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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반월성 앞길에는 정감이 흐른다

by 깜쌤 2014. 4. 23.

 

벚꽃이 꽃망울을 마구 터뜨리기 시작하던 어느 저녁, 나는 퇴근후 자전거를 타고 반월성앞 문천(=남천)을 따라 가는 도로를 천천히 달렸다. 월성 끝자락이 보이는 개울가 밭두둑에서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보였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꽃을 보며 화폭에 담아둔다는 것은 낭만적이지 아니한가?

 

 

만개를 눈앞에 둔 저녁에 아름다운 풍광을 그림으로 옮긴다는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런데 그들이 타고온 것으로 보이는 승용차가 분위기와 기분을 망치고 있었다. 자전거통행자와 보행자를 생각해서 좀더 안쪽에 차를 세워두었더라면 어땠을까?

 

 

통행로를 가로막은 차를 지난 후 나는 자전거에서 내렸다.

 

 

이 봄이 다가기전에 이 풍광을 카메라에 담아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가 온 후여서 그런지 남천에는 물이 많았다.

 

 

꽃도 많았다.

 

 

월성에 뿌리를 박고 모진 세월을 견뎌낸 나무들도 연두색 새잎을 밀어내고 있었다.

 

 

남천(=문천)을 가로지른 저 다리는 월정교다.

 

 

월정교가 있으면 일정교도 있어야 한다. 일출봉이 있으면 당연히 월출봉도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정교 흔적은 박물관 뒤편에 남아있다.

 

 

저녁 햇살을 머금은 물길이 자잘한 반짝임을 반사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천년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서 선인들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그때만 해도 월정교는 남아 있었을 것이다. 몽골 군대가 쳐들어오기 전이었으니 말이다.

 

 

흐르는 물처럼 세월이 끊임없이 흘러가면 우리들의 흔적도 여기에서 말끔히 사라지리라.

 

 

나는 괜한 서글픔을 느꼈다.

 

 

반월성 앞 남쪽 도로에는 언제 가봐도 정감이 넘친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