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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4 중국-복건성:화교의 고향(完)

무이산 경치의 압권 - 유향간 1

by 깜쌤 2014. 4. 9.

 

이길로 계속가면 대홍포가 자라는 골짜기로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확실한 길을 택하기로 했다.

 

 

유향간의 명성을 익히 들었던터라 유향간을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모퉁이를 돌자 길가에 멋진 담벼락을 가진 집이 나타났다.

 

 

골짜기에 자리잡은 이 절은 혜원사일지도 모르겠다. 시들어버린 것은 바나나일까? 어쩌면 파초일지도 모른다.

 

 

개울을 가로지르는 작은 돌다리가 운치를 한결 돋우어주었다.

 

 

길은 무지개모양의 돌다리를 건너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혜원선사라.....   안내판에서 보았던 혜원사가 여기를 말하는구나 싶었다. 석축밑에는 동백이 피어있었다.

 

 

이런 골짜기안에 절이 숨어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해가 넘어가고 있었으므로 우리는 갈길을 서둘러야했다.

 

 

시간에 쫓겨 절간 속에 들어가보지 않은 것은 아직도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돌로 외벽을 쌓은 절이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다.

 

 

절간 주위의 경관도 훌륭한 편이었는데.....

 

 

작은 쉼터가 나타났지만 한가하게 쉴 시간이 없었다.

 

 

가야할 길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짐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길은 이리저리 휘어지고 굽어지며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한번씩 꼭 뒤를 돌아다보았다.

 

 

겨울이라고는 해도 산속에는 푸르름이 가득했다.

 

 

개울에도 푸른 이파리를 가진 식물들이 수북했으니 겨울인지 여름인지 구별하기조차 어렵다.

 

 

길가에 보이는 작은 봉우리 꼭대기에 햇살이 한뼘만큼만 걸려있었다. 벌써 오후 4시가 넘었으니 서둘러야한다.

 

 

길을 바르게 든 것은 확실하다. 이정표에는 대홍포가는 길이라고 분명하게 나타나있으니 말이다. 한자를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다는 것은 중국여행에서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작은 공간마다 차밭이 만들어져 있었다. 골짜기 속의 빈공간은 물길 아니면 사람다니는 길이고 그도저도 아니라면 차밭이라는 말이 된다.

 

 

관광객이 들어갈 수 없는 길은 확실하게 표시를 해두었으므로 길을 잘못 들 일은 거의 없다. 한글로 된 표지판을 만나게 되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좁은 골짜기 안에서 우리는 작은 쉼터를 찾아냈다. 잠시 짬을 내어 살짝 쉬어가기로 했다. 따지고보면 오늘은 아침부터 엄청 걸어다닌 셈이다.  도대체 지금까지 몇시간을 걷고 있는지 모른다.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엔 심비디움을 닮은 식물이 살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골짜기가 유향간이다. '향기가 번져흐르는 물이 있는 골짜기'라는 표현이 거짓이 아닐 것이다.

 

  

한때 중국란에 정신이 혹해서 명품난으로만 70여분 이상을 키워본 적이 있었다. 중국 춘란의 향기는 일품이어서 향기를 맡아보지 못한 사람들은 난향이 주는 숭고한 가치와 멋을 알지 못한다. 복건성에 자라는 야생란은 잎이 위로 쭉쭉 시원스레 뻗기에 누가봐도 남성다운 멋을 느낀다. 향기는 또 어떻고.....

 

 

난향과 차향이 좁은 골짜기를 흘러 내려오며 퍼지는 장면을 상상해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여기가 신선이 사는 세상이 아니고 무엇이랴?

 

 

좁은 틈바구니 사이로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이런 길을 만들어놓은 사람들은 정녕 누구였던가?

 

 

물이 흐르는 골짜기에 물고기는 보이지 않았다. 아쉬웠다. 어디엔가는 숨어서 겨울을 보내는 녀석이 있을지도 모른다.

 

 

오랜 노고와 고생으로 이루어진 길이리라.

 

 

지금까지 많은 길을 다녀보았지만 이렇게 아기자기한 길은 드물었다. 유향간의 명성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절벽 한가운데 누가 새겨놓았는지도 모르는 유향간이라는 글자가 눈길을 끌었다.

 

 

라는 글자가 왜 하켄크로이츠처럼 보이는지 모르겠다. 나치의 상징인 꼬부라진 십자가말이다.

 

 

좁은 틈바구니를 통과해 나가면 또다른 공간이 나타나는 식으로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랬다가 다시 좁은 절벽 틈사이로 길이 연결되고......

 

 

이 골짜기를 걸어본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

 

 

무이산을 가는 분이 있다면 반드시 유향간을 걸어보시기 바란다. 강력 추천한다.

 

 

안내판에도 심비디움 이야기가 등장한다. 심비디움은 서양란 중에서도 잎이 동양란처럼 시원스레 뻗는 종류를 말한다. 서양란은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야생란을 서양인들이 가져가서 재배하며 개량시킨 것을 의미한다.

 

나는 서재에 심비디움계통의 서양란을 몇 화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는 이삼년마다 한번씩 꽃을 피워 기막힌 향기를 선사하는 녀석이 있다. 잠시 글상자 속에 들어있는 다른 글을 보기로 하자.

 

 

서재문을 열고 들어서자 향기가 가득했다. 보통은 책내음이 나를 반겨주었지만 며칠 전부터는 맑고 서늘한 향기가 나를 맞아주었다.

 

 

방안 가득히 난향이 묻어있었다. 얼마나 맑고 그윽한지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여는 것이 싫어졌다.

 

 

 

바로 이녀석 때문이다. 꽃을 피운 녀석은 동양란과 서양란의 교잡종인 선더스트다. 잎이 동양란처럼 쭉 뻗어나가는 심비디움 계열이다. 서양란의 종류는 워낙 다양해서 자세하게 구분하기조차 어렵다.   

 

 

앞으로 혀처럼 내민 설(舌)에는 점이 없다. 소심(素心)처럼 말이다. 그러니 한없이 깨끗하게 보인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같다.

 

 

 

어제 저녁에는 로벤피스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마셨다. 거기서도 양란 한송이를 만났다. 우리가 흔히 보는 보통 양란에는 향기가 없다. 

 

 

 

 

하지만 선더스트라는 녀석에게는 아주 멋진 향기가 있다.

 

 

 

 

이 녀석을 집에서 기른지 이미 10년은 넘은듯 하다. 어쩌면 그 이상인지도 모른다.  

 

 

 

 

지난 8월말부터 꽃대를 밀어올리더니 9월 중순이 되자 드디어 꽃을 피웠다.

 

 

 

 

앞으로 몇송이를 더 피울듯 하다.

 

 

 

 

 

겨울에는 서재에서 월동을 시킨다. 밤에 실내온도가 2도까지 떨어지는데도 버텨낸 녀석이다.

 

 

 

 

 

강인한 녀석이 결국에는 멋진 꽃을 피워준다.

 

 

 

 

인생도 그런듯하다.

 

 

 

어리

버리

 

 

2년전에 써둔 글을 가져와보았다. 우리가 있는 곳이 유향간이기에 괜한 짓을 해본 것이다. 그럴 정도로 유향간이라는 장소가 나에게 인상적이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리

 버리