안내판을 보며 토루 이름을 외웠다. 그리고는 배낭여행안내서를 꺼내 이리저리 꿰맞추어본 결과 제일 위에 표시된 고두라는 마을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호갱이라는 마을에서 내리기로 마음먹었다. 표 제일 왼쪽에는 토루들의 이름이 가득 나타나있었다. 오른쪽은 시내버스 발차 시각이다.
터미널에 게시된 지도를 가공해보았다. 빨간색점의 위치가 영정현 기차역의 위치다. 오른쪽 초록색점은 대두라는 마을의 위치이고..... 분홍색점이 오늘 우리가 가고자 하는 마을이다. 호갱진!
고두까지는 영정 버스터미널에서 50킬로미터나 되는 먼 거리다.
우리는 버스시간표를 봐둔뒤 아침을 먹기 위해 터미널에서 나왔다.
영정현이라고는 하지만 시가지는 그래도 제법 크다.
터미널 좌우 앞뒤로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저 건물이 영정 버스터미널이다. 중국인들은 버스터미널을 기차참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차역은 화차참으로 부른다. 착각하면 큰일난다.
우리는 터미널 맞은편 음식점에서 고기경단이 든 탕을 먹었다. 가벼운 아침식사다.
간단히 요기를 한 뒤 우리는 다시 터미널로 돌아왔다. 고두로 가는 표를 샀다.
발차 10분전에 버스에 올라갔다.
5분전이 되자 버스안은 만원이 되기 시작했다. 미리 안탔더라면 낭패를 볼뻔 했다. 버스는 시간 맞추어 출발했고 이내 험한 신길로 접어들더니 힘들게 고개를 넘기 시작했다. 토루를 보러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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